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건설 3D BIM 기술 전문업체(트림블)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통해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기술을 건설 산업에 도입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냈다. 조회 수와 설문 응답에 따라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기자가 홀로그램 ‘혼합현실’ 체험에 나섰다.
건축학과 교수, 학생들, 흥미롭지만 아직 기술적 완성도 떨어져
2D가 놓친 부분 확인, 실시간 간섭 체크와 데이터 공유 가능해
지난달 27일, 본지에서 건설 3D BIM 기술 전문업체 트림블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통해 홀로그래픽 기술을 건설 산업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관련 기사와 더불어 높은 조회수가 나타났다. 독자들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나아가 혼합 현실에도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기자가 홀로그램 ‘혼합현실’ 체험에 나섰다.
건설현장에 적용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BIM 이노베이션 컨퍼런스 2017에 무작정 찾아갔다. 홀로그램 영상은 VR 체험과 같이 모니터에 재생됐다. 홀로렌즈를 착용하자 담당 직원은 모니터를 보며 작동법을 알려줬다. 그림을 클릭해 로비에 가져왔다. 건물 몇 채와 나무가 곳곳에 심어진 ‘세트장’이 생겼다.
기자: 안경 크기가 작은 것 같아요. 그림이 잘려서 보여요.
직원: 물체가 커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가장자리에 화살표 보이시죠? 거기를 꼬집듯 잡고 줄여보세요. 가까이 가서 보셔도 되고요.
기자: 손으로 하는 작동법이 생각보다 어려운데, 음성인식은 안되나요?
직원: 음성인식도 돼요. 다음으로 넘어가기, 선택하기, 지우기 같은 단순 기능은 음성인식이 가능하고, 움직이거나 사이즈 조절은 손으로 할 수 있어요. 지금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클리커를 사용하면 좀 더 편하게 작동할 수 있어요.
홀로렌즈는 579g, 완충 시 3시간 작업이 가능하고 2GB RAM과 WiFi 및 블루투스 인터넷이 지원되는 ‘컴퓨터’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건축, 게임, 여행, 영상통화 등의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트림블 사의 ‘트림블커넥트’도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기존 트림블 사의 설계, 스케치, 디테일한 사항을 수정하는 프로그램들을 트림블커넥트라는 클라우드를 통해 홀로 렌즈로 연결해 보여주는 것.
여러 사람이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같은 화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같은 화면을 보며 이야기 할 수 있다. (사진출처:마이크로소프트웹사이트)
공사 현장에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벽 뒤에 철근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출처:유투브 영상캡쳐)
컨퍼런스에서는 건설 현장에 도입될 혼합현실(MR) 영상
(기사 하단 동영상 참조)이 재생됐다. 현장에 나온 데스크가 엔지니어와 이야기하며 설계 시 미처 보지 못했던 철근 위치를 확인해 바로 수정하는 장면이었다. 2D에서 놓쳤던 까다로웠던 것들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비전문가라도 이해하기에 수월하다. 또한, 컴퓨터의 장점인 정보 입력과 전송을 할 수 있어 현장 밖에 있는 사람도 실시간 간섭 체크와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도면 위주 건축에서 작업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장에서 만난 건축 전문가 및 종사자들은 홀로렌즈를 체험해보곤 MR의 장점을 언급했다. 건축프로그램 개발자는 “도면 위주 건축에서 작업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건설현장에 도입되기 전 교육 콘텐츠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아 견학을 나왔다는 건축학 교수와 학생들은 “미래 건축에 적합한 사례라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홀로그램의 건축 상용화 관련 질문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VR, AR 시장을 봤을 때 MR도 2~3년 안에 상용화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기술적 아쉬움으로 끊김 현상과 작동 편의성, 화질 및 선명도가 언급되며 “현장 엔지니어가 시스템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이라고 덧붙이는 의견도 있었다.
건축업에 또 다른 솔루션은?
기존 2D 도면을 대체할 솔루션으로 3D프린터가 제시되기도 했다. 컨퍼런스 한쪽에 전시된 3D프린터 부스에 전시된 모형물의 제작 시간을 묻자, 간단한 기둥 형태의 모형물은 2시간 정도 소요되나 외국 성당 같은 모형은 20시간을 넘긴다고 답했다. 직접 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정 사항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영이 어렵다. 관계자는 “국내보다는 외국 사례가 많은 편”이라며 “국내 건축업은 도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틀이면 도면 제작이 가능해 아직 3D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VR은 어떨까. 프로그램을 제작해 기기로 가져와 ‘보는’ 형태는 MR과 VR이 크게 다르지 않다. VR은 가상 공간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지만, 최근 전시업, 여행업, 부동산업 등에 도입되는 추세다. 현실 공간을 촬영해 재가공하거나 가상으로 가져와 재생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VR기기 중 하나인 오큘러스 리프트의 판매가는 리모컨을 포함해 598달러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판매가는 최소 3천 달러다. 앞서 말했듯 ‘컴퓨터’인 홀로렌즈가 클라우드 상 정보를 가져오는 것에 그치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