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되려면 이를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 지원되어야 한다. 라이다(LIDAR) 시스템, GPS 기술, IMU(관성측정값을 이용하여 속도, 방향 측정) 기술, HVI(운전자에 대한 최적 UI), 스마트 액추에이터 기술, V2X 통신기술, LDM(디지털맵 기술)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핵심 부품부터 도로 인프라, 지도 등의 기술이 모두 동원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만든 자율주행용 정밀지도, 누가 쓰겠냐고 성토
자율주행차가 산업계를 ‘질주’하고 있다. 요새 자동차업계는 물론 IT업계의 핫이슈는 누가 뭐래도 자율주행차이다. 누구는 머지 않은 ‘미래’라고 하고, 누구는 ‘마케팅’일 뿐이라고 한다. 미래든 마케팅이든 최근 인구(人口)에 많이 회자(膾炙)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업계의 이슈 사이를 질주하는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한 말이 많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직 그 목표는 뚜렷하다 하나 실체(?)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직도 자율주행차 관련 세미나에 가면 개념 정리부터 설명하고 시작하는 발표가 많다.
그럼, 가장 보편화된 자율주행 자동차의 정의(위키피디아)를 보자. 자율차란, 자동차 스스로 주변환경을 ‘인식’하여 위험을 ‘판단’, 주행 경로를 계획하는 등 운전자 주행 ‘조작’을 최소화하며 스스로 안전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자율주행차 단계를 구분할 때, 레벨 1이 단위기능 자동주행(운전대 또는 페달 중 선택적 자동제어)이라면 레벨 3 이상이 제한적 조건에서 자율주행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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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차에 시승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의 차이는 있으나, 2030년에서 35년 사이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25%, 많게는 75%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50년 이후에는 모든 신차들이 자동주행 기능을 탑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율주행차가 되려면 이를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 지원되어야 한다. 라이다(LIDAR) 시스템, GPS 기술, IMU(관성측정값을 이용하여 속도, 방향 측정) 기술, HVI(운전자에 대한 최적 UI), 스마트 액추에이터 기술, V2X 통신기술, LDM(디지털맵 기술)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핵심 부품부터 도로 인프라, 지도 등의 기술이 모두 동원되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해 머리 맞댄 3개 부처, 중복과 경쟁 사이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정책 세우기에 바쁘다. 미국은 4개 주 및 워싱팅 DC에서 시험운행을 합법화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주 상용화 법안이 진행 중이다. 독일은 연방 교통부와 바이에른 주정부가 아우토반 시험운행 구간 지정을 발표했으며 일본은 자율주행 택시 시험운행을 허가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지난해 시험운행 규제를 개선하여 시험운행 허가요건을 마련, 시험도로 구간을 지정했으며 자율주행장치를 임시적으로 허용했다. 또한 자율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도 국토부, 산업부, 미래부 등 3개 부처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 크게 미래부는 SW, 통신, 고성능 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 인트라기반 서비스를 준비하고 산업부는 10대 핵심부품, 자율주행 플랫폼, 제어 기술 등 부품 개발, 국토부는 C-ITS, 자율협력주행도로인프라, 평가 인증 등 도로인프라 기술 개발과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기본 축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율주행차 산업을 위한 각 부처의 역할 및 협력이 중복내지 중첩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R&D 지원이 부품 및 핵심 기술 개발 측면에서 중복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올해 R&D 과제 기획에서 자율주행 SW, 통신보안 기반기술, 광역주행인지기술, 운전자안전지원 등에 투자하기로 했고 산업부는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을 바탕으로 융합생태계 조성, 인프라 등 기반 구축을 집중 지원한다. 국토부는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를 정비하거나 지원 인프라 확충, 기술 개발(실험도시구축 및 보안)에 힘쓸 계획이다.
최근 미래성장동력 오픈톡 릴레이 행사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일단 부처간 협업이 중복보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이재관 본부장은 “부서간 중첩보다는 협업차원으로 인정하고 들여다 봐야 한다”며, “핵심기술 R&D부터 상용화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TRI의 손주찬 부장도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스마트카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며, “중복을 허용해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한국 상황에는 맞다”고 말했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PD도 “부처간 협력할 수 있도록 3개 부처가 같이 가야 한다. 이 협조체계를 유지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경계
미래부 ICT 디바이스 CP인 이규복 박사도 “(자율주행차에 있어) 부서간 중복, 중첩도 협력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각 부처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반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이것저것 많이 하려는 게 오히려 산업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규제, 정책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정부에서 만들어 보급한다는 자율주행차 정밀지도를 쓰는 업체가 어디에 있냐고 성토했다.
이처럼 정부 관계 기관과 업계에서 느끼는 자율주행차 정책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온도차가 존재한다. 앞서 얘기한 정부 부처간의 중복, 중첩 업무는 한편으로 지원 확대와 경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원 낭비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와 시장, 학계가 가져야할 역할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는 관련 정책을 추진하며, 시장은 고객이 분명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학계는 장기적인 연구 환경에서 기초 연구 및 인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 산업이 과거의 실패한 여러 산업처럼 ‘역주행’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