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이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의 연쇄 증폭 반응이 일어나 더 큰 빛 에너지를 대량 방출하는 광사태 현상과 이를 일으키는 나노입자(ANP)를 발견했다. ANP는 차세대 바이오 의료 기술, IoT 기술, 신재생 에너지 기술 등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화학연-美/폴 공동 연구팀,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툴륨 기반 광사태 나노입자 발견
빛 활용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한 적용 전망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의 연쇄 증폭 반응이 일어나 더 큰 빛 에너지를 대량 방출하는 ‘광사태 현상(Photon Avalanche)’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서영덕, 남상환 박사 연구팀은 15일, 미국·폴란드 연구팀과 함께 ‘툴륨(Tm)’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 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 광사태 현상 및 유발 나노 입자 발견 연구 성과,
1월 14일자 네이처지 표지 논문 선정 [그림=네이처]
연구팀은 광학적 연쇄 증폭 반응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광사태 나노입자(Avalanching Nano Particle; ANP)’로 명명했다. 해당 내용은 ‘ANP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이란 제목으로, 1월 14일(영국시각) 자 네이처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ANP는 바이러스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 자율주행차량 등 IoT 분야, 태양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ANP, 광변환 효율 낮은 UCNP 한계 극복
나노 물질은 일반적으로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의 빛으로 방출한다. 이렇게 물질 대부분에서 하향(下向)변환이 일어나는 것과 달리, 일부 원소의 나노물질에서는 작은 에너지의 빛을 흡수해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상향(上向)변환이 일어난다.
상환변환 나노 물질(UpConversion Nano Particle; UCNP)을 이용하면, 광원으로 작은 에너지의 적외선을 사용할 수 있어서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를 제외한 이물질에 빛이 잘 도달하지 않아 노이즈가 적으며,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에 상향변환 물질은 차세대 바이오 의료 기술, IoT 기술, 신재생 에너지 기술 등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UCNP는 광변환 효율이 1% 이하로 매우 낮아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걸림돌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UCNP인 ANP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ANP는 광변환 효율을 기존 UCNP보다 높은 40%까지 높일 수 있다.
광사태 현상은, 빛이 나노입자에 여러 번 다중으로 흡수되면,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원자 격자 구조 속에서 빛의 연쇄 증폭 반응이 일어나 다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광학 현상이다. ANP에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만 쪼여줘도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을 방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25nm(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의 고해상도 관측에 성공했다.
▲ ANP 기반 단일광선 초고해상도 이미징 [그림=화학연]
빛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의 해상도는 한계가 있다. 가시광선 파장인 400nm~700nm 이하 크기의 물질은 고해상도로 보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ANP를 이용해, 간단하게 400nm 이하의 크기도 빛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초고해상도 나노스코피 이미징(Nanoscopy Imaging)을 구현, 이번 논문에 발표했다.
◇ 바이러스 진단, 마이크로 레이저, 차세대 전지에 활용 전망
연구팀은 향후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ANP는 기존 전지가 흡수·활용할 수 있는 빛의 영역보다 더 긴 파장의 빛도 흡수할 수 있어 전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ANP를 활용해 임신 진단 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체외진단용 바이오메디컬 기술, 레이저 수술 장비 및 내시경 등 광센서 응용기술, 항암 치료와 피부 미용 등에 쓰이는 체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레이저 포인터보다 더 약한 세기의 LED 빛으로도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화학연 서영덕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빛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어 향후 미래 신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