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반도체 분야 기업 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미래 준비에 나서는 반도체 업계 투자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빠른 시장 변화로 차세대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자 업계의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M&A 투자는 단기간에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적 수단 중 하나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도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기술 혁신 속도에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20년, 반도체 업계 M&A 규모 역대 최대
퀄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M&A 추진 중
하이닉스는 펀드, LGE는 JV로 몸집 키워
2020년 반도체 분야 기업 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IC인사이츠는 1월 12일,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성사된 인수·합병(M&A) 규모가 총 1,180억 달러(약 130조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기록한 1,077억 달러를 넘어선 규모다.
▲ 2010-20 반도체 M&A 규모 [그래프=IC인사이츠]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불안,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21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특히 글로벌 봉쇄가 가장 심각했던 2분기에는 3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7월 이후 초대형 M&A가 이어지며 거래 규모가 총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하며 연간 반도체 시장 M&A 규모의 90%에 육박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400억 달러), △AMD의 자일링스 인수(350억 달러), △아나로그디바이스(ADI)의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인수(210억 달러), △마벨의 인파이 인수(100억 달러), △SK하이닉스의 인텔의 낸드 플래시 부문 인수(90억 달러) 등이 빅딜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저가 기업 매물이 등장한 데다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미래 준비에 나서는 반도체 업계 투자가 점차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IC인사이츠는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시장 M&A는 AI, 전기차, 자율주행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대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센터 증가, IoT 센서와 시스템 확산 등도 주요 동인으로 분석했다.
◇ 퀄컴, 누비아 품고 데이터 센터 시장 조준, 5G 굳혀
올해 반도체 업계 M&A 포문은 퀄컴이 열었다. 퀄컴은 1월 17일, 애플에서 ‘A 시리즈’ 칩 설계를 담당했던 핵심 엔지니어 3인이 설립한 ‘누비아’를 약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 퀄컴은 누비아 인수로 5G는 물론 데이터 센터 역량도
확장할 계획이다. 그림은 퀄컴의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88 [그림=퀄컴]
누비아는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데이터 센터에 사용하는 CPU 설계 기술력이 강점이다. 퀄컴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노트북,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및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누비아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누비아의 CPU 설계 능력이 5G 네트워킹 시장의 핵심 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경쟁사인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Ar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퀄컴의 칩은 대부분 Arm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코어를 사용하고 있다.
◇ 시장 지배력 확보와 중국 견제를 위한 인수도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美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같은 분야의 日 고쿠사이 일렉트릭의 인수를 진행 중이다. 고쿠사이 일렉트릭은 반도체의 주재료인 웨이퍼에 전기회로의 기본 막을 만드는 성막(成膜) 장치 분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현재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대형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공급 중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시장 장악력을 더 높일 전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2019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18.5%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5G 시대를 맞이해 자율주행, AI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것도 인수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양사의 거래가 처음 체결된 2019년 7월에는 인수가가 22억 달러였으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2020년 12월, 인수가를 35억 달러로 약 59% 올린 바 있다.
◇ 국내 업계, M&A 대신 펀드·JV 등으로 성장동력 확보 나서
2020년 하반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국내 반도체 업계 M&A는 없는 실정이다.
▲ LG전자-마그나,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 [그림=LG전자]
그나마 LG전자가 2020년 12월,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1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JV)을 오는 7월 설립하여 자동차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선다.
LG전자는 2013년에 자동차 부품 설계회사 V-ENS, 2018년에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 인수 등으로 자동차 전장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구동부와 전장부 모두에 탑재된다.
현재 시판되는 차량에는 200~3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며, 향후 상용화될 레벨3 자율주행차량에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향후 국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투자 확대, 펀드 조성 등을 모색하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우위를 전체 반도체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삼성전자는 향후 글로벌 종합 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만큼,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인수 가능성이 충분하단 평이다.
SK하이닉스는 1월 19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과 향후 5년간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위한 30억 달러의 자금조달 협력을 체결하며 M&A 추진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 차세대 반도체 시장, 대기업도 단독으로 대응 불가능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며 5G, AI, 자율주행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AP, GPU, 센서 등의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동이 제한되며 게이밍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할 데이터 센터 증설 등도 반도체 수요 촉진의 요인이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자 업계의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M&A 투자는 단기간에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적 수단 중 하나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도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기술 혁신 속도에 대응할 수 없다.
다양한 기술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갖춘 유망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관심을 두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