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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용량으로 나누던 시대 끝… 산업용 드라이브 소자 선택의 셈법

Google 우선 소스 기사입력2026.06.24 06:39

 
IGBT·SiC·GaN 경계 흐려져 가격·크기·신뢰성까지 따지는 복합 선택으로
"SiC, 언젠가 메가와트급 IGBT까지 대체"… 휴머노이드·로봇 수요가 WBG 채택 견인


산업용 드라이브의 소자 선택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전압과 용량만 보면 소자가 거의 정해지던 시절은 지났다. 수십 년간 시장을 떠받쳐온 실리콘 IGBT 위로 SiC(실리콘 카바이드)와 GaN(갈륨 나이트라이드)으로 대표되는 와이드 밴드 갭(WBG) 소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같은 출력대에서도 무엇을 쓸지가 가격·크기·스위칭·신뢰성을 모두 저울질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었다.

다보코퍼레이션이 7월 산업용 드라이브를 주제로 여는 기술 웨비나도 이 전환을 정면으로 다룬다. 발표를 맡은 김이규 다보코퍼레이션 연구위원(FAE)을 앞서 만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소자 전환의 양상과 설계 요구의 변화를 들었다.

IGBT는 여전히 주류, 그 위로 올라오는 WBG
 

▲ 산업용 드라이브 스위칭 기술 지형도. IGBT가 주류를 이루고 그 위로 SiC·GaN(WBG)이 고주파·고효율 영역으로 확장한다. (자료: 인피니언)

산업용 드라이브의 주력 소자는 아직 실리콘 기반 IGBT다. 산업용 드라이브는 대부분 10kHz 미만의 스위칭 주파수에서 동작하고, 출력 필터 없이 dU/dt(전압 변화율)를 설계로 제한하는 영역이 넓다. IGBT는 이런 조건에서 단락(short circuit) 내성과 파워 사이클링을 견디도록 다듬어진 소자다. 출력이 커질수록 스위칭 주파수가 내려가는 드라이브의 특성과도 잘 맞는다.

그 위 영역으로 SiC와 GaN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두 소자는 높은 스위칭 주파수를 가능하게 하고, 낮은 스위칭 주파수에서도 IGBT보다 손실이 적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SiC가 IGBT 모듈을 대체할 경우 1.5~3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발열이 줄면 냉각 설계가 가벼워지고, 부품이 작아지면 시스템 전체가 작아진다.

전환의 배경에는 소자 물성과 제조 기술 사이의 시차가 있다. 김 위원은 와이드 밴드 갭에 대한 요구 자체는 오래전부터 시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소재로 제품을 만들 기술이 없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인피니언을 비롯한 제조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시장에 있던 잠재 수요가 공급이 따라붙으면서 실제 채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SiC와 GaN의 자리, 아직 명확히 안 나뉘었다
 

▲ 응용 전압대별 소자 적합도. 같은 응용에서도 여러 소자가 동시에 검토 대상에 오른다. (자료: 인피니언)

두 소자의 영역은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GaN은 현재 700V 수준까지 제품이 나와 있어 주로 저전압 대역에서 쓰인다. 고전압 제품이 부족했던 약점이 컸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압 한계가 올라가는 중이다. 김 위원은 비용과 기술적 과제가 풀리면 더 높은 전압대 제품도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가격과 신뢰성을 따져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실제 양산 현장에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SiC는 저전압에서도 쓸 수 있지만 같은 자리에 쓸 수 있는 소자가 워낙 많고 단가가 높은 편이라 저전압 영역에서는 채택이 더디다. 대신 고전압에서 높은 스위칭을 원할 때 강점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SiC가 고출력 전용은 아니다. 김 위원은 저출력에서도 스위칭을 높여 제품 무게를 줄이거나, 좁은 공간에서 높은 출력을 뽑아내려는 용도라면 SiC가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고객의 요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같은 소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인다.

소자 제조사도 응용별로 선을 긋지 않는다. 김 위원은 인피니언이 타깃을 정해 소자 경계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포지션에서는 GaN과 SiC를 같이 검토하고, 다른 포지션에서는 SiC와 기존 실리콘 MOSFET을 같이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상황을 "포지셔닝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전압과 용량만 보면 소자가 정해졌지만, 이제는 '스위칭은 높이되 가격은 낮춰야 한다'는 식의 복합적인 요구가 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만큼 셀렉션 가이드가 복잡해졌고, 사용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도 여기다. 김 위원은 웨비나에서 이 부분을 가능한 한 정리하겠다고 했다.

효율은 모터가 아니라 시스템에서 갈린다
 

▲ 전체 시스템 효율은 드라이브·모터·부하 효율의 곱으로 결정된다. 모터 한 대만 고효율로 바꿔도 한계가 분명하다. (자료: 인피니언)

소자 전환을 끌어가는 동력은 결국 효율이다. 인피니언 분석에 따르면 산업 현장 전기 모터의 전력 소비는 2030년 약 9,500TWh, 세계 전력 수요의 30% 안팎까지 늘어난다.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 효율을 10%만 끌어올려도 2030년 전 세계 전기차가 쓸 전력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효율은 모터 한 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효율은 드라이브, 모터, 부하 장치의 효율을 모두 곱한 값이다. 드라이브가 97%, 모터가 90%, 부하 장치가 60%라면 시스템 효율은 약 52%까지 떨어진다. 모터를 IE5 등급으로 올려도 부하나 드라이브가 발목을 잡으면 절감 효과가 깎인다. 국제 효율 등급(IEC 60034-30)에서 IE3는 모터 손실을 최대 12%까지 허용하지만 IE5는 7% 미만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2025년 기준 전 세계 설치 모터 약 8억 2,000만 대 가운데 드라이브와 함께 도는 비중은 26%에 그친다. 효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그만큼 남아 있다는 뜻이다.

현장 체감은 또 다른 문제다. 김 위원은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업계의 공통 인식이라면서도, 정작 기업이나 사회가 이를 절박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가가 사용자에게 그 가치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규제 역시 드라이브 설계에 직접 작용한다기보다,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간접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서보·범용·중전압, 요구가 다르면 설계도 다르다
 

▲ 산업용 드라이브 3종 분류. 같은 기술 기반을 공유하지만 응용과 요구사항, 출력범위가 다르다. (자료: 인피니언)

산업용 드라이브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 정밀 제어가 필요한 서보 드라이브, 펌프·팬과 공정 자동화 등을 폭넓게 담당하는 범용 드라이브(GPD), 발전 보조설비와 대형 설비를 맡는 중전압 드라이브로 갈린다. 출력 범위만 봐도 서보는 50W에서 315kW, 범용은 100W급에서 1,250kW급, 중전압은 250kW에서 36MW까지로 격차가 크다.

차이는 부품 사양으로 곧장 드러난다. 과부하 특성이 대표적이다. 펌프·팬처럼 저속에서 큰 토크가 필요 없는 용도는 110% 과부하(경부하)면 충분하지만, 산업 자동화처럼 저속·고토크가 필요한 용도는 150% 과부하(중부하)를 요구한다. 서보 드라이브는 가속 구간에서 정격 전류의 300%까지 순간적으로 견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위칭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범용 드라이브는 100kW 미만에서 4~8kHz, 100kW 이상에서는 2~4kHz로 떨어진다. 서보는 4~8kHz를 기본으로 하되 디레이팅을 전제로 16kHz까지 올린다.
 

▲ 저전압 드라이브의 과부하 등급. 경부하 110%, 중부하 150%, 서보는 정격 전류의 300%까지 견딘다. (자료: 인피니언)

요구의 큰 틀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김 위원의 진단이다. 더 높은 효율, 더 빠른 응답성, 더 높은 신뢰성은 과거에도 지금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변한 것은 수준이다. 파워 덴시티를 높인다는 말은 곧 효율을 높인다는 뜻이고, 이는 제품을 더 가볍고 작게 만들면서 출력은 유지하라는 요구로 이어진다. 여기에 IoT와 AI 기능이 얹히면서 요구는 더 까다로워졌다.

철도까지 스며든 SiC"… 대체는 시간 문제

그렇다면 SiC가 IGBT를 본격적으로 밀어내는 분기점은 어디일까. 김 위원은 출력 구간으로 선을 긋기는 어렵다고 했다. SiC가 이미 작은 와트급부터 큰 와트급까지 전 영역을 커버하는 제품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같은 제품이라도 좁은 공간이나 환경·기구적 제약 때문에 까다로운 요구가 들어오는 영역이 따로 있을 뿐, 단순히 출력만으로는 나누기 힘들다는 것이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 "감히 말하자면, 실리콘 IGBT를 중·고용량대, 거의 메가와트급까지도 SiC가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시대가 오기 전에 지금 나온 제품으로 선행 개발과 학습 기회를 가져두는 편이 좋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근거는 적용 범위가 예상 밖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을 가장 엄격하게 따지는 보수적 산업인 철도에도 SiC가 이미 들어가고 있다. 스위칭이 높아지면 안전성이 떨어져서 채택을 꺼리는 것은 아니라고 김 위원은 선을 그었다. 소자가 응용에 쓰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 운영 시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가 한국보다 먼저 적용을 시작했고, 수년간 운영한 레퍼런스도 이미 있다고 전했다.

이 불안감은 고객이 SiC를 검토할 때 던지는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은 엔지니어는 대부분 신뢰성을, 구매 부서는 가격을 묻는다고 했다. FAE가 주로 엔지니어를 상대하다 보니 신뢰성 검증에 무게가 실린다. 경험해 보지 못한 요구가 들어오면 인피니언과 협업해 검증하고 테스트한다. "엔지니어가 잘 모르는 걸 책임지는 건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럴 때는 벤더가 책임을 져준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휴머노이드·로봇이 키운 WBG 수요

휴머노이드와 협동로봇 투자가 몰리면서 드라이브 수요도 따라 커지고 있다. 김 위원은 로봇용 드라이브가 기존 산업용 설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다. 고효율·고응답성·고신뢰성이라는 핵심 요구가 그대로 적용되고, 그 수준만 계속 높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설계 방향을 가르는 변수는 구동 방식이다. 로봇 대부분이 배터리로 움직인다.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효율이 높아야 하고, 오래 쓰려면 가벼워야 한다. 무거우면 그만큼 출력이 더 필요하다. 가볍고 오래 가는 조건이 곧 와이드 밴드 갭 소자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는 이유다. 다보는 로봇 분야에 GaN 계열을 적극 추천하고 있으며, 여러 로봇 기업이 이를 검토·테스트하는 단계라고 김 위원은 전했다. 구체적인 협업 사례는 고객사 기밀과 맞물려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부품을 솔루션으로… 22kW 레퍼런스 디자인
 

▲ 22kW급 범용 드라이브 레퍼런스 디자인 'REF-22K-GPD-INV-EASY3B'. 전력·센서·제어·연결성을 한 보드에 통합했다. (자료: 인피니언)

인피니언은 드라이브 안의 능동 부품 대부분을 자사 제품군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전력 단에는 IGBT·MOSFET·SiC MOSFET·GaN HEMT 같은 개별소자와 전력 모듈, CIPOS 계열 지능형 전력 모듈(IPM)이 있고, 게이트 드라이버로는 EiceDRIVER가 받친다. 센서는 전류·자기위치·속도·압력을 측정하는 XENSIV 계열, 제어는 XMC·AURIX·PSoC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메모리가 맡는다. 여기에 OPTIGA 임베디드 보안과 AIROC 무선 솔루션이 더해진다. 인피니언은 자사 자료에서 산업용 드라이브용 전력 스위치 시장 1위를 자처한다.

이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 22kW급 범용 드라이브 레퍼런스 디자인 'REF-22K-GPD-INV-EASY3B'다. 3상 400V AC 계통용으로 정격 출력은 22kW다. IGBT 전력 모듈(FP100R12W3T7_B11), XENSIV 전류 센서(TLI4971-A120T5), 게이트 드라이버 IC(1ED3131MC12H), 1.7kV SiC MOSFET(IMBF170R1K0M1), MCU(XMC4800·XMC4300)를 한 보드에 통합해 설계 진입 장벽을 낮췄다.

다보는 이 부품들을 한국 고객용 솔루션으로 묶는 역할을 한다. 김 위원은 인피니언이 센서부터 전력 소자, MCU까지 전 영역을 취급하는 만큼 다보도 제어기부터 파워 스택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차별점으로는 모터 드라이브 응용 전문성을 꼽았다. 엔지니어 상당수가 모터 드라이브 출신이고 본인도 그렇다 보니 제어와 파워 스택 영역에 강하다는 것이다. 권장 패키지를 그대로 쓰지 않는 고객도 적지 않다. 특정 패키지에서 필드 이슈를 겪은 고객이 다른 패키지를 요청하면, 비슷한 성능을 내는 대체 제품을 다시 제안한다.

기술은 바뀌는데 따라갈 사람이 없다

전환의 속도를 끝내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게 김 위원의 진단이다. 한국 산업용 드라이브 시장은 여전히 미쓰비시, 야스카와, 지멘스 같은 일본·유럽 완제품 의존도가 높다. 국내 OEM이 자체 설계로 가려면 넘을 허들이 많은데, 그가 첫손에 꼽은 것은 인력 부족이었다.

기술이 어려워 기피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해온 기술이지만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다시 배워야 하고, 그 트렌드를 새 인력이 받아 이어가야 하는데 유입이 끊겼다는 것이다. "하던 분들만 계속 하게 된다"는 그의 표현처럼, 현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니 투자가 줄고, 트렌드를 못 따라가니 경쟁국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돈다. 그는 일부 상위국은 한국 인구만큼의 전력전자 인력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지망자도 적고 투자도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다보 연구소는 회사 차원의 지원으로 개발·연구 투자를 받고 있지만, 충원이 안 돼 연구원 1인이 감당할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현실도 그는 함께 털어놨다. 소자가 IGBT에서 SiC·GaN으로 갈아타는 변곡점은 분명해졌지만, 그 변곡점을 끝까지 따라갈 인력을 어떻게 길러낼지가 한국 시장에 남은 더 무거운 숙제다.

고효율 산업용 드라이브 구현을 위한 설계 솔루션
2026-07-07 10:30~12:00
DABO Corporation / 김이규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