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센서 산업을 2025년 4대 강국으로 올려놓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센서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관 60여명이 참여하는 ‘첨단센서 2025 포럼’을 발족했다.
“2025년까지 4대 강국 진입”
국내 센서 산업을 2025년 4대 강국으로 올려놓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센서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관 60여명이 참여하는 ‘첨단센서 2025 포럼’을 발족했다. 포럼의 목표는 확고하다. 현재 세계 7위의 경쟁력을 2025년에 4위권으로 끌어올리자는 것.
포럼은 운영위원회와 스마트기기,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산업용 스마트공장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포럼의 구성원을 보면 알겠지만 센서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하자는 의도가 밑바탕이다.
우리가 현재 세계 센서 시장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큰 의미가 없다. 센서 국가순위를 보면 ①미국(31.8%), ②일본(18.3%), ③독일(12.2%), ④영국(6.3%), ⑤프랑스(4.3%), ⑥중국(2.9%)에 이어 대한민국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전체 703억 달러 중에서 39억 달러를 차지한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국내시장은 이미지 센서가 11억 달러, 화학센서가 8억 달러, 유량 센서 6억 달러, 기타 센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대 핵심 센서 소자 개발에 1500억 원 투자
정부는 첨단센서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1,508억 원(국비 1,148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통해 영상센서, 자기센서, 관성센서, 압력센서, 레이더센서, 환경 센서, 광학센서, 적외선센서, 음향센서, 바이오 의료센서 등 핵심 센서 소자를 개발하고 해외 경쟁력을 갖춘 중견 센서 전문 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센서 시장에 갑자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세계적인 IT 트렌드가 된 IoT(사물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단순하게 물리 화학적인 감지를 하던 센서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트워킹, 정보처리 등 지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사물 공간 연결망에서 센서는 최전선 디바이스단의 핵심이다. 이에 IoT, 스마트카, 웨어러블 등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세계 센서시장이 연평균 9%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성공 신화를 센서 산업에 이어가자는 관계자들의 결의와 달리, 그 이면에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센서 업체들은 소자를 수입, 패키징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 센서 산업분야에서 연매출 50억 원 이하의 기업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첨단 센서, 과연 중소 기업에 맞는 산업인가
이런 상황에서 센서 시장을 주도한다는 첨단센서(MEMS, CIS, 레이더 등)를 하루아침에 키운다는 목표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향후 5년 간 거액(1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지만 그 두 세배 이상을 투자하는 세계적인 센서 기업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첨단 센서는 말 그대로 여러 분야가 융합된 지능화된 센서를 말하는 데 중소기업이 그 여러 분야에 능통한 개발자들을 갖출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당장 기업에서는 센서 인력 구하는 데도 힘에 부치고 있다. 세계적인 센서 기업들이 서로 합종연횡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센서 중소기업을 몇 개 키운다고 경쟁력이 생기겠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부는 연매출 500억~1000억 원 규모의 중견 기업을 많이 육성해 해외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들다고 야단이다. 업체에서는 힘들게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제품을 사줄 수요기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수요기업을 찾아내고 발굴할 마케팅력이 부족한 것도 중소기업의 애환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인증해서 수요기업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을 내놓기도 했다.
센서 육성 산업의 성패는 '협력'에 달려
이처럼 센서 산업이 취약한 현실이지만 우리 산업의 강점을 이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의견도 많다. 세계적인 IT 가전 기업과 자동차 기업을 보유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국내 센서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배경이라는 목소리다. 소량 다품종 생산의 IoT 시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가전과 자동차에 적합한 센서를 집중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많은 센서를 모두 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센서 경쟁력을 키우자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이미지 센서나 레이더 및 라이더 센서, 이들을 혼합한 센서 개발과 의료 헬스 분야의 센서 개발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 센서포럼에 참석한 센서 업계 종사자들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초에 포럼의 취지가 아니더라도 센서 육성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센서 기업, 수요기업, 정부, 학계 등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몇 백억, 몇 천억 투자한 것으로 육성 산업이 성공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그들은 타 산업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든, 전반적인 센서 산업을 키우든 이제 육성 산업의 성패는 ‘협력’ 여부에 달렸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정부 따로, 과제 기업 따로, 수요 기업 따로, 영세 기업 따로 센서 산업의 발전을 논한다면 미래 산업을 ‘감지’하지 못하는 불능의 센서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