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진 한국센서학회장
다양하게 분화된 기술로 소량 다품종 시장 만들어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최신 IT 트렌드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디바이스 최전방 단에서 센서(Sensor)를 만나게 된다. 이른바 연결(커넥티비티)의 시대, 접촉하는 사물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읽어내는 역할을 하는 센서의 가치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도 센서 산업 살리기에 다시 나섰다. 최근 2년 여간의 준비 끝에 시작된 ‘센서산업고도화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센서육성사업은 2020년까지 총 150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의 목적은 결국 하나다. 국내 센서 산업을 키워서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의 스타기업을 몇 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센서 산업을 일으키는 일에 기업체, 정부와 함께 학계도 발로 뛰고 있다. 센서 산업의 R&D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학계의 대표적인 단체, 한국센서학회의 수장 전국진 학회장(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국내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이자 권위자인 그가 생각하는 IoT 시대의 센서란 무엇이고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개강을 일주일 정도 앞둔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신윤오 기자>
-우선, 한국센서학회를 간략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학회는 올해로 창립한 지 25년 됐습니다. 회원은 약 1,300명입니다. 특히 2013년부터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1월 부산에서 IEEE Sensors Council 주최로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참고로 IEEE에는 45개의 소사이어티가 있는데, 센서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센서를 말하기에 앞서, 용어 정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센서와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를 혼용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실 70년대까지 만해도 MEMS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센서, 마이크로센서, 반도체센서라고 불렀습니다. 80년대에 MEMS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MEMS와 센서를 혼용하며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센서는 말 그대로 센싱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개념이고, 거기에 엑추에이터가 붙으면서 컨트롤 기능을 갖습니다. MEMS는 이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MEMS는 어떠한 상품이 아니라 기술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MEMS 기반의 센서라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센서가 IoT 시대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국내 센서산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국내 센서 산업을 이해하려면 센서의 히스토리를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부품을 반도체 방식으로 만들면 가격도 싸지고 정밀해지지 않겠느냐며 70년 대에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MEMS라는 말이 나오면서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반도체로 만든 기계부품으로 시작한 MEMS는 70년대에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다가 80년대는 자동차용으로 많이 썼습니다. 자동차에 압력 센서나 가속도센서를 대중적으로 적용한 것은 실제로 몇 년 안 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고급차에만 적용했었는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돼 버렸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센서도 분명 발전의 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빠르게 발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법입니다. 센서가 반도체 만큼 폭발적인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표준화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는 표준화가 잘 되어 있어 대부분 설계는 설계만 하고 공정은 공정만 합니다. 커머디티(공산품)가 있는 디램 시장과는 달리, 센서는 커머디티가 될 수 없습니다.
시스템에서 가장 처음 인풋이 들어오는 중요한 부분인데 이게 표준화가 안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같은 TPMS만 해도 자동차 회사도 다르고, 만드는 회사도 다르고, 만드는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메모리는 똑같습니다. 기본 셀이 똑같고 회로도 똑같습니다. 표준화가 안된 것이 센서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센서 육성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사업을 구심점으로 센서 산업이 잘 됐으면 한다."
-표준화가 센서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말인데, 좀더 자세한 설명을 한다면.
예를 들어, 압력센서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활용 범위만 다른 게 아니라, 광학적, 물리적인 방법처럼 (만드는) 방법도 다릅니다. 근데 메모리는 (만드는 방법) 단 하나예요. 메모리는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점점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지만 센서는 달라요. 센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자꾸 새로운 가지가 생기듯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집니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은 큰데, 종류는 모두 달라 각각의 시장이 작게 보입니다. 따라서 구성하는 회사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 두 가지 센서 종류만 있었다면 한 두 회사만 남았을 겁니다.또 메모리의 경우, 설계 공정 패키징 등 서로 역할이 다른데, 예전에 센서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야 했습니다. 그런 점이 발전 속도를 더디게 했다고 봅니다.
-센서의 성격 자체가 센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 같은데요.
메모리의 경우, 새로운 셀 구조를 만들어 회로를 개선했다면 안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센서는 작동하는 법칙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예요. 그래서 남이 만든 센서를 가지고 변종을 만드는 일도 쉽습니다. 그만큼 재료도 다르고 다양성이 많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센서 발전의 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요.
정부가 기반이 약한 센서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정부가 돈을 쓰지 않은 게 아닌데 산발적으로 지원하면서 발전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IMF 거치면서 센서 관련 기업들이 문닫고, 그때 나온 사람들이 회사를 차려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정부의 센서육성사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렇다면 국내 센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기술 수준이라면 산업적(생산) 기술과 R&D 기술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산이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R&D가 더 중요해요. R&D 잘하는 회사가 한 품목에 집중에서 80% 이상 지배하는 것이 아닙니까. 국제 학회를 보면, 2000년 초까지는 한국 논문수가 3등이었는데, 최근에는 6등을 합니다.
독일, 스위스가 앞질렀고, 이제는 밀려서 대만과도 싸워야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센서 사업(센서산업고도화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사업을 구심점으로 센서 산업이 잘 됐으면 한다. 최근의 IoT 트렌드 덕분에 관심은 많이 가져주시는데, 우리가 할 일은 있을 것 같습니다.
-학회는 상반기 IoT와 센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도 했는데,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인가요.
학회는 한쪽으로 쏠리기가 힘들어요.(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IoT 관련 심포지엄을 하는 것이지 그쪽만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사업 통해 센서 전문인력 DB도 만들 것”
-학회에서는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 센서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기업이 최대 100개 정도 되는데, 그 중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10개 정도입니다. 회사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인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문가 인력 DB입니다. 학회가 그런 ‘복덕방’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이번 센서지원사업에도 그런 사업이 들어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센서관련 사람의 DB를 만들 것입니다.
-학회가 할 수 있는 ‘복덕방’ 역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지난 3월말에 학회에서 센서유관기업인 초청했어요. 약 25개 기업의 책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런 행사를 기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사람들이 서로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기회가 됐습니다. 서로 알고 싶어하는 열띤 분위기였고 모두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만큼 센서를 하는 사람들이 모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중의 하나가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테크노파크 주도의 센서융합포럼이 응용산업 중심의 이종산업간 모임을 만들어 잘 하고 있지만, 우리 학회는 그것보다는 스마트폰, 자동차 설계 공정하는 사람, 수요기업 등 기술중심의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IoT 시대의 센서, 결국 홈에서 시작할 것
-기업들의 호응은 어떠했습니까.
센서업계에는 조그만 회사들이 많다 보니 학회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회라는 구심점이 있어야 기업이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습니다. 나는 센서업계에도 말하고 싶습니다. 학회를 이용하라고. 전자공학회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하이닉스가 과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학회가 하이닉스를 지지하는 신문 호소문 광고를 내줬어요. 자기들이 직접 얘기하면 안 믿어주는 이야기도 학회가 나서 주니까 달랐습니다. 그런 것들이 센서업계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IoT 시대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센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어떤 분야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얘기합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아직은 단품 형식으로 여러 개 나와 있는 것을 IoT 제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통신 기능을 가지면서 IoT라고 부르고. 기능이 많아지면서 여러 종류의 센서가 한 모듈에서 필요하게 됐습니다. 여러 종류의 센서가 하나의 패키지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만들 때부터 몇 가지 센서를 같이 만들거나, 패키지가 하나로 된 것이 더욱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IoT 제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시작은 홈(Home) 위주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단품이기는 하지만 이미 제품이 많이 나와 있고, 이제는 복합적 성격으로 가기 때문에 기능을 모으고, 작게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사실, 기술이 없는 것보다 시장이 없는 것이라고 해야 맞는 말입니다. 센서도 이미 개발된 기술이 많이 있어, 이제 어떻게 하나로 묶느냐가 핵심입니다. 센서 칩을 만들고 복합적인 기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작업들을 위해 대기업은 인력도 보강하고 시작한 것으로 압니다.
센서 육성 사업 통해 1천억원 매출 규모의 스타기업 키워야
-학회 활동을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한편으론 어려움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학회의 어려움보다는, 산업계와 함께 일을 하다보니 산업계에서 고생을 참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감사할 정도입니다. 그분들이 버티고 있으니 그나마 센서 산업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지만 이번 센서육성사업을 계기로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만들어줄(생산)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작은 기업이 큰 투자를 못하니까, 제품의 질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센서산업고도화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의 사업단 단장을 맡은 것으로 압니다. 중책을 맡았는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어떻게 하다보니 과제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사업(안)을 만든 전자부품연구원의 박효덕 단장과 같은 여러 분들과 함께 일을 할 것입니다. 올해 안에 인력, 기술에 대한 세부적인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제를 통해 센서 스타기업 2개는 나와야 합니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거두는 기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IoT와 맞물려 6년 내(사업기간)로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기술 개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생산 가능한 기술인지가 중요합니다. 국내서 필요한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해외 시장에 통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국내 시장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게 목적입니다. 이번에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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