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혈액 기반 암 조기진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총 1억1천만달러(약 1,560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레일은 혈액 내 수억 개의 DNA 조각 중 암과 연관된 미세한 DNA를 AI 기반 유전체 해석 기술로 분석해 암의 유무는 물론 발생 부위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갤러리(Galleri)’ 검사는 단 한 번의 혈액 채취만으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으며, 췌장암·난소암 등 기존 선별검사가 없는 암에도 효과적이다.

2021년 출시된 갤러리 검사는 현재까지 약 40만 건의 누적 검사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함께 대규모 임상도 진행 중이다.

그레일은 내년 중 미국 FDA에 갤러리 검사에 대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로 갤러리 검사의 한국 내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할 예정이다.

김재우 삼성물산 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담당 부사장은 “그레일은 유전자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분야 1위 기업”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물산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AI와 유전체 기술 중심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러리 검사의 유전자 기반 데이터를 자사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은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일의 해외 사업 담당 사장 하팔 쿠마르(Harpal Kumar)는 “삼성과의 파트너십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 다중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미국과 주요 시장에서 갤러리 검사의 보험 적용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기업 ‘C2N’과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펀드에도 투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