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 기자가 머리 싸매가며 양자가 무엇이고 양자역학은 또 뭔지, 그리고 양자역학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 지 들여다본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의 발달로 처리할 데이터양은 늘어가는데 집적회로의 한계는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로 만들어진 게이트 대신 양자를 연산법칙으로 사용하는 양자 컴퓨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대체 양자가 뭔지, 또 그걸로 어떻게 하기에 대안이라는 걸까? 과학과 인연이 없던 기자가 양자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양자 컴퓨터까지, 배우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그림
고양이가 상자 속에 갇혀 있다. 이 상자에는 방사성 핵이 들어 있는 기계와 독가스가 들어 있는 통이 연결되어 있다. 실험을 시작할 때, 1시간 안에 핵이 붕괴할 확률을 50%가 되도록 조정한다. 만약 핵이 붕괴하면 독가스가 나와 고양이가 죽는다. 슈뢰딩거는 이 상황에서 파동함수의 표현이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것을 비판하며 "죽었으며 동시에 살아 있는 고양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양자역학이 불완전하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반드시 살아 있거나 죽은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양성자 역시 붕괴했거나 붕괴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이해하려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은 코펜하겐 해석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발상인지를 드러내기 위해 제시되었다. 그러나 슈뢰딩거의 의도와 달리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설명하는 과학자들은 고양이 비유를 마르고 닳도록 써먹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 비유는 미시세계를 거시세계에 빗대 표현한 것일 뿐, 거시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거시세계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
왜 그럴까? 다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어보자.
고양이의 위치를 알고 싶다면 고양이를 봐야한다. 고양이를 본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부딪힌 빛의 일부가 관측자의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빛 역시 입자다. 그러니 빛에 맞는 모든 입자가 충격을 받는다. 고양이처럼 빛보다 엄청나게 큰 존재는 빛에 맞아도 좀 더울 수는 있지 충격은 받지 않는다. 입자는 다르다.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는 빛에 맞으면 휘청거린다. 전자의 위치를 알고 싶으면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전자가 받는 충격량이 크다. 충격은 운동량을 변화시킨다.
신은 확률의 고통에 우리를 가둬놨다
미시세계에서 측정하는 행위는 위치나 속도와 같은 물리량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측정할 때마다 값이 바뀌므로 여러 번 측정해서 얼마가 나올지 확률을 구할 수는 있다. 측정이 영향을 미칠 만큼 양자역학의 세계는 작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모르니 고전역학에 의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확률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비결정론이 도입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며 양자역학을 부정했지만, 보어는 “신이 주사위로 뭘 하든 왈가왈부하지 마라”라며 양자역학을 부정하는 아인슈타인을 부정했다.
또다른 해석, 여러 세계 해석
할아버지도 휴, 아버지도 휴, 나도 휴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는 1957년, 코펜하겐 해석과 다른 ‘여러 세계 해석’을 제안했다. 여러 세계 해석에서는 서로 다른 상태가 중첩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측정하는 것은 여러 세계 중에서 하나의 세계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러 세계 해석에 의하면 상자 속의 고양이는 죽어 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섞여 있는 중첩 상태가 아니다.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가 모두 존재한다. 관측자가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우주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우주와 죽어 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두 개의 우주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관측자가 고양이를 관측하는 순간, 관측자는 살아 있는 고양이와 함께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거나, 죽어 있는 고양이와 함께 또 다른 우주를 형성한다. 두 우주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다.
상식을 뛰어넘는 양자역학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자.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많은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철학적 해석에서 벗어나 양자역학과 관련된 방정식을 풀고 확인하는 실험들을 한다. 이론이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이론은 옳은 이론이다. 실제 물리학자들에게 해석은 있으면 좋지만 굳이 필요한 건 아니다.
배우기는 어렵지만 수학을 잘할 수록 인생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양자역학은 19세기까지 물리학계를 지배하던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거의 다 알았다”라는 생각을 가차없이 수정했다. 물리학자들은 전공자에게도 난해한 양자역학을 수식으로 전부 풀어놓았다. 인간의 언어는 상식에 기반하고 있어 비상식적인 양자역학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학 역시 우주의 현상을 숫자로 표현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언어로는 할 수 없는 표현이 가능하다.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는 물리학계가 아닌 철학계와 문화계로 옮겨가 있다. 문화계에선 양자역학을 쏠쏠하게 써먹고 있다. 아예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콘텐츠가 있는 반면 ‘앤트맨과 와스프’처럼 극적 효과와 실제 과학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콘텐츠도 있다. 이 미력한 ‘양자 톺아보기 시리즈’는 그 첫 회를 앤트맨과 와스프로 시작했다. 앤트맨 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이 양자역학이라는 소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팬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연 양자역학이 ‘어벤져스 4’에서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 궁금하면 영화 매체로 가보시라.
양자역학의 대략적인 역사와 내용에 대해서 그동안 알아봤다. 다음 회부터는 양자역학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에 대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