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3일 오후 11시에 미국보다 2시간 빨리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가 세계 최고와 동의어는 아니다.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5G가 상용화되면서부터 LTE가 느려진 경험을 한 사람들을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잘만 쓰던 카카오톡이 멈추고 넷플릭스가 먹통이 됐다. 몇몇 이용자들은 이동통신사가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LTE 속도를 일부러 느리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 LTE 속도 일부러 내려봤자 득 될 것 없어
| 5G-LTE, 백본망 공유해 속도 느려질 수 있어
| 인프라 확충과 네트워크 운용 경험 쌓아야
딱 2시간 빨랐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3일 오후 11시에 미국보다 2시간 빨리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가 세계 최고와 동의어는 아니다.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불만은 5G가 아닌 LTE 이용자들에게서 먼저 터져 나왔다.
5G가 상용화되면서부터 LTE가 느려진 경험을 한 사람들을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잘만 쓰던 카카오톡이 멈추고 넷플릭스가 먹통이 됐다. 스마트폰이 LTE 연결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란에서는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성토가 올라오고 있다. 여론의 원인 분석은 3가지다.
첫 번째, 통신사가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LTE 속도를 일부러 느리게 했다. 두 번째, 통신사가 5G 속도를 늘리기 위해 LTE 자원을 끌어다 썼다. 세 번째, 5G 인프라가 부실한데도 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기 위해 무리하게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론의 원인 분석을 굳이 분석해보자면,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아니다.
일부러 LTE를 느리게 만들었다?
일단 5G를 더 돋보이게 하려고 LTE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5G 서비스는 5G NSA(Non-Standalone, 비단독) 기반이다. 5G NSA는 3GPP에서 데이터가 끊길 것을 대비해 5G망뿐만 아니라 LTE망도 함께 사용하도록 정한 표준 기술이다. 따라서 LTE의 보조가 없으면 5G가 운용될 수 없다. LTE 속도를 일부러 낮췄다간 5G도 함께 느려진다.
연남색이 LTE, 초록색이 5G 주파수 대역이다 (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그렇다면 LTE 자원을 끌어다 쓴다는 두 번째 추측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LTE망을 이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5G는 LTE와 주파수 대역이 겹치지 않는다. LTE 주파수 대역은 850㎒부터 2.6㎓까지다. 5G는 3.5㎓와 28㎓ 대역을 이용한다. 즉 5G 이용자가 LTE망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또 LTE 가입자의 수가 5G 가입자보다 훨씬 많다. LTE 기술 개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9년의 LTE 속도는 초창기였던 2011년보다 16배 더 빠르다.
그럼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그럴 리 없다고 묵묵부답하던 KT는 19일, LTE가 끊기는 현상은 5G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장애라고 설명했다. 5G 기지국 업데이트 과정에서 LTE 폰이 5G 신호를 수신하는 오류가 생겼고, 반대로 5G 폰은 LTE 신호와 연결된 뒤 신호가 끊이지 않아 일종의 과부하가 생겼다는 것이다. KT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안심할 수는 없다. 5G와 LTE는 분명 여러모로 다르다. 사용하는 주파수도 다르고 기지국과 설비도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5G망과 LTE망은 기지국까지 연결하는 백본망을 공유하는 구조다. LTE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LTE 속도가 느려지고 5G 속도가 불만족스러운 건 맞지만 일부러는 아니다. 중과부적. 이통 3사는 5G를 위해 LTE를 느리게 하지 않았다. 다만 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붙이기 위해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프라 확충하고 운용 능력 키워야
5G는 주파수 대역이 높고 전파 거리가 짧아 기지국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이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과기부의 5G 기지국 현황에 따르면 4월 초 전국에 설치된 5G 기지국은 85,261개다. 그중 SK텔레콤이 38,213개, KT가 35,264개, LG유플러스가 11,784개다. 832,380개인 LTE 기지국 수의 1/10 수준이다. 그나마 수도권에 설치된 기지국 수가 54,899개다. 업계에서는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12만 개의 기지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완료되는 시점으로는 내년을 점치고 있다.
기지국 수뿐만 아니라 5G 운용 경험도 중요하다. 5G 주파수 대역은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이 있으면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기지국이 촘촘해도 커버리지가 중첩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실내와 지하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5G의 외부 커버리지 확대와 실내 품질확보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비약적인 개선은 올해 안으론 힘들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또 현재 5G 서비스는 3.5㎓ 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보다 대용량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28㎓ 대역은 3.5㎓ 대역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거리가 짧아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시작은 빨랐다. 그러나 시작이 반은 아니다. 시작은 시작이다. 5G는 이제 막 걸음마를 땠다.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