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딱딱한 논문 주제같은 제목으로 이번 ‘기자 수첩’을 시작합니다.
지난주에 열린 한 ‘글로벌 스타트업 포럼’의 패널 토크에서 사회자가 중국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국전문가도 조심스러워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거나 한류 문화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국제 정치관계지도에 미치는 영향도 아니고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진출과 관련해서 물었으니까요.
“사드가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다소 딱딱한 논문 주제같은 제목으로 이번 ‘기자 수첩’을 시작합니다.
지난주에 열린 한 ‘글로벌 스타트업 포럼’의 패널 토크에서 사회자가 중국전문가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국전문가도 조심스러워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거나 한류 문화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국제 정치관계지도에 미치는 영향도 아니고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진출과 관련해서 물었으니까요.
사드와 관련된 국제 정세와 국내 스타트업의 중국 생존 관계를 예상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망하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이 분명 크고 매력있는 시장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해외진출 성공여부가 곧 비즈니스 성패가 달린 문제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KOTRA(사장 김재홍)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중국시장 진출과 한중 기술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확보를 위해 지난달 23일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중국 벤처캐피탈과 기술 파트너링 유망 기업 등을 초청해 ‘1:1 파트너링 상담회’을 개최했다.
지난달 KOTRA가 개최한 ‘한중 스타트업 비즈니스 파트너링 포럼’ 행사는 이러한 실정을 잘 말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중국 VC 투자유치 지원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중국 유망 투자가 및 기술협력 희망기업 32개사와 국내 스타트업 51개사, 기술 연구담당자 48명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술이전, 공동연구, 제품 수출, 스타트업 진출 등 총 200여 건의 심도 있는 상담이 진행됐습니다.
행사 내용만 보더라도 국내 스타트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포럼’에 참가한 기업이나 패널토크의 토론자들도 이와 같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귀로 말하는 이어셋’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한 스타트업 해보라(대표 신두식) 역시 성장과 시장성을 가진 ‘대륙’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해진 해보라 중국법인장은 중국시장 진출에 가장 중요한 점을 ‘현지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작은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개발, 업그레이드 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는데 대단한 건 중국업체 대표도 그것을 기다려 주더라, 그 기간 동안 중국업체 대표와 신뢰 관계를 맺은 것이 밑바탕이 되었다.”
스타트업 ‘미로’는 세척할 수 있는 IoT 가습기로 중국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로는 가습기를 필요로 하는 지역과 날씨, 그리고 경쟁사 제품 분석을 다 마친 다음에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처음에 맞닥트린 문제에 대해 조홍경 본부장은 ‘미로’라는 상표권이었다고 회고 했습니다. “같은 한자 표기를 한 업체가 등록한 상표가 있어 한자를 바꿔야 했다. 중국에 진출하려면 상표권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미사용 상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안 통하는 나라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유통 전략을 세울 때 한국회사가 한국유통총판 소개->중국총판->중국판매회사로 가면 복잡하기도 하고 관세도 붙기 때문에 한국법인에서 중국판매법인으로 바로 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접투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 자본금 투자 요령과 법인설립 기간, 각종 세제 혜택과 부지 지원을 하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패널 토크에 나선 토론자들도 저마다 자신들이 체득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미경 르호봇 글로벌사업 상무는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고, 이에 김선일 위너스랩 이사도 “중국은 하나의 상권 아니다. 다양한 인종과 시장이 존재하는 여러 상권이 존재한다. 먼저 중국 시장의 어느 상권, 어느 부분을 공략할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투자 유치할 때, 반드시 중국 투자사의 자본이 해외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조규훈 SBI 벤처투자본부 중국담당 부장은 “한국에 벤처캐피탈이 126개라면 중국은 1만개이다. 시장이 있고 투자자가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해외기업이 중국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예전에는 중국 투자사들이 사업계획서만 보고도 투자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고 더구나 사드 문제 때문에 모든 게 스톱된 상태이다. 중국 자본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인데, 중국 투자를 유치할 때는 반드시 중국 투자사의 자본이 해외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술 관련 관심도에 대해 장선 코트라 전문위원(중국 크라우딩 펀딩)은 “중국투자자 초청 많이 해보지만, 중국기업이 더 앞서있는 VR, AR과 같은 기술보다는 차라리 하이테크, 바이오, 로봇이라든가, 고유의 기술에 중국 투자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이 발언 말미에 공통적으로 한 말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두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장해진 해보라 중국법인장은 “스타트업들이 중국에 오면 자본이 부족하니까, 빨리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데,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 가라는 말처럼 신중해야 한다”고 했고, JD 사운드 김희찬 대표는 “지금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중국시장은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적어도 3년은 봐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선일 위너스랩 이사 또한, “중국 투자사들은 스타트업의 진화하는 서비스를 본다. 약간 불안정해도 개선하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제품을 본다. 한국업체처럼 단번에 끝장내려고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 참, 사드가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대답은 아직 하지 않았네요.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은 “사드 문제 과정에서 중국의 신뢰가 많이 깨져 그 이전으로 복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나중을 위해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양국이 경제만은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 그런 준비를 하는 기업이 사드 사태 이후에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