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가정보화 기본법'과 차별성 문제, 2월중 발의 예정

지난 24일에 국회에서 지능정보사회 기본법 입법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강효상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입법 세미나는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안)를 설명하는 시간에 이어 관련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강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인간을 뛰어넘는 AI 기술과 로봇, 이를 뒷받침할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상상만 하던 지능정보사회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이제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이익배분과 복지문제, 인공지능 및 로봇의 윤리와 법적책임 문제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문제 등 수많은 역기능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지능정보사회가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입장 표명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나 일각에서는 현재의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지능정보화 기본법’으로 법 이름만 개정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뛰어넘는 AI 기술과 로봇, 이를 뒷받침할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상상만 하던 지능정보사회가 현실화 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 VR 체험을 위해 CES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강 의원은 “대한민국이 ICT 선도국가에서 지능정보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고 올바른 지능정보사회 구현으로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법부터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며, “저는 내실 있는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12월 입법 토론회까지 정부와 관련단체, 학계 등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여 법안을 수정 보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으로 주최한 김종철 연세대 법학연구원 공공거버넌스와 법 센터장은 “지능정보사회의 발전에 대응하여 종전의 법질서와 법 패러다임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의 사회에 대한 영향과 기술 발전의 양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나가는 가운데, 그 변화의 요체를 선별해 내는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능정보사회 기본법 입법세미나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안) 총 6개 장, 35조로 구성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안)은 아직 국회 사무처 법제실의 입안(검토) 작업을 거치지 않은 초안 상태를 기준으로 제1장 총칙(1조~5조), 제2장 지능정보사회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6조~17조), 제3장 지능정보사회 정책의 수립 및 추진 등(18조~22조)., 제4장 지능정보사회 윤리 등(23조~25), 제5장 지능정보사회 발전기반 구축(26조~32조), 제6장 보칙(33조~35) 등 총 6개 장, 35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1장에는 법의 목적과 정의, 구현원칙 등이 기술되어 있고 2장에는 주로 지능정보사회위원회의 설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3장에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관한 기본계획, ,정책 반영, 개발 및 연구와 관련된 조항이 기재되어 있으며 4장에는 개인과 기업의 관심이 많을 윤리 헌장, 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항 등이 담겨 있습니다. 5장에는 지능정보기술의 분류 기준 수립을 비롯하여 책임의 일반원칙, 의견 수립,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조항이 있고 마지막 보칙에는 지능정보사회 제반 현황의 국회 보고 내용 등이 실렸습니다. 

이에 대해 세미나 토론회에 참가한 정채연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기본법에 ‘인간중심’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및 지능정보사회라는 시대상황적 맥락에 적절하지 않거나 자칫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 교수는 기본법의 윤리헌장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윤리 규범을 행정부의 중앙기관이 공표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며 윤리의 규범적 속성을 고려할 때 원칙론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법인 대호 박종일 변호사는 주로 지능정보사회위원회의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부위원장 수를 명확히 명시해야 하며 상임위원 선정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위원장의 자격도 최소한의 경력 하한이 필요하다면 10년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으며 위원 구성도 의사결정의 무게추가 너무 정부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수정 보완할 것인지, 신규로 제정해야 하는지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래전략센터의 김형준 수석은 기존의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수정 보완할 것인지,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처럼 신규로 제정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수석은 “국가정보화 기본법이 ICT 특별법과 정보통신 전략위원회,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를 등 기본법으로서의 위치에 있다”며, “국가정보화와 지능정보화의 양립과 병존, 개폐와 발전 등 제반사항을 검토한 신규입법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지능정보사회에 기본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령에서 개발자, 서비스, 서비스 제공자 등의 단어를 정의하는 경우, 자칫 법령의 목표가 지능정보서비스 확산 등 산업, 서비스 진흥법령으로 오인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어수진 국회사무처 법제실 법제관은 “지능정보사회 정책추진 기본원칙은 주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규정되어 있으나 그 실질적인 내용에서 경계 불분명하고 일부 내용이 중복된다”고 말하며, 또한 “민관협력포럼 구성의 경우, 단순히 의견수렴뿐만이 아니라 이해관계 갈등의 기능도 함께하여 사회적 협의체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 법제관은 향후 과제로 “이 법안은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하고 이를 구현함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비하고자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윤리적 문제에 초점을 맟줬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그에 앞서 지능정보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한 지원 및 보상체계에 관한 내용이 보다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와 토론회를 지켜 본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이 ‘또 하나의 법으로 규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법의 목적과 취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예를 들어 법을 통해 만들어질 지능정보사회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에 따른 부처간 이기주의를 걱정하기도 했고 위원회가 지능정보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심우민 조사관은 이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SW산업진흥법, 정보통신융합법 등 지금도 각종 진흥법과 위원회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진흥법제 및 추진체계를 신설할지 정리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지능정보기술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시적 제도적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협의 및 조정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심 조사관은 지능정보사회는 기존 국가정보화기본법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강 의원은 2월 중으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조만간 또 하나의 법이 만들어질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목적대로 지능정보화 사회를 구현하고 발전시키는 법이어야지 지능정보사회를 ‘지능적’으로 규제하는 법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또 법이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