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은 다양한 센서를 탑재하며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20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 '19보다 20% 성장
아마존, '헤일로'로 헬스케어 시장 첫 진입
정부, 혈압 및 심전도 서비스 규제 완화
201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래 스마트워치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기기로 인식됐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기술정책단이 4일, 스마트워치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했다.
스마트워치는 각종 센서를 탑재하여 심박수, 심전도, 혈압 측정 등 ‘피트니스’ 기능의 범위를 확대했고, 건강 기록뿐만 아니라 건강 예측 및 관리 기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 의료 필요성이 커지면서 심전도 모니터링 등 ‘헬스케어’ 기능이 전보다 주목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8월 20일, 2020년 상반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애플이 51.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상반기(43.2%) 대비 8.2%P 증가한 수치다. 가민(9.4%), 화웨이(8.3%), 삼성전자(7.2%), 아이무(5.1%), 어메이즈핏(2.4%), 핏빗(2.4%), 파슬(2.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20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모델은 ‘애플워치 시리즈 5’, ‘애플워치 시리즈 3’, ‘화웨이워치 GT2’,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액티브 2’, ‘아이무 Z3 4G’ 순으로 조사됐다.
기존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마존도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지난 8월 27일, 사용자의 체지방과 심박수, 활동 상황과 수면 상태 등을 앱으로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헤일로(Halo)’를 출시했다. 아마존이 건강·보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헤일로 밴드 구조 [사진=아마존]
헤일로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디자인에 LED 표시등과 마이크, 센서, 버튼 등이 장착되어 손목에 착용하는 헤일로 밴드와 이를 지원하는 헤일로 앱으로 구성된다. 사용자의 몸무게나 체지방 비율, 심박동 수, 운동량, 수면 단계, 수면 중 피부 온도 등 신체 상태는 물론 감정 상태까지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기존 스마트워치와 차별화를 유도했다.
헤일로 밴드를 착용하고 앱을 통해 전신을 촬영하면 사용자의 체중과 체지방 비율에 관한 정보를 측정하여 신체 3D 렌더링으로 제공한다. 또한, 소형 마이크와 AI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목소리를 분석, 사용자의 현재 정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목소리의 강도나 속도, 리듬 등을 분석하고 사용자 상태가 어떤지를 타임 스탬프 형식으로 관리한다.
이 외에도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 운동이나 활동을 제안하고, 수면 습관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이고 깊은 수면·휴식을 만들 수 있는 분석 서비스 지원한다. 특히 체온측정 기능을 지원하여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사용자 건강 데이터와 신체 스캔 이미지, 음성 샘플 등은 암호화하여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분석한 뒤 자동 삭제되는 등 타사보다 강화된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기능도 내장했다.
◇ 시장 지배자 애플, 보급형 모델 출시 예정
아마존까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핏빗(구글에 인수), 삼성전자 등도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8월, 애플워치 시리즈 6로 추정되는 8종의 모델번호를 유라시아 경제연합(EEC)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EEC에 모델번호가 접수됐다는 것은 출시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열렸던 WWDC(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2020에서 애플은 새로운 애플워치 전용 운영체제(OS)로 ‘watchOS 7’을 공개했다. watchOS 7에 새로 추가된 기능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론이 애플워치 시리즈 6가 어떻게 출시될지 미리 가늠해봤다.
▲ 애플워치 시리즈 5 [사진=애플]
애플워치 시리즈 6는 시계 페이스를 다양한 구성과 배치로 꾸밀 수 있으며, 추가된 컴플리케이션(시침과 분침 이상의 기능)을 기반으로 특정 기능에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사용자의 수면 여부와 수면 시간을 추적하고 시각화된 수면 기록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맞는 취침 시간과 수면 목표를 제시한다.
동작 센서와 마이크 기능 등을 이용해 손 씻는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해 손을 짧게 씻으면 더 씻게끔 유도하며 집에 들어왔을 때도 손 씻기 알람 기능도 제공한다. 혈압 모니터링 기능은 아직 정확하지 않아 애플워치 시리즈 6에는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보급형 애플워치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팁스터 코미야(@komiya_kj)의 트위터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애플워치 SE’를 출시할 예정으로, 애플워치 3 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추고 새로운 S6 프로세서와 W4 무선 칩을 장착할 것으로 예측된다.
▲ 갤럭시 워치 3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8월 6일, 혈압과 심전도, 혈액 내 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한 갤럭시 워치 3의 판매를 시작했다. 갤럭시 워치3은 8월 6일부터 25일까지 약 6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작(갤럭시 워치 액티브2) 대비 같은 기간 판매량을 비교하면 3배 증가한 수치다.
갤럭시 워치 3는 스마트워치 최초로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을 지원하며, 심전도 측정(ECG) 기능과 가속도 센서를 포함한 각종 센서를 장착해 여러 제스처를 인식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의 혈압 측정 기능을 허가받았으며, 5월에는 심전도 측정 기능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허가를 취득했다.
낙상 감지 기능도 탑재됐다. 사용자가 넘어진 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사전에 지정된 연락처(최대 4명)로 알림을 보내고 1명과 통화 연결을 해주는 기능이다.
핏빗은 ECG와 피부 전기활동감지(EDA) 기능을 탑재한 ‘핏빗 센스(Fitbit Sense)’를 오는 9월 26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피부 습도의 미세한 전기적 변화를 감지하여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신체 반응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준다.
퓨어펄스 2.0(PurePulse 2.0) 기술을 기반으로 고심박수 또는 저심박수를 알려주는 맞춤형 심장 건강 관리 기능도 탑재했다. 착용자는 핏빗 센스를 통해 심방세동 등을 모니터링하여 건강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 식약처, 스마트워치 시장 성장 제도적으로 뒷받침
정부도 혈압 및 심전도 서비스의 규제를 완화하며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식약처는 올해 4월과 5월에 삼성전자의 혈압 및 심전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허용했다. 이로써 스마트워치 사용자의 혈압 및 심전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가령 고혈압 환자가 혈압 측정 앱을 활용하면, 매번 커프 혈압계(팔뚝에 기기를 끼어 혈압을 재는 방식)를 착용하는 번거로움 없이 24시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심전도 측정 앱으로 심장의 동 리듬(Sinus Rhythm)과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을 알 수도 있다.
애플 또한 6월, 식약처로부터 ‘생체현상 측정기기’ 품목군으로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적합(GMP) 인증을 획득했다. 애플이 심전계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불규칙한 박동 알림 기능’은 애플워치에 장착된 광 혈류 측정(PPG) 센서로 맥박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인증 문제로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기능 활용이 제한됐다. 그러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 관리 서비스(휴이노, 고려대안암병원)를 허용(과기정통부, ICT 규제 샌드박스 1호 과제)하는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워치의 활성화는 다른 헬스케어 기기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19년 9월, 구글은 핏빗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배경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구글이 핏빗의 방대한 사용자 건강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향후 구글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모든 제조사가 축적한 사용자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색다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