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어가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적인 RE100 달성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RE100 가입 현황 일부 (출처: 한국RE100협의체)
글로벌 기업→국내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사례↑
비용·제도·인프라·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 등 문제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한 캠페인으로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어가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적인 RE100 달성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RE100'은 2014년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각 기업에서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글로벌 기업 간 협약이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RE100에 가입 후 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가입 업체는 △SK 계열사 7개(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고려아연 △미래에셋증권 △롯데칠성음료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자동차 △기아 △KT 등 24개사(22년도 기준)가 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는 2050년까지 전체 사업장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골자로 하는 ‘환경경영전략’을 내놨다.
SK텔레콤은 5G 등 더 빠른 데이터 속도를 충족하기 위해 기지국 장비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늘어난 전력 사용량을 상쇄하기 위해 근원적인 넷제로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RE100 참여, 타의 vs 자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지만, 결국 RE100은 기업의 자발적인 협약이며 가입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최근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자사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는 동시에 국내 대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며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요구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점차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중견 기업 등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협력사에 대한 RE100 참여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최근 계약서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결국 RE100 본질과 달리 RE100 참여 대기업들 중 일부 기업들은 타기업에 참여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 수출 주도형 국가로, 공급망 이슈로써 타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 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려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RE100 이행 어려운 이유 ‘비용 부담’
지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RE100 실천이 어려운 이유로 비용 부담이 전체의 35%로 꼽혔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을 이용하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거나, 사용한 전력만큼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해당 3가지 조달 방식이 모두 유럽의 1.5~2배 수준에 달한다.
SKT는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고 있으나, 현재 넷제로 이행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통한 조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업체 관계자는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수십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중소·중견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상공회의 자료에 따르면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이 대두됐다.
2021년 국내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대상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 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 TWh, 30개 기업은 102.9 TWh의 전력을 소비한 것에 비해,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 TWh 에 불과했다 .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 가장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대기업, 통신업계 등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경영이 떠오르며 RE100 이행과 더불어 넷 제로의 달성은 앞으로 우리 미래를 위해 불가피해 보인다. 탄소 중립 달성이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는 지금, 모두가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편에서는 국내 RE100 이행을 위해 만든 한국형 RE100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내용에 대한 현황을 다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