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4 자율주행은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고도의 자동화 수준이다. 융합형 레벨 4+ 자율주행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 인프라와 서비스의 레벨 4 수준 혁신을 추구한다. 정부는 융합형 레벨 4+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2027년까지 1.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반도체 기술과 연동된다. 따라서 자율주행용 AI·V2X·BMS 및 SiC·GaN 반도체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공동 R&D 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27년까지 1.1조 투입
롯데정보통신,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실증
MCU 보단 AI·V2X·BMS·SiC·GaN 반도체 키워야
지난 3월 출범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자율주행 ‘레벨 4+’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2027년까지 1.1조 원이 투입되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이하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단은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 기반 완성을 목표로 ▲차량 융합 신기술 ▲ICT 융합 신기술 ▲도로교통 융합 신기술 ▲서비스 창출 ▲생태계 구축 등 5대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세부 과제를 지원한다.
▲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개요 [그림=과기정통부]
레벨 4 자율주행은 차량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고도의 자동화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융합형 레벨 4+ 자율주행은 자율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와 서비스도 모두 레벨 4 이상으로 혁신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단은 지난 6월 28일, 레벨 4+ 자율주행 상용화 관련 53개 세부 과제를 선정하고, 정부예산 850.4억 원을 투입기로 했다.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이 참여한다. 산업부는 자율주행 차량의 인지, 판단, 제어를 위한 부품 개발을 주도한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수집 및 가공 자동화 기술, △차량 통신 및 보안, △클라우드-에지 연계,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및 시뮬레이터 개발 등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도로교통 기술, 동적 지도, 법·제도 개선,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에 나선다. 경찰청은 교통안전과 도로교통법 등 법·제도 개정을 검토한다. 자율주행차의 운전 능력 사전검증 및 운행 지원체계와 교통사고 분석기술 개발 등도 추진한다.
53개 세부 과제에는 373개 자율주행 관련 기관 3,474명이 참여한다. 특히 레벨 4+ 상용화 연구개발엔 KT, 모라이, 스트리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서울대 등 92개 기관의 연구인력 903명이 참가한다. 추가로 사업단은 △서울 상암 △경기 판교 △충북 △세종 △광주 △대구 △제주 등 7개 자율주행 시범 운행지구와 완성차 업체 등을 방문해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다.
◇ 국토부, 자율주행 상용화 원년으로 2025년 목표
국토교통부는 2027년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세부 과제를 추진 중이다. 6월 29일엔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제1차 자율주행 교통물류 기본계획(2021∼2025)’을 확정했다. 해당 계획은 자율주행 분야에 특화해 마련되는 첫 법정계획으로, 5년 단위로 자율주행 기반 교통물류 체계 발전과 자율주행차 확산 내용이 포함돼있다.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와 시도별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10종 이상의 자율주행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 기반을 완비하는 것이 목표다.
5대 추진전략으로 ▲자율주행 교통물류 서비스 기술 고도화 ▲자율주행 교통물류 서비스 실증 환경 조성 ▲자율주행 교통물류 서비스 사업환경 조성 ▲자율주행 안전성 강화 및 기술 수용성 제고 ▲자율주행 교통물류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국토부는 전략에 따라서 레벨 4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공유서비스를 개발하고, 경로·배차 최적화 등 운영기술을 고도화한다. 화물 배송 분야에서도 화물차 군집 주행 차량과 운영시스템을 마련하고,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한 소형 택배 차량, 모바일 무인 택배함 또는 로봇·드론 연계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 자율주행 기술 실증에 나서는 국내 ICT 기업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대중교통 접근시간 20%, 환승률 50% 감축과 운전자 부주의 관련 버스 사고 50% 절감이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국내 ICT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6월 16일, 세종시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임시운행 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 이는 올해 3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 운행요건 및 시험 운행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후 허가를 취득한 첫 번째 사례다. 이 자율주행 셔틀은 총 1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레벨 4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도심 내 실제 공공도로 주행을 위해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기술을 적용해 신호 정보 등 실시간 교통 정보를 인지하고 판단하여 차량을 제어한다. 이 외에도 차선 유지, 차로 변경, 끼어들기 같은 다양한 도로 상황과 보행자, 자전거 등 돌발상황에 대한 주행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테스트를 완료했다.
▲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실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현대차는 지난해 3월,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고, 레벨 4·5 수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양산 차에 레벨 3 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며, 레벨 4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전용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 5’는 레벨 4 수준을 넘는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해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에 투입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내로 경기 판교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 시범 서비스는 2,400만 명이 가입한 ‘카카오 T 플랫폼’을 통해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바로 접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카카오 T에서 ‘호출-탑승-이동-하차-결제’까지 이뤄지는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생활에 빠르게 접목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 상용화에 핵심이 되는 △도로, 차량 및 보행자, 신호등 주행 환경에 대한 ‘인지 기술’ △차로 유지, 차선 변경, 갓길 정차 등 주행 방법을 결정하는 ‘판단 기술’ △조향, 가속, 감속 등 정교한 ‘차량 제어 기술’ 등을 검증한다. 또한, △차량과 승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AI 기반 배차 알고리즘’ △최적의 경로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기술’ △차량 위치 정확도를 높이는 ‘측위 기술’로 플랫폼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 자율주행,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R&D 지원 당위성 높여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 산업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 것임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최근 품귀 중인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수요 악화 우려로 차량 생산량을 줄이면서 발생했다. 완성차 업체의 감산에 차량용 반도체 업계 또한 발주량을 줄였고, 파운드리 역시 보다 수익성이 높은 가전용 반도체로 라인을 돌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며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했다. 수요 급증과 달리 공급 증가는 더뎠다.
기술적 차별화 요소가 적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는 신규 업체 진입과 기존 업체의 물량 확대가 어려운 시장이다. 또한, 파운드리 라인을 변경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걸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만 가뭄, 일본 지진, 미국 한파 등이 잇달아 발생하며 파운드리 가동이 멈추는 상황도 잦았다. 이번 전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품귀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가 건재하단 사실이 입증됐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각종 기계와 전자 부품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MCU, 전력 반도체, 센서 등의 비중이 크다.
앞서 말했듯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신규 업체 진입이 어렵다. 자동차 산업은 안전을 최우선 요소이므로 AEC-Q100, IATF 16949, ISO 26262 등의 인증을 반도체도 받길 요구한다. 양산까진 최소 5년이 소요되며, 상용화 시 30년 의무 생산해야 한다. 또한, 최소선폭이 10nm 아래인 시스템·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16~100nm 공정에서 생산돼 설계·제조 난이도, 개발·생산 비용 대비 수익이 낮다.
자율주행 기술의 가시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의 증가가 명확한 가운데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업계는 AI·V2X·BMS 반도체 및 고효율 SiC·GaN 전력 반도체 등 자율주행과 연관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처럼 막대한 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우리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1.1조 원과 정책적 지원이 투입됐고, 민간 차원에서 자율주행 기술 실증 등 상용화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주요국도 진행하는 사업이다.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이 주요국의 자율주행 기술들과 다른 차별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K-반도체 사업(공급)과 자율주행 사업(수요)이 연계성을 갖고 진행될 수 있도록 꾸준한 투자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