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방위사업청은 국민안전처와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력증강 로봇은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중의 하나로 이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파악하여 힘을 증강시키는 장비다. 웨어러블 로봇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I’m Iron man” 이라는 대사를 남긴 ‘아이언 맨’ 이다 보니 근력 증강 로봇에 대한 기사들도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 등장하나?(동아일보), ‘한국형 아이언맨 나온다(한국일보), ‘한국군 4년뒤엔 아이언맨 수트 입는다’(연합뉴스)로 제목을 장식하였다.
[it-Movie] SF영화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먼 미래의 배경과 기술들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근미래의 상용화될 기술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에 '잇-무비'는 영화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들을 확인하고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코너입니다.
웨어러블 로봇의 대명사는 아이언 맨(Iron Man)?
지난 2월 3일 방위사업청은 국민안전처와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력증강 로봇은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중의 하나로 이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파악하여 힘을 증강시키는 장비다. 웨어러블 로봇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I’m Iron man” 이라는 대사를 남긴 ‘아이언 맨’이다. 이렇다 보니 근력 증강 로봇에 대한 기사들도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 등장하나?(동아일보), ‘한국형 아이언맨 나온다(한국일보), ‘한국군 4년뒤엔 아이언맨 수트 입는다’(연합뉴스)로 제목을 장식하였다.
웨어러블 로봇의 대명사(?) 아이언맨(Iron Man)
그 이후 다른 SF 영화에서 근력증강 로봇이 등장했는데 2013년에는 탐 크루즈(Tom Cruise)가 주연한 ‘엣지 오브 투머로우(Edge of Tomorrow)’와 2014년에 개봉한 맷 데이먼(Matt Damon)의 ‘엘리시움(Elysium)’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언맨의 수트와는 뭔가 더 무거워 보이고 투박해 보인다. 심지어 기술이 후퇴되었나 싶을 정도로 착용 모습도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도대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와 탐 크루즈가 입은 웨어러블 수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니 만약 이 두 남자가 각자의 수트를 입고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우선 둘의 수트를 살펴보자. 아이언맨은 자비스의 도움으로 가볍고 얇은 소재의 금속으로 조립하여 수트를 만든다. 그는 막강한 에너지 ‘아크로 원자’ 덕분에 수트를 구동하고 그 안에는 각종 첨단장비와 인공지능이 장착되었다. 심지어 비행능력까지 갖추어 전투 시 인간보다 훨씬 뛰어넘는 능력치를 자랑한다.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한 장면, 웨어러블 슈트를 입은 탐 크루즈는 어딘가 불편해보인다.
가벼운 아이언맨과 달리 걷는 거 조차 힘들어 보이는 톰 크루즈
두 웨어로봇의 차이점은?
그와 달리 엣지 오브 투머로우(Edge of Tomorrow)의 근력증강 로봇은 매우 무거워 보인다. 무기를 장착하였지만 그만큼 거대하며 움직임이 불편하고 로봇 뒤쪽에는 커다란 직사각형의 모듈을 달았으며 그 주위로 수 많은 와이어들이 꽂혀있다. 또한 아이언맨 수트와 달리 발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감싸지 못하고 날 수도 없어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너무 뻔한 결과로 예상되는가? 그래도 이 둘 중의 누가 수트를 입고 살아날 것인가?
근력증강로봇을 연구하는 광운대 양우성 교수는 ‘엣지 오브 투마로우’의 톰 크루즈 손을 들어줬다. 안타깝게도 아이언맨은 “기술적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웨어러블 로봇”이라 밝히며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전투했다간 심각한 상해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현실감이 매우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웨어러블 로봇은 힘을 증강시켜야 하는 목적도 있지만 착용했을 시 어떤 동작이든 간에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교수님은 “아이언맨 같은 얇은 수트는 전투 시 충격으로부터 로봇 안에 있는 사람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설명하며 예를 들어 “영화에서 싸우다가 땅에 떨어질 때 그 충격을 수트가 다 흡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3년에 개봉한 엘리시움(Elysium)에도 웨어러블 로봇이 등장한다. 아이언맨과 엣지 오브 투머로우와 달리 매우 간소한 형태를 가진 것이 특징인데 척추신경이 바로 로봇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 바로 연결된 근력 증강 로봇인 ‘엘리시움’ 수트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동작 가능하나 몸 속에 칩을 넣어야 하는 위험성
이 장비는 신경이 발생하면 근육과 로봇에 동시 전달되기 때문에 거의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이 분야의 연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몸 속에 칩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양 교수님은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프로메테우스’에는 몸이 노쇠하여 잘 걷지 못하는 대기업 회장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길이 울퉁불퉁한 동굴을 걸어간다. 이처럼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만이 아닌 재활로봇과 노동에 필요한 근력과 시간을 유지시키기 위한 산업용이 있다.
이런 다양한 웨어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기술 HRI(Human-Robot Interaction, 인간-로봇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 로봇기술은 물론 사람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 구조 때문에 인체공학적인 설계기술, 착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센서 융합 및 추론이 요구된다.
전기구동 모터 방식과 유압모터구동 방식
양 교수는 “웨어러블 용도에 따라 시스템 구성이 달라지는데 환자들 대상의 로봇은 센서들을 통해 환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한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산업용, 군용) 대상의 경우 사람이 내는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구성이 될 것”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처럼 동작하는 목적에 따른 힘을 지원, 지지하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전기모터구동 방식과 유압모터구동 방식이다.
전기구동 모터는 정밀제어가 쉽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현장에서 사용되어온 기술이다. 유압구동 모터는 하나의 메인 유압 펌프로 다수의 구동기를 동작시키는 것이다. 또한 모터와 달리 속도에 비해 힘이 매우 세고 외부 무게를 지지 시에 유체 압력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으며 추가로 구동부에 기어와 같은 기계 부품 없이 구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구동기의 무게가 무겁지 않아 여러 관절에 배치해도 무게의 증가가 적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메인 펌프의 위치에 질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큰 출력을 요구하는 여러 착용형 로봇에는 유압구동 모터를 적용해오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과제, 장비와 배터리의 늘어나는 무게
그런데 필자는 궁금했다. 힘을 증강시키는 로봇을 착용했는데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양우성 교수는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장비도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전하며 또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면 그 충격을 로봇이 흡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 기술력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전하며 “로봇이 그 힘을 흡수하려면 동작이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웨어러블을 착용했을 때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 손목을 움직일 때 회전의 중심이 가운데 있지만 로봇은 인간 골격 옆에 붙어 회전 중심이 바깥에 있다. 이때 움직임의 반경이 맞지 않아 외부의 충격이 오면 되려 로봇이 나에게 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로봇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많은 관절을 사용하여 만들면 되지 않냐 라고 제안할 수 있지만 로봇의 무게가 무거워 질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의 쟁점은 로봇과 사람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동작범위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모션캡쳐(motion capture) 장비와 EMG(근전도) 센서를 달아 사람의 움직일 때의 데이터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로봇 설계와 구동기의 힘 용량을 계산한다.
증강로봇의 두번째 쟁점은 바로 배터리이다. ‘엣지 오브 투마로우’에서는 남자주인공이 부상을 당하여 쓰려져 있을 때 여주인공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가 그의 배터리를 빼서 가져가는 장면이 있다. 대부분 영화에서는 탄창이나 무기를 챙겨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전투능력을 높여주던 수트가 배터리가 다 되면 그냥 버리고 가기도 한다.
양교수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방용 착용로봇을 만드는데 배터리 무게가 로봇무게와 맘먹는 다고 한다. 하지만 군에서 요구하는 사용시간은 거의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6시간에서 보통 4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그렇게 동작하려면 로봇이 40kg, 배터리 20kg 되어야 한다.
그는 그 무게도 많이 줄인 무게라고 강조하며 최대 파워 구동은 2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연구는 로봇 증강에 들어가는 이외에도 자동차에서 현재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배터리의 기술 집적이 성공하면 그 때 협업해도 늦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교수의 차후에 들어가는 기획과제 중에는 배터리에 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기계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광운대 로봇학부 생체모방제어&로봇 연구실(BICAR Lab.) 양우성 공학박사
“왜 웨어러블 로봇이 인공지능만큼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일까요?”
“웨어러블 로봇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기계’ 정의의 가장 근접하지만 사람의 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인기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이어 “영화도 그렇지만, 로봇 분야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야 할 것은 먼저 한계점과 기능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의 인기를 이용하고자 마치 모든 것이 다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기대감만을 부풀려 오히려 로봇 개발을 더욱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아이언맨 슈트 같은 달콤한 거짓 속에 우리가 가야 할 ‘사람과 기계와의 공존’을 놓치고 있지 않는지 혹은 오히려 기계가 사람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개발을 저해하고 있지 않은지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