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또다시 핀테크(FinTech)를 거론하셨다.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 수준‘이라고 친절히 비교까지 해주셨다. 근간의 담화문에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강조한 내용이다. 연초에는 핀테크 관련 부처를 질책까지 했다니 핀테크가 중요하긴 중요한 모양이다.
그런데 아시는지 모르겠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모바일을 이용한 핀테크가 우리보다 일반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례로 모바일폰 기반 송금 등의 모바일뱅킹서비스 M-Pesa의 경우, 케냐 전체 인구의 43%가 고객이며 여기에서 거래되는 금액이 전체 GDP의 25%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아프리카 수준’의 IT가 우리보다 나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턱없이 부족한 금융인프라 대신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을 이용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역설이다.
미래 금융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문밖에 나가면 발에 걸릴 정도(그렇다는 얘기다)로 은행이 많은 우리나라보다, 은행구경이 별따기 보다 힘든 나라에서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우리나라가 늦은 이유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치기 때문이다. 없어서 아니라 너무 많아서이다. 편리한 은행 시스템(게다가 은행은 시원하기까지 하다)이 있는데 왜?
현실이다.
대통령이 금융전문가를 앉혀놓고 질책할 정도로 금융강국 대한민국의 핀테크 산업은 아프리카 ‘이하’의 수준이다. 골치 아픈 액티브X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 외국에서 천송이(별그대) 코트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데 어쩌겠는가. 어딜가나 신용카드도 쉽게 쓸 수 있고 은행간 송금체계도 잘 만들어놨는데 핀테크니 뭐니 하는 것이 먹히겠는가.
혁명이다.
말 그대로 금융혁명이 필요하다. 이름만 다르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의 시작은 약 15년 전 금융융합이라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휴대폰이 급증하면서 금융권과 IT의 융합 서비스가 확대되었지만 이들의 불편한 동거는 한계가 있었다. 왜? 혁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질적인 것의 조합은 쉽지 않은 법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서로 녹아들기 보다는 먼저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무엇보다 내 밥그릇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의 하나인 기존의 금융 체계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는 없고, 금융을 잘 모르는 IT에 무한정으로 규제를 풀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질책’이 아니라 금융과 IT를 혁명적으로 묶는 제도적인 환경이다. 유로 환전 수수료를 없애기 위해 생긴 영국의 TransferWise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환치기 범죄로 걸리고 크라우딩 서비스를 대부업으로 등록해야한다면 누가 나서서 핀테크 서비스를 하려하겠는가.
금융 혁명을 위해서 정부는 규제는 풀되 금융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안전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고, 특히 자나깨나 걱정하는 보안 문제에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프리카 수준’ 만큼이라도 확대되는 핀테크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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