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제조 기술의 혁신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제조업 관련 데이터의 기밀성 때문에 AI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경험이 공유됐다.
MIT·현대차·기계연 등, 제조업 경험·통찰 공유
도메인 지식 관리·표준화·공유 방법 고민 必
AI를 활용한 제조 기술의 혁신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제조업 관련 데이터의 기밀성 때문에 AI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경험이 공유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이상민, 조승래, 김영식 의원은 14일 국회 박물관에서 국가전략기술과 기계기술을 주제로 ‘2023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는 천정훈 MIT 석좌교수, 현동진 현대자동차 상무, 손정락 두산에너빌리티 고문과 박상진 기계연 원장이 참여해 참여자의 질문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했다.
ChatGPT가 굉장히 큰 관심을 끌면서 AI 확산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제조 분야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동진 현대차 상무가 답했다.
현 상무는 “당면하고 있는 제조업의 문제들을 풀어가며 혁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제조 기술의 혁신은 예상보다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며 “엔지니어들은 끊임없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5년 후에 다시 한번 평가를 해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ChatGPT가 AI를 브랜딩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실제로 ChatGPT를 연동해보면 생성 AI다 보니 정보 전달이라는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ChatGPT의 기능, 솔루션에 대한 기대와 거짓들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며 이는 대다수의 AI에 해당된다.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며 이를 어떻게 관리, 표준화,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천정훈 교수도 “기술이 개발되었는데도 제조업에서는 회사에 민감한 데이터가 많아 공유를 해주지 않아 AI를 적용하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받기 어려워 MIT도 교통, 유틸리티 등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정훈 MIT 석좌교수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제조업 현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은 4,570억달러 규모였으며, 2022년 기준 한국 GDP의 28%를 담당, 370만명의 종사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등 소비재와 중공업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반도체 장비, 항공우주, 제약, 바이오메디컬 산업 등에 쓰이는 첨단 장비와 첨단 소재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률이 더딘 것이 문제로 꼽힌다.
천정훈 석좌교수는 AI의 적용 등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제조업 생태계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한 질문에 답했다.
천 석좌교수는 제조업,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함께 연구해 나가야 하며,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보다 훌륭한 제조업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인더스트리 4.0의 문제로 적합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제조업에 적응시키려 한다는 것을 꼽았다.
천 석좌교수는 “제조업,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함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말이 마차를 끄는 건지, 마차가 말을 미는 건지 모르겠다”며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태를 꼬집었다.
인더스트리 5.0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이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상황을 정리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변화하는 추세와 의의를 정확히 알고 기술을 개발한다면 더 이상 뒤를 쫓는 한국이 아닌 리더로 자리 잡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전략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혁신 요소인 기계기술 측면에서 공공 연구기관의 역할과 비중을 두어야 할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박상진 기계연 원장은 “연구소, 출연연 등은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많으나, 이러한 생각을 버리고 협력을 위한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박 원장은 플랫폼형의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1년 안에 끝내는 것들에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더 먼 미래에 구축해야 할 것들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고 설득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빈 공간에 돌을 채우려면 큰 바위와 함께 자갈도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현재 초대형 사업 위주로 구성되고 있는 R&D, 정책들을 비롯해 다양하고 유연한 사업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동진 현대차 상무도 연구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에 동의하며 산학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문이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상진 기계연 원장은 “기계연은 12대 국가전략기술 및 50대 중점기술 중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제조 등 8대 분야 20개 세부 중점기술에 대해 선도적으로 임무지향형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계연을 소개했으며 “이번 포럼은 특별법 제정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근간이 되는 기계기술 연구개발의 전략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