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은 이러한 요건들을 충분히 반영한 카피다. ‘침대≠가구’라는 등식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가구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역설한 말이다. 따라서 ‘침대=과학’이라는 말도 침대가 과학이라는 말이 아니라 과학만큼의 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한때,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오인한 초등학생이 많아 교육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이야기가 돌았다.
인간의 언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곤란할 때가 많다. 은유네 직유네 하는 말을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 문구는 더욱 반어적으로, 더욱 역설적으로 과장한다. 일단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언어의 질서를 파괴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은 이러한 요건들을 충분히 반영한 카피다. ‘침대≠가구’라는 등식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가구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역설한 말이다. 따라서 ‘침대=과학’이라는 말도 침대가 과학이라는 말이 아니라 과학만큼의 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 문구가 나온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말은 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보다는 가구=과학,이라는 등식을 현실화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스마트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기 설치나 아이의 체형과 키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해주는 책상,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주방가구, 음향장치를 단 소파와 같이 일부 모델에 한한다. 가구는 목재가 아니라 전자장치라고 할만큼의 형태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테크노파크가 조직한 센서융합포럼의 시도가 긍정적인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0일 테크노파크 6층 회의실에 센서업계 관계자와 가구업계 관계자들 수십 명이 모였다.
서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다. 센서는 가구에의 응용시장에, 가구는 센서기능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자는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공통의 관심사가 이들을 만나게 했다. 센서는 연 10조가 넘는 가구시장에서 응용분야를 찾고, 침체된 가구업계는 새로운 편의장치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린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타임센서가 아닌 사람을 감지하여 욕실전등을 켜거나 도어락을 동작키는 센서, 의자에 운동기능을 지원하는 센서가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보조 지팡이와 같은 포터블 가구, 침대를 자동으로 정돈해주는 스마트침대, 컴퓨터와 연결되어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책상, 의류의 구김이나 냄새를 없애주는 스마트옷장 등은 현재 판매가 되고 있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센서 관계자와 가구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센서를 적용하려면 전원이 필요한데 이동식 가구에는 어떻게 해결하냐는 의견부터, 한번 사면 오래 사용하는 가구의 특성상 순환될 수 있는 스마트가구를 어떻게 만드느냐, 스마트가구들을 어디에서 컨트롤하느냐의 문제, 스마트가구의 주체는 센서업체냐, 가구업체냐의 문제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문제제기에 이어 액세서리형의 센서 제품을 가구에 부착하는 방법이나 실버 시대를 맞이하여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침대나 소파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그렇다. 일단 만났다. 센서업체와 가구업체가 만났다는 게 중요하다. 만났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만났기 때문에 부족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센서는 가구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과도 만나야 한다. 우선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서로를 알아야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만남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전제해야 한다.
융합은 만남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