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자율형 모빌리티로 진화 중이다. 이를 위해선 운전자의 개입 없이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컴퓨팅 하드웨어의 성능, AI 프레임워크 및 모델 등 상용화를 고려한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를 위한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고 제한된 컴퓨팅 하드웨어 리소스를 고려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 KEIT, 자율주행 AI 기술 현황과 전망 발표
| 자율주행 센서융합, 인간 인식수준 초월
| 자율주행 AI HW, 표준 및 호환성 유지 중요
"차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운전은 하기 싫어요."
차에 대한 기자의 요즘 생각이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차는 편하지만 운전은 불편하다. 그래서 발달하는 자율주행 기술, 특히 자율주행 AI를 보자면 ‘존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자율형 모빌리티로 진화 중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최근 PD(Program Director) 이슈리포트 7월호 기사인 '자율주행차 AI 상용화기술과 산업전망'을 통해 자율주행 AI 기술의 상용화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슈리포트는 한국교통연구원의 문영준 선임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기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자율형 모빌리티'로 진화 중이며, 여러 가지 이동성 요구에 맞추어 주문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산업으로 변화되거나 급격하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봇택시나 라스트마일 등 자율형 모빌리티 산업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특정구간 또는 환경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목적지까지 운행이 가능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레벨 4 자율주행차량은 운영설계범위(Operational Design Domain; ODD) 내 완전자율주행, 다양한 주행 및 결함 상황에 대한 대응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의 상용화가 2030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못 미더운 자율주행? 생명 더 살릴 것
자율주행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세계 유수의 자동차 OEM이나 IT 기업들은 이 분위기에 편승해 자사의 자율주행기술 역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각종 연구소, 대학, 자율주행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율주행기술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자동차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 AAA)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의 평균 73%가 무서워서 자율주행차량을 탈 생각이 없으며, 자율주행차가 보행자 및 일반차와 도로를 공유하는 것에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미국 국도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NHTSA)은 자율주행차량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기에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에 인간보다 10% 안전한 자율주행차량을 시장에 도입하면, 2040년에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도입할 때보다 약 52만명을 더 살릴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레벨 4 자율주행차량과 자율주행 AI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인터내셔널의 정의에 의하면,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은 주행환경에 대한 모니터링과 시스템 오류에 대한 폴백(Fallback) 기능까지 모두 운전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자율주행기술의 확보를 위해선 공간 정보를 사용해 도로 위 차량 및 물체, 교통 상황 등을 사람 대신 식별 및 판별하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제어할 AI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주행환경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센서융합분야는 이미 딥러닝(Deep Learning)을 바탕으로 과거 규칙기반(Rule-based) 접근방식의 성능수준을 벗어나 인간의 인식수준에 근접하거나 추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율주행 AI는 다양한 주행환경에 대한 반복학습을 통해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어 학습을 위한 주행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안 굿펠로(Ian Goodfellow),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애런 쿠빌(Aaron Couvill)의 '
딥러닝'에 따르면, 카테고리 당 대략 5,000개 정도의 학습데이터가 있어야 허용 성능(Acceptable Performance)를 보이며, 인간에 필적하거나 뛰어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만 장의 학습 예제가 필요하다. 주행 중 5종류의 객체(사람, 차량(승용), 자전거 등)를 인식하는 운전자를 딥러닝 모델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각 분량 당 100만장 이상, 총 500만 장 이상의 학습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진정한 자율주행 기술로서 규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약 60억 마일의 실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2018년 6월 기준 전체 주행거리 78억 마일, 섀도 모드에서 16억 마일,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12억 마일 이상의 자율주행을 기록했으며,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은 2018년 10월 기준으로 미국 내 도로 누적 주행거리 1천만 마일을 초과했다.
엔비디아는 실제 주행이 아닌 가상 주행으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은 GPU에서 실제로 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생성해 전용 하드웨어에 이를 입력한다. GPU가 생성한 가상의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데이터를 훈련함으로써 전용 하드웨어는 수십억 마일의 자율주행 테스트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다.
자율주행 AI 기술은 객체인식 외에 상황예측(Context Awareness), 충돌판단(Collision Assessment), 돌발 상황 대응, 주행영역 추출, 엔드투엔드(End-to-End) 등 다양하게 필요하다. 현재 AI 기술은 인지분야에 주로 활용되고 있고, 인지분야 중에서도 영상센서를 이용한 객체탐색용 딥러닝 모델을 활용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AI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객체탐색을 위해서 개발되어 널리 활용 중인 SSD, YOLO 등 딥러닝 네트워크 외에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딥러닝 모델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AI 하드웨어의 조건
자율주행 AI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력소비가 적으면서도 강력한 성능의 AI 하드웨어가 필수다.
유럽의 인피니언, NXP와 미국의 인텔, 엔비디아, 퀄컴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복잡한 도로 위에서 많은 연산량을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능은 자율주행차량의 연비를 떨어트린다
니디 칼라(Nidhi Kalra)와 수잔 패덕(Susan M. Paddock)의 '안전 주행: 자율주행차량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해 몇 마일의 주행이 필요한가?(Driving to Safety: How Many Miles of Driving Would It Take to Demonstrate Autonomous Vehicle Reliability?)'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컴퓨팅 성능은 50대에서 100대의 노트북을 동시에 연결하여 동작시키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른 소비전력은 2~4kW에 이르며, 레벨 4, 5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자동차는 결과적으로 연비가 5%에서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에서는 빅데이터 학습으로 인지·판단 성능 향상되나, 완전자율주행에는 기존 자율주행보다 연산량이 1,000배 이상 많기 때문에 AI 전용 컴퓨팅 모듈이 필요하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최대 50W이하의 전력으로 최소 100TFLOPS 이상의 성능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율주행 AI, 객체 인식에서 인지 영역으로 확장
AI 기술은 자율주행 객체 인식부터 복잡한 도로 상황에 따른 판단 영역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인지 영역으로도 확장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객체 검출을 위한 Fast R-CNN 기법을, 중국 칭화대에서는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를 융합한 딥러닝 기반의 물체 인지 기술을 제안했다.
미국 코넬대에서는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RNN(Recurrent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감각융합 딥러닝 인프라(sensory-fusion deep learning architecture)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주행 의도를 예측하고 몇 초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확률적 추정을 제공하는 주행 의도 예측 기술을 제안했다.
자율주행 상용화 시 고려해야 할 과제들
자율주행에 필요한 AI 하드웨어는 특정한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표준기술 또는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량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하드웨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현재 개발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많은 딥러닝 프레임워크가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동작 가능한 CUDA 기반으로 개발되어 엔비디아 외의 하드웨어와는 호환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CUDA는 엔비디아가 만든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API 모델로, CUDA 플랫폼은 GPU의 가상 명령어 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레이어다.
최근 딥러닝 기법의 상용화를 위해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다양한 AI 하드웨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OpenCL과 같은 표준기반 딥러닝 프레임워크의 개발 및 고속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상용화를 고려하여 제한된 하드웨어 리소스(컴퓨팅파워, 전력소모량)와 글로벌 표준기술을 활용한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차량 상용화를 위해서 필요한 AI 컴퓨팅에는 대규모 주행 데이터와 복잡한 병렬연산의 AI 모델이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차량용 컴퓨팅 파워는 AI 소프트웨어가 필요로 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며, 점점 더 높은 성능의 CPU와 GPU를 활용한 연구는 가격과 연비에 민감한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엔비디아, 테슬라 등에서는 AI 학습 서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최적화된 신경망(Neural Network)를 선정하고, 이를 차량 내 컴퓨팅 모듈로 OTA 기술로 업데이트 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로드맵에 따라서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CPU, GPU, NPU 등)을 활용한 컴퓨팅 모듈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
한국의 자율주행기술 발전, 어떻게 이뤄야 하나?
자율주행은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한 분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모델에 대한 기술시연이 진행되었고,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AI에 필요한 컴퓨팅 모듈은 전장 설계기준에 따라 명확한 성능 및 사양에 대한 책임설계가 필요하며, 단순 기능개발을 지양하고 운전자생명을 중심으로 이중·삼중의 안전설계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AI 기반 인지·판단·제어의 개발은 물론 SW 플랫폼, 프레임워크, 딥러닝 모델 등 기반기술의 개발을 통한 강건 설계, 안전설계와 관한 연구개발도 중요하다.
자율주행기술은 기존의 서라운드 센서 등 자동차 독립적으로 개발되던 영역을 벗어나, 소프트웨어, 통신, 보안, ICT 인프라, IoT 센서, AI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과 융복합이 진행될 전망이다.
강력한 성능의 클라우드 기반 자율주행 딥러닝 네트워크, 표준기술을 활용한 딥러닝 프레임워크, 저전력 고성능의 AI 컴퓨팅 플랫폼과 센서, 제어기술에 대한 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 고수준의 자율주행에 필요한 도로교통 인프라의 개발과 관련 제도의 개선 등 자율주행차량 운영에 관계있는 영역에 대해서 부처 간 협력을 통한 패키지형 연구의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