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러움을 살만한 제도다. 그러나 최근 시대적인 흐름의 변화로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부터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적자가 예상되며, 5년 내 누적흑자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내년에는 3.5%가 인상된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국민건강보험이 본래의 취지에서 점점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돈은 돈대로 쓰는데 효과는 안 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이 필수불가결적이다. 안타깝게도 관심만큼의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전체 사망률의 80%
치료에서 예방 및 관리로 의료 패러다임 전환
ICT로 질병 예방할 수 있지만 관련법 미비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러움을 살만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한 지 2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의료보험 개혁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첨예한 의료보험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늘도 미국의 환자들은 감기 한번 고치는 데도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는 즉시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6년, 미국을 앞질렀다.
국민건강보험의 한계
장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불공정한 납부 금액 산정 등 기존 국민건강보험의 단점은 제도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 최근에는 시대적인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적자가 예상되며, 5년 내 누적흑자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내년에는 3.5%가 인상된다. 소득 대비 부담액 비율도 현재의 6% 초에서 8%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국민건강보험이 본래의 취지에서 점점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돈은 돈대로 쓰는데 효과는 안 나고 있다는 것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8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의하면, 심장질환 사망률은 최근 10년간 지속 상승했다. 고혈압 유병률은 2007년 24.5%에서 2016 29.1%로 증가했으며, 콜레스테롤 혈증 유병률은 2007년 10.7%에서 2016년 19.9%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심혈관질환들은 대표적인 만성질환들이다.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증가
만성질환은 비전염성 질환으로도 불린다. 비전염성 질환의 특징 중 하나는 위험인자에 노출되고 오랜 시간이 걸려야 발병한다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 사망의 70%에 해당하는 약 4천만 명이 비전염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80.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전염성 질환 사망 비중이 큰 이유는 인구 고령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위험인자에 대한 노출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흡연, 비만, 식습관, 운동부족 등과 같은 위험인자 노출에 따른 만성질환 질병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 재정 부담과 가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각종 건강 지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전염성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비전염성 질환의 증가에 따라 WHO는 2012년, 비전염성 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9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생활방식과 관련한 위험요인 감소가 주요 내용이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경계하고 적당한 운동을 취하며 소금을 더 적게 섭취하는 것 등이다.
이제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치료보다는 관리와 예방에 더 목적을 둔 것이다.
지난 18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룸에서 한국경제연구원(KERI) 개최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국민의료비와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헬스케어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의료 및 건강관리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ICT 기술과의 융합, 즉 스마트 헬스케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비한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실정
4차 산업혁명은 ICT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간 융합이다. 그리고 스마트 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에 가장 잘 부합하는 분야다. 이미 IT 업계에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노령화, 비만 등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비롯해 안경, 스카프, 바지, 신발 등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체온, 심장박동수, 근육의 움직임 등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모션 센서 탑재를 통해 일상의 다양한 움직임도 측정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이나 PC 모니터 등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처리된 정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0년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매출 규모가 617억 달러에 이르고, 헬스케어와 관련된 웨어러블 시장이 137억 달러로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심만큼의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 다퉈 제도 개선과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몇몇 해외 기업은 건강관리를 넘어 질병관리의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가 790억 달러인 반면 국내는 30억 달러에 머물렀을 뿐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선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스마트 헬스케어에는 ICT가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사, ICT 기술자, 건강관리업체 간의 융합이 필요하지만 현행 의료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시장 선점을 위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얼른 뛰어들고 싶으나 어디서 발목을 잡힐 지는 미지수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화 하려면
홍석철 교수는 “치료에서 예방 및 관리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치료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만 예방 및 관리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의료보장성 정책의 핵심은 ‘경제적 부담 경감’이다. 철저히 경제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경제적 부담 경감과 건강지표 향상 모두 이룰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빅데이터와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한 건강정보 및 라이프로그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최적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의료법과 관련한 각종 규제 현안 해결이다.
이제 ICT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