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센싱은 고전 시스템으론 측정할 수 없는 미세 신호를 양자 시스템만의 특성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측정하는 센싱 및 이미징 기술이다. 큐비트 등의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계측하는 것은 모든 양자 기술의 토대로, 양자 센싱의 발전은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과 같은 중장기 대형 기술 실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양자 센서, 고전 센서 측정 못하는 신호 감지
큐비트 계측하는 양자 센싱, 양자 기술의 토대
당분간 양자 센서와 고전 센서, 상호보완적 활용
20세기에 성립된 양자역학은 반도체를 만들어내며 인류의 기술 수준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센싱 등의 양자 기술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동헌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주간기술동향 1960호’에 ‘양자 센서 연구 동향 및 활용 전망’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특히 양자 센싱에 대한 기본적인 측정 원리, 용례, 국내외 연구 및 시장 동향을 소개했다.
▲ 양자 상태를 계측하는 양자 센싱은
모든 양자 기술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동헌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양자 센싱은 큐비트 등의 양자 시스템을 이용하여 시간, 자기장 등의 물리량을 측정하는 기술이며, 고전 시스템으로 측정할 수 없는 미세 신호를 양자 시스템만의 특성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측정하는 센싱 및 이미징 기술이다.
큐비트 등의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계측하는 것은 모든 양자 기술의 토대로, 양자 센싱의 발전은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과 같은 중장기 대형 기술 실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 분야에 활용 가능하여 ICT, 산업, 의료, 국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양자 센싱의 원리와 과정
양자 센싱 과정은 △센서의 초기화 △대상 신호와의 상호작용 △센서의 최종 상태 측정으로 나뉜다. 이 교수는 센서와 대상 신호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미세한 양자 위상 변화(Quantum Phase Accumulation)를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큐비트(qubit)는 0, 1의 양자 상태로 이루어진 2준위계(two-level system)이며, 다양한 게이트 제어를 통해 0과 1 사이의 임의 중첩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외부 대상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로 큐비트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이에 따른 0, 1 사이의 상대적인 위상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대상 신호의 크기, 주파수 등의 정보를 얻게 된다. 또한, 양자 상태가 확률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여러 번 반복하여 의미 있는 평균값을 얻는다.
양자 센싱은 총 7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 먼저 ▲센서 큐비트 초기화(0 상태) ▲임의의 중첩 상태로 변환(0과 1이 50:50으로 중첩된 상태) ▲신호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큐비트 상태 변화 ▲큐비트 상태를 읽어 들일 수 있게 변환 ▲투사 측정(Projection readout)을 통해 0, 1 큐비트 상태를 확률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앞선 과정을 반복하여 의미 있는 평균값을 확보하고 ▲측정 평균값으로부터 신호 크기, 방향, 주파수 등을 추정한다. 이 교수는 타깃 신호의 주파수 대역에 따라 ②~④ 과정에 다른 종류의 센싱 프로토콜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 고전 센서를 대체할 양자 센서
이동헌 교수는 양자 센서의 종류와 이를 이용하여 측정할 수 있는 물리량은 매우 다양하며, 특정 물리량에 최적화된 양자 센서가 존재한다면서 중력계, 자이로스코프, 자력계를 예로 들었다.
중력가속도 변화를 측정하는 중력계는 광학간섭계와 원자간섭계로 나뉜다. 원자간섭계 같은 양자 중력 센서를 활용하면 휴대, 이동 가능한 소형 중력계 제작이 가능하고 국소 지역에 따른 작은 중력가속도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회전각, 회전각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는 주로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나 링 레이저 형태의 센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원자, 스핀 큐비트 기반의 양자 센서 연구가 진행되며 이들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력계는 자기장 크기 및 방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다. 양자 자력계로는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ace Device) △원자 증기 셀(Atomic Vapor Cell) △다이아몬드 NV센터 등이 있다.
이들은 높은 공간 분해능과 높은 자기장 민감도를 동시에 만족하므로 ▲관성 측정장치(IMU) ▲뇌자도 측정(MEG) ▲나노 자기공명영상(MRI)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양자 자력계는 MRI 등에서 요구하는 높은 공간 분해능 및
자기장 민감도를 동시에 만족한다
추가로 이 교수는 현재 휴대형 원자 중력 센서, 원자 증기 셀로 이루어진 헬멧 형태의 MEG 장치, NMR, MRI 측정에 사용되는 동적 핵 편광(DNP) 장치, 칩 형태의 원자시계 등이 상용화되었다고 밝혔다.
◇ 국내외 양자 기술 투자 현황
양자 센싱을 비롯한 양자 기술 전반에 관심이 급증하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정부 출연 연구비와 기업 R&D 투자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9년부터 10년 동안 ‘국가 양자 집중지원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을 통해 양자 기술 전 분야에 전반기 5년에만 1.5조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양자 기술 플래그십(Quantum Technologies Flagship)’ 정책을 통해 2018년부터 10년 동안 총 1.3조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광 기반 양자 시계 ▲원자 증기 셀 기반 각속도/자기장/시계 ▲다이아몬드 NV센터 기반 MRI 이미징 ▲다이아몬드 NV센터 기반 자기장/전기장/온도/압력 센서 등 총 4개의 양자 센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영국은 ‘양자 기술 허브(Quantum Technology Hub)’를 통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중력계, 자력계, 자이로스코프, 원자시계, 양자 이미징 등 총 12개의 양자 센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개관을 목표로 하는 양자 정보과학 국립연구소 설립을 필두로 양자 기술 전반에 대해 총 12조 원 규모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2019년부터 연구재단, IITP 주관으로 양자 기술 전 분야에서 약 5년간 총 1,000억 원가량의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며, 중력계, 자력계, 이미징, 광원 등 5개 양자 센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또한, 양자 정보 분야 초기 생태계 확보 정도와 국내외 연구 추이를 바탕으로 연구비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양자 센서, 당분간 고전 센서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
인사이드 퀀텀 테크놀로지(Inside Quantum Technology)에 따르면, 2019년, 1조 원가량인 양자 센서 세계 시장 규모는 10년 후인 2028년에는 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양자 자력계, 원자시계 등이 양자 센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자 센서는 항해/운송, 의료 등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헌 교수는 “양자 센서는 초정밀 센싱이 가능하나 깨지기 쉬운 양자 특성을 유지하면서 센싱을 할 수 있는 높은 차원의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라며, “진정한 의미의 양자 센서가 상용화되는 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양자 센서는 당분간 새로운 플랫폼, 소형화, 저자기장 등이 필요한 니치 마켓을 대상으로 기존 센서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혁신 기술로 활용되거나, 기존 센서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개발 역사에서 상용 컴퓨터가 출시되기 전에 광전지(photocell) 등과 같은 센서들이 먼저 개발되어 다양한 분야에 앞서 활용되었다”라며, “양자 센서가 다른 양자 기술 실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