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국내 특허출원이 연평균 9.3% 늘고 있다. 자율주행 AI 기술 국내 출원도 연평균 50% 이상 늘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율주행차는 물론 무인 이동체 전체에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나, 이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법규는 아직도 미정비된 상태로 남아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獨, 레벨 4 자율주행 허용 도로법 개정 논의 시작
韓 자율주행 기술, 인지-판단-제어에 AI 결합한
특허출원 늘고 있으나 관련 법규 논의 없어 시급
독일 연방하원은 지난 5월, 일반도로의 특정 고정구간에서 레벨 4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 관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연방상원을 통과하면, 독일은 내년부터 완전 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서 운행하게 하는 첫 국가가 된다.
▲ 독일 하원, 레벨 4 자율주행 법제화 추진 [사진=픽사베이]
레벨 4 자율주행은 컴퓨터가 완전히 자동차 제어 권한을 가지며,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하다. 현재 독일에서는 안전요원이 탑승한 자율주행 시험만을 허용한다. 개정안 통과 시, 인간 안전요원이 미탑승한 무인 주행 차량도 허용될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는 오는 2030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이 6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 국내 특허출원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860건에서 4,082건으로 연평균 9.3% 증가하고 있다.
이 중 AI 관련 기술의 출원 비율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자율주행 분야 AI 기술 국내 출원은 2015년까지 매년 15건 이내로 적었는데, 2016년에 31건, 2020년에는 155건으로 연평균 50%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AI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커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율주행 사고가 잇따르며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어, AI 기술로 자율주행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 세부 기술로는,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인지, 판단, 제어 기술보다 배차, 교통제어 같은 자율주행 지원 인프라 기술에 대한 출원이 285건(46%)으로 가장 많았다.
자율주행 기반 기술 관련해선 인지 기술 171건(28%), 판단기술 113건(18%), 제어기술 48건(8%)의 출원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인지 기술 관련 출원이 많아 자율주행에 중요한 차선·교통신호 등의 정적 환경정보와 차량·보행자 등의 동적 환경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AI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원인 국적으론 내국인 출원이 90% 이상이었으며, 외국인 출원은 10% 내에 그쳤다. 내국인 출원 중에서는 대기업이 23%(140건), 대학·연구소가 22%(136건), 중견기업이 5%(31건), 중소기업이 30%(186건), 개인이 8%(49건)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출원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자율주행 기술 다출원 순위 (1~10) [표=특허청]
전체 자율주행기술 다출원 기업은 현대차, 기아차 순서이나, AI 관련으론 LG전자(66건), 삼성전자(27건), 현대차(18건), 모빌아이(14건), 전자통신연구원(9건), 만도(8건) 순으로 IT 기업이 출원을 주도하고 완성차 및 부품기업들이 뒤쫓고 있었다.
외국인의 경우, 모빌아이(14건), 바이두(5건), 웨이모(5건) 등 글로벌 자율주행 선도기업이 주류였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외국인 출원은 5건에 불과했는데, 최근 5년은 58건으로 증가해 외국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허청 자율주행 심사팀 김희주 심사관은 “인간이 신뢰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구현은 인지 분야뿐만 아니라 판단과 제어 분야에도 AI의 활용은 필수적”이라며, “앞으로 관련 분야의 특허출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기술 발전은 순항, 법규 개선은 제자리
자율주행차는 인지, 판단, 제어 기능을 전제로 한다. 먼저 인지 기능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의 센서로 주변 환경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판단 기능은 인지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주행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며, 제어 기능은 선택된 옵션에 따라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자율주행 기술 분야 세부 기술별 특허출원 동향을 보면, 인지, 판단, 제어 관련 특허는 21,270건에 달했으며, 인프라 관련은 8,121건이었다. 이들 중 AI 기반 기술은 617개로, 꾸준히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도로 위를 달리는 완성차 외에도 사람 없이 운행되는 무인 이동체란 점을 공유하는 로봇, 드론, 자동 운반 차량 등에 응용하기 적합하다. 메커니즘이 유사하여 각 영역에 맞게 조정하면 일상은 물론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해안 쓰레기 현장 정보 수집과 국토 및 지적 재조사, 도서·산간 지역 방범‧순찰 임무 등에 활용 가능한 드론과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사업을 내후년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이 있다고 바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이동 경로 및 지도 생성 등을 위해 이동체 외부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영상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저촉될 수 있어 제약이 크다. 또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현행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보도나 건널목 등에서의 통행이 제한된다. 무인체 사고 발생 때 책임 주체를 운용자로 할 것인지, 생산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구분도 없다.
날개 하나로 나는 새는 없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도 법규가 활용을 막는다면, 무인체 시장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독일처럼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