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 논란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타다는 수도권 지역에서 사업 중인 렌터카 기반 승차 공유 서비스로, 여객법 개정으로 서비스 지속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타다 운영 모델은 불법성 논란과 택시와의 갈등으로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타다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방침이지만 신산업 육성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타다 둘러싼 논쟁 봉합 못하면
자율주행차량 시대에 뒤처질 우려
美 CTA, 韓 차량 공유 부문에 F 매겨
올해 초 ‘카풀’ 논란에 이어 올해 말 ‘타다’ 논란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서비스 지속 위기에 놓였다 (이미지=타다)
타다는 수도권 지역에서 사업 중인 렌터카 기반 승차 공유 서비스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지금처럼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타다 둘러싼 논쟁 격화
논란의 시작은 국토교통부가 7월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을 허가받는 동시에 수익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이 기여금은 기존 택시 면허권을 매입해 감차하는 데 사용되는데, 타다가 내야 할 기여금은 단순 계산하더라도 1천억 원가량이다.
이에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10월 7일, 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차량은 1만 대, 운전자는 5만 명으로 늘려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택시 면허를 대당 기여금을 내고 사는 형태로 하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국토부는 이 발표에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10월 28일에는 검찰이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는 지난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이 이 대표와 박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타다 금지법 시행 눈앞
그리고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5일과 6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타다는 시행유예 기간인 18개월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는 지금처럼 서비스할 수 없다.
타다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렌터카 업자가 차를 빌려주면서 기사까지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빌리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시행령에 근거해 운영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예외 허용범위는 대폭 축소된다. 타다와 같은 형태의 영업은 이제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차량을 빌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차량의 대여와 반납 장소도 공항과 항만으로 제한된다.
타다가 지금처럼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기존 택시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가맹사업을 하거나, 스스로 택시를 사들이고 운전사들을 고용해 택시업체로 전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말,말,말
이재웅 대표는 9일, SNS를 통해 타다 금지법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 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문 닫아야 한다”라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타다 금지법, 모빌리티 금지법, 혁신 금지법, 붉은 깃발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타다는 택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서, “신산업을 1년 만에 혁신이 아니니 정치인이 설계한 제도 내로 들어오라는 것은 권력 남용이다. 혁신인지 아닌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아닌 국민이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10일,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 거냐 살릴 거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김 정책관은 “택시 업계를 설득해 타다에 대한 집단행동 자제를 부탁했고, 연말 제도화될 때까지 택시 업계가 양해하는 상황”이었다며 “제도화 없이 타다가 운행 대수를 늘려나가면 택시 업계와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타다가 운영하는 모델은 불법성 논란과 택시와의 갈등으로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타다의 주장대로 법안이 제도화가 안 되면 타다가 현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데, 정부는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 타다가 제도 안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모적인 논쟁, 이제는 끝내야
타다는 현재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공격을 모두 받고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정부의 방침은 감차한 택시 수만큼만 차량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방침이 과연 타다를 둘러싼 논쟁, 더 나아가 차량 공유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것이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 1월, CES 2019에서 발표된 ‘2019 국제 혁신 스코어보드’를 발표하며 16개국을 혁신 챔피언으로 선정했다. 한국은 없었다. R&D 부분에서는 A+를 받았지만 차량 공유 부문에서 F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량도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자율주행차량이 활성화된다면 차량 공유 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완성차, 부품, IT 등 수많은 분야의 기업들 및 각국 정부는 자율주행차량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을 펼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월 15일, 2024년에 레벨4 자율주행차량을 출시하고,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 인프라를 레벨4 자율주행에 맞게 구축하여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타다가 정말로 혁신적인 서비스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공유경제의 과도기적인 모델이라는 부분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된다면 현재의 타다와 같은 모델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차량은 운전자도 필요없고 면허도 필요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령은 타다처럼 발표된 바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신산업 발전에 어깃장을 놓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타다에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란 김 정책관의 말도 비판받고 있다. 차량 공유 업계와 택시 업계와의 상생 대안은 일개 기업인 타다가 아니라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부터 플랫폼 관련 업체들과 제도 개선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는 기여금 산정 기준, 연간 택시 허가 대수 등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타다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업체에 진입 비용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와 혜택도 마련할 것이라 국토교통부는 밝혔다.
정부는 택시 업계의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보호하려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상실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