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모터·센서·Edge AI까지, 산업용 로봇이 요구하는 신뢰성에 답하는 ADI 포트폴리오 마크니카 코리아 박상권 FAE 인터뷰
이런 흐름 속에서 로봇 개발자가 마주하는 첫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떤 부품으로 로봇을 채울 것인가. 안정적인 전원, 정밀한 모터 제어, 흔들리지 않는 자세 인식, 그리고 점점 비중이 커지는 Edge AI까지,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IC는 종류도 많고 요구 조건도 까다롭다.
아날로그 디바이스(ADI)의 한국 공식 대리점 마크니카 코리아에서 기술 지원을 맡고 있는 박상권 FAE를 만나, 곧 진행될 ADI 로보틱스 통합 솔루션 웨비나에서 다룰 메시지를 미리 들었다. 박 FAE는 제너럴 FAE로서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지만, 최근 가장 빠르게 문의가 늘어나는 분야로 로보틱스를 꼽았다.
박 FAE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지난 1~2년 사이 신규 로봇 기업의 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 지원이 늘어난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마켓에서 로봇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커지면서 새로 설립되는 회사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도 굉장히 많고요."
박 FAE가 다루는 ADI 제품 영역은 단일 로보틱스 전용 칩이 아니라 ADC, OP-Amp, 전원, 모터 드라이버 등 로봇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IC다. 그 중에서도 최근 마크니카 코리아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는 두 갈래로 정리된다. 하나는 파워 설계와 노이즈 대응, 다른 하나는 모터 제어다. 산업용 로봇이 마주하는 고열, 진동, 연기, 습도 같은 가혹한 환경, 그리고 같은 작업을 수만 번 반복하는 데 필요한 재현성. 이 두 가지가 결국 부품 선택의 기준을 좌우한다는 것이 박 FAE의 진단이다. 최근 ADI에서 출시하는 제품이 대부분 −40°C에서 125°C 동작을 보장하는 산업용 등급으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웨비나의 구성은 이 문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전원에서 시작해 모터, 센서, 그리고 Edge AI까지 로봇 시스템 전체를 훑는다.
박 FAE가 가장 먼저 다루는 영역은 전원이다. MAX17614(Protection), LTC7891(Power Controller), MAXM17572(µModule), ADuM362N(Digital Isolator) 네 가지가 로봇 전원 체인의 골격을 이룬다.
각 제품을 개별 스펙으로 보면 ADI 외에도 대안이 있다. 다만 부품을 여러 벤더에서 가져왔을 때 발생하는 흔한 문제는, 노이즈나 EMI 같은 이슈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모터 인러시, 역기전력, 통신 라인 노이즈처럼 로봇이 견뎌야 하는 전원 이슈는 서로 얽혀 있어 단일 부품 단위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때 단일 벤더로 묶는 가치가 드러난다는 것이 박 FAE의 설명이다.
"오랜 기간 IC를 개발하면서 쌓아온 경험치와, 필드에서 겪어온 다양한 환경에 대한 대응 노하우가 축적돼 있습니다. 만약 필드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ADI 본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강점입니다."
협동로봇처럼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로봇에서는 갈바닉 절연(Galvanic Isolation)이 단순한 EMC 이슈를 넘어 안전과 직결된다. 모터 구동부에서 발생하는 고전압 노이즈가 제어부로 역류하면 오동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DuM362N 같은 iCoupler 기반 디지털 아이솔레이터가 옵토커플러를 대체해 가는 배경이기도 하다.
좁은 관절 모듈처럼 공간 제약이 큰 곳에는 µModule인 MAXM17572가 자주 검토된다. 인덕터와 보상회로가 패키지 안에 통합돼 있어 외부 부품 수를 줄일 수 있고, 보드 면적과 BOM 비용을 함께 압축할 수 있어서다.
모터 제어 섹션에서 박 FAE가 강조한 제품은 TMC6460이다. ADI는 2021년 맥심 인터그레이티드를 인수했고, 맥심이 그보다 앞서 인수한 독일 트리나믹(TRINAMIC)의 모터 제어 IC 라인이 이 과정을 거쳐 ADI 포트폴리오로 들어왔다. TMC6460도 그 흐름 속에 있다.
박 FAE는 이 제품을 "마이크로 모듈"이라고 부른다. 모터 컨트롤 블록, 게이트 드라이버, 출력단 FET까지 단일 칩에 통합한 원칩 솔루션이라는 의미다. 원칩 통합의 가장 큰 가치는 개발 속도다. 과거에는 컨트롤러와 게이트 드라이버, FET를 각각 골라 인터페이스를 맞추고 보호 회로를 따로 짜야 했지만, TMC6460은 레지스터에 파라미터를 입력하면 코드 레벨에서 모터를 돌릴 수 있다. ADI가 제공하는 GUI 환경과 평가 보드를 함께 쓰면 프로토타입 제작 기간도 줄어든다.
다만 박 FAE는 적용 범위를 솔직하게 한정했다.
"타겟하고 있는 것은 좀 작은 모터, 예를 들면 로봇의 손가락 같은 쪽입니다. 수십 와트급 정도가 적합하고요. 수십 킬로와트급 큰 모터는 다른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로봇 손가락이나 그리퍼, 소형 관절처럼 출력은 작지만 정밀도가 중요한 영역이 TMC6460의 무대다. 산업용 로봇의 어깨·허리 관절이나 AGV 휠 모터처럼 수 kW급 이상의 출력이 필요한 곳에는 별도의 게이트 드라이버와 외장 FET 조합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통합 솔루션을 다루는 FAE가 자기 제품의 한계를 분명히 설명한다는 점은 기록해둘 만하다.
모터 제어 체인을 함께 구성하는 두 축은 ADA4255 전류 측정 앰프(CSA)와 ADA4571 AMR 방식 위치 센서다. CSA는 FOC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전류 측정 핵심이고, AMR 위치 센서는 광학 인코더의 가격·크기 제약과 홀 센서의 정밀도 한계 사이에서 절충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자세 인식 영역에서 IMU와 가속도 센서는 자주 혼동된다. 두 센서 모두 가속도를 측정하지만, 실제 로봇 시스템에서 맡는 역할은 다르다. 박 FAE는 이 분업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했다.
"IMU는 로봇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를 받습니다. 머리나 몸체에 위치해서 로봇이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를 판단하죠. 가속도 센서는 미세한 진동이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형태인데, ADXL382 같은 제품은 로봇 핸드의 엣지 부분에서 센싱하는 용도로 많이 쓰입니다."
ADIS16575 같은 산업용 IMU는 로봇 전체의 균형과 항법을 책임진다. AMR이 매장이나 공장 안을 안정적으로 주행하려면 자기 위치와 자세를 SLAM 알고리즘으로 추정해야 하는데, 이 계산의 정확도가 결국 IMU의 바이어스 안정성에 좌우된다. 반면 ADXL382 같은 저잡음 가속도 센서는 그리퍼 끝단처럼 말단 부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충격이나 진동을 잡아낸다. 충돌 감지뿐 아니라 진동 데이터를 누적해 베어링 마모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지보전(PdM)에도 쓰인다.
데이터량 부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박 FAE의 설명이다. 일반 MCU에서도 CAN이나 SPI 인터페이스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고, 이미지 센서 데이터에 비하면 훨씬 작다는 것이다. 이따금 영상에서 보이는 "로봇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도 센서 성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예외처리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AMR과 협동로봇의 환경 인식에서 ADTF3175 3D ToF 카메라는 라이다와 스테레오 카메라 사이의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된다. ADTF3175는 1메가픽셀 해상도의 indirect ToF 모듈로, 0.4~4미터 범위에서 ±3mm 정확도, 75° 시야각을 제공한다.
박 FAE는 라이다와의 차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라이다는 선형적으로 데이터가 들어오고, 처리 과정이 복잡한 데다 구성 비용 자체가 굉장히 비쌉니다. 반면 3D ToF는 거리 정보가 영상 데이터처럼 들어오기 때문에, 복잡한 알고리즘 없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젯슨 솔루션이 몇 백만 원이라면, ToF는 훨씬 저렴하게 구현하실 수 있습니다."
라이다처럼 수십 미터 단위의 원거리 측정은 어렵지만, 실내 AMR이 마주하는 위험 요소 대부분은 5미터 이내에 있다. 사람의 다리, 떨어진 박스, 카트, 다른 로봇 같은 근접 장애물 인식에서 ToF가 갖는 비용·연산 이점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일반 카메라에서 깊이를 추출하려면 스테레오 매칭이나 단안 깊이 추정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돌리려면 GPU가 탑재된 보드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반면 ToF는 센서 자체가 거리값을 출력하기 때문에 호스트 프로세서는 받은 데이터로 의사결정만 하면 된다. ADI는 ADTF3175용 ROS 패키지와 오픈소스 레퍼런스 디자인까지 공개하고 있어, 개발자가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채택을 부른다.
환경 인식에 ToF, 자세 인식에 IMU, 모터 위치 측정에 AMR 센서를 모두 ADI로 묶는 구성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기술 지원의 일관성이다. 박 FAE도 이 점을 핵심 가치로 짚었다. 분산된 벤더에서 각각 지원받는 것과 단일 라인에서 지원받는 것 사이의 차이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 가장 크게 체감된다는 것이다.
웨비나의 마지막 주제는 MAX78002 AI MCU다. 맥심이 개발했고 ADI의 맥심 인수와 함께 ADI 포트폴리오에 합류한 칩으로, Arm Cortex-M4F CPU와 RISC-V 코어, 그리고 별도의 하드웨어 CNN 가속 엔진을 한 칩에 담은 점이 특징이다. 카메라로 사물·사람을 인식하거나 음성 명령을 디텍션하는 추론을 칩 내부에서 끝낼 수 있다.
NVIDIA Jetson과 같은 상위 AI 컴퓨팅 보드와의 위치는 분명히 다르다. Jetson이 복잡한 시각 인식과 SLAM, 멀티 센서 퓨전을 한 번에 처리하는 보드라면, MAX78002는 특정 인식 작업을 저전력으로 분산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MCU급 솔루션이다. 클라우드나 GPU 없이도 추론이 끝난다는 점이 산업용 환경에서 매력적이다. ADXL382로 수집한 진동 데이터를 MAX78002에서 추론해 예지보전을 구현하는 시나리오도 ADI가 자주 제안하는 조합이다.
다만 박 FAE는 이 카테고리 자체의 시장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아직 이런 AI MCU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신다는 점입니다. 한 번 경험해보시면 이게 얼마나 좋은 제품인지 아시고 많이 쓰실 것 같은데, 그 첫 경험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시장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죠."
엔지니어들이 AI 솔루션을 떠올릴 때 NVIDIA Jetson이나 Google Coral 같은 보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mW 단위 에너지로 추론을 끝내는 초저전력 AI MCU라는 카테고리는, 일단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박 FAE의 시장 진단이다. 웨비나가 그 진입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FAE가 마지막으로 짚은 메시지는 통합 솔루션의 가치가 평상시가 아니라 문제 발생 시점에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마크니카 코리아의 기술 지원은 3단계로 작동한다. 1차 고객사 자체 해결, 2차 마크니카의 기술 지원, 3차 ADI 본사 협업이다. 마크니카가 풀지 못한 이슈는 누적된 개선 방향과 함께 본사로 전달되고, 본사는 동일한 환경을 재현해 해결책을 찾는 구조다.
"단일 IC만으로도 성능과 신뢰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필요한 레퍼런스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IC 단위로 평가가 가능합니다. 조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하나하나 가이드를 드리고, 필드에서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 3단계 지원 구조는 인력이 부족한 신생 로봇 기업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 양산 직전에 발생하는 노이즈 이슈, EMI 인증 직전에 발견되는 절연 문제, 필드에서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모터 정지 같은 상황에서 부품 벤더가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함께 푸느냐가 출시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박 FAE가 인터뷰 내내 "축적된 경험치"와 "본사 협업"을 강조한 이유다.
곧 진행될 ADI 로보틱스 통합 솔루션 웨비나에서는 본문에서 다룬 11개 IC가 실제 블록 다이어그램 위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각 영역에서 어떤 레퍼런스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지가 공개된다. 로봇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원에서 Edge AI까지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 중인 엔지니어라면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