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졌다. “지능형 반도체 사업을 왜 해야 합니까”. 송용호 지능형반도체추진단 단장은 대답했다. “그 동안 (IT)세트 수출로 먹고 살았다면, 이제는 부품이다. 지능형반도체는 ICT 융합부품이다. 부품하나가 세트인 시대로 들어섰다”
그의 말처럼 자명하고,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부는 반도체와 같은 기반 기술에 예산을 줄이고, 그마저 당장의 성과를 요구한다. 국민 세금을 쓰는 일이니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사업이 끝나는 2020년까지 마음만 급하다.
당장 그동안 투자한 시스템반도체 중에 잘 만들어진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물을 때는 답답하기만 하다. 시스템반도체의 태생이 주문형 설계라는 것. 백화점에 내놓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 커스터머가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
인터뷰 / 송용호 지능형반도체추진단 단장
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졌다. “지능형 반도체 사업을 왜 해야 합니까”. 송용호 지능형반도체추진단 단장은 대답했다. “그 동안 (IT)세트 수출로 먹고 살았다면, 이제는 부품이다. 지능형반도체는 ICT 융합부품이다. 부품하나가 세트인 시대로 들어섰다”
그의 말처럼 자명하고,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부는 반도체와 같은 기반 기술에 예산을 줄이고, 그마저 당장의 성과를 요구한다. 국민 세금을 쓰는 일이니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사업이 끝나는 2020년까지 마음만 급하다.
당장 그동안 투자한 시스템반도체 중에 잘 만들어진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물을 때는 답답하기만 하다. 시스템반도체의 태생이 주문형 설계라는 것. 백화점에 내놓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 커스터머가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
더구나 IoT라는 단어가 상업광고 전면에 부각될 정도로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트렌드가 대세인 지금,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송 단장은 말한다. 그는 IoT 시대에는 시스템반도체를 만들어 ‘대박’을 맞는 성공 스토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의 말마따나 현재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인터뷰를 위해 찾은 한양대학교 교정도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인터뷰는 공과대학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신윤오 기자>
“IoT, 웨어러블의 시대는 지능형반도체의 시대”
-우선, 지능형 반도체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할 것 같다. 기존의 시스템반도체와는 무엇이 다른가
지능형 반도체의 핵심은 시스템반도체이다. 시스템반도체가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확장된 개념이라는 뜻은 소프트웨어 기능이 많이 들어간 것인데, 소프트웨어 기능을 반도체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도 더 많은 기능을 해야하고 소프트웨어도 더 많이 확장해야 한다.
블랙박스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엔 블랙박스가 카메라 기능만 있었는데 요즘은 차선이탈경고 기능도 있다. 또 신호등이 바뀔 때 출발하지 않으면 알려주는 기능도 생겼다. 기존의 시스템에 추가 기능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기존 시스템반도체 기능에 지능형 서비스가 더 추가된 형태를 지능형 반도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거나 반도체 연결 외부시스템이 제공했던 서비스들이 이제는 칩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반도체 영역과 같다고 보면 되고, 그 안에 들어간 기능이 고급화되고 지능화되고 고성능화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능형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를 조금더 확장한 개념
-쉽게 말해 지능형 반도체를 시스템반도체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가.
지능형반도체가 조금 더 포괄적인 분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성장동력의 지능형 반도체 추진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부의 미래성장동력에 각 분야별로 추진단이 19개가 있고, 그중 하나가 지능형 반도체 추진단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미래성장동력의 원래 취지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가 어떻게 성장할 것이며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이냐를 만드는 데 있다.
이미 13대 성장동력을 추진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과 미래성장동력의 범부처 사업이 합쳐지면서 19대 산업분야가 됐다.
문제는 예산 확보 작업이 늦어진 것이다. 지능형 반도체 추진단은 지난해 4월 30일 발족하면서 처음으로 한 작업이 2020년까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었다. 추진단의 실행계획서를 만들었는데 그 시점이 2014년 6월말, 그 때는 이미 예산 책정 시기가 지난 때였다.
현재 반도체 관련 사업은 각 부처별로 해오던 일을 하는 것이고, 사업단은 지금 2016년 예산을 세우고 있다. 사업단이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외부에서 볼 때는 올해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지능형 반도체가 다른 성장동력 분야와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른 추진단의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는 현재가 시작단계고, 미래가 활성화 단계이다. 하지만 지능형반도체는 이미 전쟁터이다. 매출도 일어나고 있고 사업도 활성화 단계이다. (다른 분야와는) 양상이 다른 경우다. 지능형 반도체의 과제는 어떻게 기존사업을 활성화하고, 어떻게 대외적 장애요소를 극복할 것인가이다.
-앞서 말한 대외적 장애요소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이미 특정한 부품은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DTV 부품은 외국업체들이 싸게 잘 만든다. 성능도 뛰어나다. 그래서 프리미엄 칩을 개발해서 수요을 만들면 좋은데 기술 수준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가 되면 그게 차별성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CPU에 따라 PC 성능이 크게 좌지우지됐지만 이제는 가격이 싸다고 해서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조금 싼 것을 사도 그 성능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부품에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제품별로 경쟁사, 라이프사이클 등 총체적으로 분석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갈수록 시장에서 어려움 겪을 수밖에 없다.
수 천 만개 칩 공급하던 시절은 가고, 이제는 리치마켓 특화제품 만들어야
-외국 반도체사들의 기술 발전이 무척 빠르다. 지금부터 열심히 해도 따라잡긴 힘들지 않겠냐고 말하는 의견도 많은데.
그런 이야기는 많이 한다. 실제 중국이 따라오고 있고 우리는 (선진기술을) 놓치고 있다. 타깃 설정을 하는 데 머리가 아프다. 우리 기업들도 기업간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수직계열화가 아닌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고, 한국 업체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에서는 하나의 칩이 몇 천 만개를 공급하면서 시장을 확보했지만 IoT, 웨어러블 등의 시대로 가면 그게 안된다. 리치마켓에 특화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수 천 만개의 칩을 공급하는 시기는 지나갈 것이다.
이제 시장은 다양한 성능을 가진 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다시 각광받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IoT, 웨어러블과 같은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갈 만큼 마켓볼륨이 크지 않다. 작은 볼륨에 대응하는 제품은 중소기업이 만들고, 큰 볼륨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은 대기업이 만드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맞이하는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인식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느끼는 (트렌드 변화에 대한)이슈는 유사하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시스템반도체를 주도하여 시장에 진입시켰지만, 최근 대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시장이 다양한 분야로 분화되고 있어 중소기업과 같이 해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지능형 반도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는가.
정책도 지능형 반도체 틀 안에서 진행할 것 같다. 사실 예산도 많지 않다. 정부의 미래성장동력 사업의 홍보가 미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부가 올해부터는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IT 트렌드 변화에 따라 반도체 기술 외에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기술에 대한 엔지니어링도 중요하지만 어느 때보다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고객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한다. 그것이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다. 기업은 마케팅 능력을 대폭 키워야 한다. 지금은 대기업에 가격 맞춰 파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이 무엇이 필요한지 듣고, 만들어서 수요에 맞춰 그에 맞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각 분야별 추진단 간에 융합 방안 논의하고 있어
-최근 정부는 IoT, 3D프린팅, 웨어러블 등의 분야를 키우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사업과 지능형 반도체가 연계되는 노력이 있는가.
그러한 작업이 최근에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로봇하는 사람이 모여서 실행계획 만든다고 한다면 거기에 반도체 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냥 필요한 부품은 사다가 쓰면 되지, 라고 생각한다. 그래가지고는 연계 고리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제기를 했다. 정부의 역할중 하나는 서로 다른 산업의 연계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별 추진단간에 융합방안에 대해 설문조사하고. 어떤 분야의 추진위와 추진위가 긴밀하게 움직여야 하는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융합연계 과제가 나오면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들었다.
반도체의 재료는 '사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예산 문제도 중요하고 융합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력양성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실제로는 기술의 핵심은 사람이다. 반도체 산업은 재료랄 게 없다. 누가 먼저 창의적 아이디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해서 물건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이 재료다. 반도체, 소프트웨어의 원자재는 사람이다. 반도체를 키우려면 핵심은 ‘사람’이다.
실리콘밸리가 단지 좋은 회사들의 물리적 집합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개발할 환경이 만들어졌고, 그 환경에서 사람이 ‘유통’된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나온다. 성공 스토리가 나온다는 것은, 이러한 스토리를 찾는 사람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유통’되는 채널이 만들어진 것이 실리콘밸리의 성장 비결이다. 우리는 ‘사람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 취약하다. 사람을 공급하는 것도 취약하다.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도 석세스(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게임 분야는 좀 있는 것 같은데, 시스템반도체에도 그런 스토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됐으면 한다.
엔지니어의 고민은, 엔지니어 삶을 시작해서 엔지니어로써의 경력을 어떻게 끝낼 것이냐, 이다. 나중에 나에게 어떠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냐, 이런 문제가 중요하다. 실례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은 젋은 친구가 자기는 스타트업만 가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20년 간, 스타트업을 5년씩 4번 도전해서 그중 한번만 성공하면 은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네 번 중 한번의 성공 확율을 믿지 않는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의 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성공 확율이 높아지는 그런 게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력 양성 투자는 '꾸준히' 줄어...원격 강의 확대해야
-성공 스토리는 고사하고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도 미흡한 것 같은데.
우선적 투자, 배정을 요청했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인력 예산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2002년 경에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사업이 연간 200억 원 규모였는데, 그게 ‘꾸준히’ 줄어서, 재작년에는 20~30억 원으로 줄었다. 앞으로 인력양성에 대한 예산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 양성은 미래성장 측면에서 예금이 아니라, 적금을 붓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인력 양성 방식에서 변화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몇 가지 논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에 지원금을 줘서 인력양성하고, 그다음에는 기업을 지원해 주고 그 다음에는 클러스터라고 해서 산업분야별로 모아서 인력을 양성했다.
인력 양성의 본질은 핵심기술을 가르쳐주고, 이 사람들을 산업에 진출하게 하는 것이다. 본질이 변화할 수는 없다. 다만, 변화하는 기술수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다.
그래서 기업과 대학이 같이 연구 수행해서 인력이 수시로 교류할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소위 산업밀착형, 융합형 인력양성 모델이다. 대학의 인력과 기업 인력이 장기간 같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을 위한 원격강의가 도입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의 학생이 학교로 오가지 않아도 원격지에서 실시간 수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한다. 정부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원격 교육 환경을 만들고 장려해야 한다.
-지능형 반도체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전체적인 R&D 예산이 줄어서 신규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체들의 적극적 참여 필요하다.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수요에 맞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시 수요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능형 반도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게 아니다. 과거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하시는 분들이 수요조사에 참여하는 게 맞다. 수요가 활발하고 다양해질수록 정부에서도 예산확보하기가 좋다. 많은 수요가 있으면 정부에서도 힘을 받는다. 민간에서 이런 수요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전방위 협력이 필요하다.
산업분야의 토양를 탄탄하게 만들고, 토양이 탄탄하면 먹고 살게 많아질 것이다. 합심해서 토양을 건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한다.
우리의 생존전략이 적절한 게 무엇이냐고 할 때,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 전략대로 가면된다. 그걸 빨리 정하는 게 중요하다.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한다. 지금은 그 큰 그림을 다듬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사진설명> 송용호 단장이 한양대 멀티미디어시스템반도체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SSD 보드를 들고 있다. 이 보드는 누구나 만들어보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소스를 세계 최초로 모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