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목 마른(?) 사람들과 언론은 세미나 강연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인간에게 체스 게임을 이긴 것으로 유명한 왓슨(Watson)의 IBM을 비롯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MIT 등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나서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나아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견을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학생이 MIT 교수에게 물었다.
“인공지능시대에 당신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배우라고 말하겠습니까?”
청중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뇌/인지과학과 교수도 ‘수학을 공부하라고 하겠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전에 코엑스서 열린 인공지능 심포지엄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여파로 행사장은 발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세미나 주최 측은 심포지엄이 ‘세기의 바둑 대결’ 발표 전에 잡힌 행사라고 애써 강조하며, 뜻 밖의 ‘흥행’에 기쁨과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에 대한 관심은 비단 많은 참석자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미디어의 관심이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듣기만해도 골치(?) 아픈 인공지능이라는 전문 분야의 심포지엄에 방송사 카메라가 진을 쳤다. 한 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올 줄 모르자, 어떤 학자가 그랬다 하지 않았나. “우리 국민이 이토록 ‘정의’에 목 말랐었던가!”
▲코엑스서 열린 인공지능 심포지엄에서 미디어의 취재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인공지능’에 목 마른(?) 사람들과 언론은 세미나 강연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인간에게 체스 게임을 이긴 것으로 유명한 왓슨(Watson)의 IBM을 비롯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MIT 등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나서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나아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견을 밝혔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독인가, 약인가
IBM의 기술책임자(Rob High)는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감정,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을 통해 업계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며 AI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인공지능에 대핸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MS 리서치 아시아 부소장(Wei-Ying Ma)도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를 반영하듯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현실화되고 있다”며, “생산성 증대를 위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진화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는 삼성전자의 이근배 전무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이나 심지어 대체도 하겠지만, 결국 사람과 인공지능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알파고로 촉발된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온 분야라는 것. 그 동안 두 세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는 것. 이제는 컴퓨팅 파워가 예전과는 달라 상상했던 일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공감을 얻었다.
‘기다림’과 ‘기초체력’의 의미
하지만, 국내 토론자들은 인공지능의 높은 관심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인공지능의 기초 기술도 학교에서 나와야 하는데 지금 대학에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뼈아픈 소리는 인공지능분야에서만 들은 게 아니어서 기자에게는 더욱 씁쓸하게 들렸다.
그런 의미에서 수 십 년 동안 인공지능 분야에 몸담아 온 한 토론자의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인공지능에 목말라하는 최근 추세에 대해, 그는 ‘기다림’과 ‘기초체력’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연구라는 것이 당장 결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기에 기다려야 하고, 데이터 컴퓨팅 운용을 교육과 연계하여 기초를 튼튼히 해야한다는 것. 천천히 가는 게 역설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기다림과 기초 체력, ‘경제’를 ‘창조’하겠다고 수선을 떠는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