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는 연말까지 약 500만 명이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입자 수만 보자면 괄목할만한 성과지만, 이동통신 3사 전부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하락했다. 지금까지 5G 상용 서비스는 외형적으로만 성과를 거뒀다. 서비스 제공자는 5G를 통해 뚜렷한 이득을 보지 못했고, 사용자는 5G와 LTE의 다른 점을 체감할 수 없었다. 아직 5G는 5G가 아니다. 4.5G이기 때문이다.
5G, 아직 LTE 보조 없으면 제 기능 못해
3.5GHz 대역과 달리 28GHz 대역 미사용
마땅한 사용처 없어 활용 방안 고심해야
오는 12월 1일은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4월 3일에는 5G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과기정통부는 연말까지 약 500만 명이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세계 최초 5G 상용 서비스, 하지만…
가입자 수만 보자면 괄목할만한 성과지만, 이동통신 3사의 3분기 실적은 그렇지 않다.
SK텔레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021억 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0.7% 감소했으며, KT의 올해 영업이익은 3,695억 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15.4% 감소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559억 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31.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5G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증가했으나 마케팅 및 네트워크 투자비용도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선 5G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 LG전자 'V50 ThinQ 5G'가 LTE 스마트폰보다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다.
지금까지 5G 상용 서비스는 외형적으로만 성과를 거뒀다. 서비스 제공자는 5G를 통해 뚜렷한 이득을 보지 못했고, 사용자는 5G와 LTE의 다른 점을 체감할 수 없었다. 아직 5G는 5G가 아니다. 4.5G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홀로 못 서는 5G
현재 상용화 된 5G는 5G 단독으로 동작하지 않는다. 단독으로 동작하는 5G 단독모드(Standalone; SA)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5G 비단독모드(Non Standalone; NSA)는 LTE와 함께 동작한다.
5G SA와 달리 5G NSA는 5G 표준이 등장하기 전인 3GPP Release-12부터 기반 기술이 등장했다. Rx(Receive)와 TX(Transmit)를 지원하는 단말이 하나 이상의 기지국이 제어하는 리소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DC(Dual Connectivity) 기술은 이용자가 많은 곳에서의 원활한 LTE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안되었다.
2.6GHz 이하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LTE 기지국, 3.5G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LTE 스몰 셀(small cell) 기지국의 커버리지가 중첩된 곳에 있는 LTE 단말은 DC 기술을 통해 양 기지국의 리소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3.5GHz 대역은 이후 5G 기술로도 지원되도록 정의됐다.
NSA는 LTE와 함께 이미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SA보다 구축이 빨랐다. SA는 11월인 현재, 각기 다른 제조사의 5G 코어 장비와 기지국 장비, 부가 장비 등을 연동한 시연이 이뤄지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상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한 길만 가는 5G
지난 2018년 6월,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경매 결과를 발표했다. 치열한 입찰경쟁 끝에 SK텔레콤과 KT는 3.5GHz 대역의 총 280MHz폭 중 100MHz폭을 각각 1조 2,185억 원, 9,680억 원에 낙찰 받았고, LG유플러스는 나머지 80MHz폭을 8,095억 원에 낙찰 받았다.
▲연남색이 LTE, 초록색이 5G 대역이다
(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반면 28GHz 대역은 3사가 800MHz폭 씩 SK텔레콤이 2,073억 원, KT가 2,078억 원, LG유플러스가 2,072억 원으로 낙찰 받았다. 당장의 활용도가 높은 3.5GHz 대역과 달리 28GHz 대역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3.5GHz 대역은 sub-6GHz 대역에, 28GHz 대역은 mmWave 대역에 포함된다. mmWave는 sub-6GHz보다 빠르다. 사실상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은 sub-6GHz가 아닌 mmWave에서 경험할 수 있다.
mmWave는 그러나 빠른 직진 신호 특성으로 회절성이 낮아 장애물을 회피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sub-6GHz 기지국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3사는 모두 2020년을 28GHz 서비스 시작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mmWave를 지원하는 칩셋도 개발해야 한다. 퀄컴은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칩셋을 올해 말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출시된 5G 스마트폰 모뎀은 28GHz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mmWave의 속도를 경험할 수 없다.
아직은 쓸데가 마땅찮은 5G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5G가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르고, 지연속도가 1/10이며, 연결성이 10배라도 사용처가 명확해야 한다. 5G는 ‘빠른 LTE’가 아니라 오롯이 ‘5G’가 되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5G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효과적인 활용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5G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분야로는 C-V2X 기반 C-ITS, VR/AR/MR 및 홀로그램, 스마트팩토리 등이 꼽히고 있다.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는 차량이 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사고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으로, 차량과 주변 사물과의 통신에 5G 기반 C-V2X(Cellular Vehicle-to-everything) 기술을 활용한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C-ITS 사업을 추진하며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실증 사업을 벌였고, 이동통신 3사가 여기에 참여했으나 관련 법안이 아직 미흡해 상용화가 요원하다.
VR/AR/MR 및 홀로그램은 5G를 통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지면서 각광받게 된 차세대 콘텐츠 형태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정말로 원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점이 여전하다. 일례로 구글은 지난 10월 15일, VR판 유튜브를 목표로 시작한 ‘구글 데이드림 VR’ 프로젝트를 3년 만에 중단했다. VR이 대중적인 콘텐츠 시장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홀로그램은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콘텐츠이긴 하나 아직 명확히 구현되지 않았다.
AR와 MR은 제조업 같은 산업계에서 연결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장비를 해체하지 않고서도 AR 글라스나 고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장비를 보거나 비추는 것만으로 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비숙련 근로자가 숙련 근로자의 표본을 AR로 보면서 따라 할 수도 있다. 이때 사용되는 데이터 전송에 5G가 활용될 수 있다.
▲SK텔레콤의 산업용 5G 모뎀 (사진=이수민 기자)
그러나 공정에는 5G가 쓰이지 않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안정성 때문에 여전히 이더넷과 같은 유선 통신이 무선 통신보다 선호된다. 무선 통신에서도 와이파이, 블루투스, 지그비 등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산업용 5G 모뎀 역시 아직 미비하다. SK텔레콤이 지난 10월 23일, ‘2019 사물인터넷 국제전시회’에서 소개한 ‘산업용 5G 모뎀’ 외에는 상용화 제품도 없다.
그럼에도 5G로 가야하는 이유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5G 이동통신 가입자는 베타테스터”라며 그 이유로 5G의 성능을 구현할 인프라와 콘텐츠와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5G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방 후 한국은 언제나 성숙한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던 후발주자였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AI를 들 수 있다. 현재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이 되어가는 AI지만,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5G는 다르다. 5G를 상용화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5G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다. 1년이라는 경험을 먼저 쌓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G 시장에 뛰어들 국가들은 한국의 노하우를 참고하고 한국의 기술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라는 5G 마케팅 구호가 아직은 허상처럼 느껴지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그동안 쌓아온 우리 기업들의 5G 역량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비싼 5G 요금을 내면서 LTE 우선모드로 5G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