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급발진은 존재한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 백명의 연구진을 지닌 자동차 제작사가 급발진 원인 규명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출처: 서울특별시의회 토론회ᆞ공청회 / 제2대회의실 유튜브 캡처)
국내 급발진 사고의 공식 원인 인정 사례 전무
급발진 의심 사고, 소비자 보호 위한 시스템 必
“문제를 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인정하는 데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급발진은 존재한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 백명의 연구진을 지닌 자동차 제작사가 급발진 원인 규명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원인 및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향후 사고방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로 인해 12살 아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도 참석했다.
故이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사고로 인해 힘들고 아픈데 모든 과정들을 유가족이 밝혀 내야 한다는 비극적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토론회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정의, 급발진 사고의 추정원인, 관련 법규의 한계, 급발진 사고 해결방안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호근 교수는 급발진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오컴의 면도날 이론’을 기반으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급발진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량, 화물차보다 승용차가 급발진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승용차 운전자가 다른 구조를 탑재한 다른 운전자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와 같은 각종 불필요한 가정을 집어넣어야 제작사가 이야기하는 대로 급발진이 모두 운전자의 착각이며 급발진은 없다 라는 가정이 설득력이 생긴다.
위와 같이 가능성이 적은 가정들을 잘라낸다면 결국 급발진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교수는 “정말 급발진이 없다면 왜 자동차 제작사에서 가장 많은 급발진 방지 대책이나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되묻고 싶다”라며 “급발진이 있다면, 솔루션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잘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제작사일 것”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상처는 덮을수록 심하게 곪아간다”며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인정하는 데 있고, 책임감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동차 제작사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중화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인류의 기술이 우주 탐사 및 개발로 나아가는 시대에 급발진의 원인을 왜 밝혀내지 못하는지 의문이다”라며 “내연기관차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에서도 급발진 의심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 경각심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급발진 사고를 정지된 상태 또는 매우 낮은 초기속도에서 명백하게 제동력 상실을 동반한 의도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고출력의 사고로 정의했다.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보도되지만 국내에서 급발진이 사고의 공식 원인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의료사고가 나면 과거에는 환자와 가족이 입증 책임을 졌지만, 현재는 병원과 의사가 입증을 해야 한다”며 “급발진에 대한 사고도 이제는 제작사가 책임을 지도록 입법화되고 제도화되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 현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필수 대림대 교수(출처: 서울특별시의회 토론회ᆞ공청회 / 제2대회의실 유튜브 캡처)
김 교수는 먼저 급발진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급발진의 형태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세차장에서 세차 후 출발할 때 나타나는 형태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출발, 운행 도중 등 때를 가리지 않으며 차가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보고되는 급발진 건 수는 1년에 39건이지만 실제로는 20배 가까이 될 것”이라며 “80%의 운전자 실수, 20%에 해당하는 400건은 실제 급발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차 긁힘 정도의 사고는 정부에 이야기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도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급발진으로 인한 공포심 때문에 평생 운전을 못하는 국민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디어에 노출되는 급발진 관련 블랙박스 영상은 수 초 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2~3초 이내로 짧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의 공통점은 엔진의 굉음, 비정상적인 연소로 인한 배기가스, 브레이크 무력화 등이 있다.
전체 급발진 발생 사고 중 약 90%는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 둘을 동시에 만족하는 조건이며나머지 10%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자 제어 디젤 차량이다.
국내 영상 블랙박스 탑재율은 약 80% 정도로 급발진 사고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으나 운전자가 급발진 원인을 찾아야 하는 특성상 재판 과정 등에서 승소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 급발진 추정원인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토론에서 “제작사와 국과수의 현재 검사방법으로는 급발진 원인을 절대 밝혀내지 못한다”고 못박으며 부품 전수조사의 중요성을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병일 자동차 명장(출처: 서울특별시의회 토론회ᆞ공청회 / 제2대회의실 유튜브 캡처)
박병일 명장은 급발진 추정 원인으로 센서와 전자제어장치를 꼽으며 센서와 전자제어장치가 많이 탑재되는 고급차종에서 급발진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근거 삼았다.
최근 자동차 전체의 40% 이상이 전자제어장치로 컨트롤되는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발전하면서 유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박 명장은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며 자동차 제작사들이 지금처럼 자동차 부품을 샘플링 검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모든 부품은 아니더라도 안전과 직결되는 전자적인 부품들은 조립 상태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병일 명장이 준비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회로 엑스레이 사진(출처: 서울특별시의회 토론회ᆞ공청회 / 제2대회의실 유튜브 캡처)
그가 들고나온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메모리에서 기포가 발견됐으며, 회로가 끊어진 ECU도 확인됐다.
이러한 사고 차량들의 ECU 등에서 나온 데이터를 믿을 것이 아닌 다시 연결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끝으로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전자는 환경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 소비자 중심의 법, 제도 도입 必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의 결함에 관한 것들을 명확히 밝혀 소비자, 제작사, 판매사 균형을 맞추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미국의 제도를 참고할 것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의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자동차 제작사가 증명해야 하는 구조이며 같은 차량에 문제가 여러 건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이 나서서 밝혀야 하는 등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모든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도입할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제작사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블랙 컨슈머에 대응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민관 차원의 검증기관 설립도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 첨단 장치 통한 고신뢰성 증거 확보
자동차 제작사가 에어백이 터지는 전개과정을 보기 위해 설치된 EDR(자동차사고기록장치)의 소프트웨어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급발진 추정 사고 시 출력되는 EDR 데이터에서 제동페달작동여부가 OFF로 출력되기 때문이다.
현재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시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보다는 제작사와 협의해 비공식적으로 보상을 받거나 언론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운전자의 실수임에도 급발진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실질적인 자동차 사고기록장치 개발 및 보급이 절실하다.
김필수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 도입 등 개발이 용이하고 저렴한 장치가 도입되어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카메라의 발전으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녹화에 차질이 없고 최근 양산화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법정에서도 강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보험사의 경우 페달 블랙박스 추가 설치 시 추가 보험료 인하 등의 정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