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따라 기존처럼 행동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면서 과거만큼의, 혹은 과거 이상의 사업 효율을 끌어내기 위한 업무처리 방식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기 위한 10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을 꼽았다. 등장 초기 디지털 트윈은 제조업 혁신의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나 싱가포르 정부가 도시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회 필수 인프라와 도시 정보를 데이터로 수치화하는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을 공개한 후부터 산업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 전체 영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아이디어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트윈,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표현
모사-관제-모의-연합-자율 기술로 구현돼
국내 디지털 트윈 기술력, 미국의 82% 불과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따라 기존처럼 행동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면서 과거만큼의, 혹은 과거 이상의 사업 효율을 끌어내기 위한 업무처리 방식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끌기 위한 10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꼽았다.
▲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시티(3DExperiencity)'로
디지털 구현한 프랑스 렌 시(市) [그래픽=다쏘시스템]
디지털 트윈이란 개념은 2002년부터 등장했으나,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시점은 2016년 10월, 미국의 기술 자문 업체인 가트너가 발표한 ‘2017년 10대 전략기술’에 포함되면서부터였다. 당시에는 미국 GE 사의 산업용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 ‘프레딕스(Perdix)’, 독일 지멘스 사의 클라우드 기반 개방형 IoT 운영 시스템 ‘마인드스피어(MindSphere)’가 등장하며 제조업 혁신의 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2018년, 싱가포르 정부가 도시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회 필수 인프라와 도시 정보를 데이터로 수치화하는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트윈이 산업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 전체 영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자리 잡았다.
◇ 디지털 트윈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트윈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관, 기업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디지털 트윈을 디지털 공간에 3D로 현실 공간과 사물의 쌍둥이(Twin)를 구현한 것이라 정의했다.
GE 디지털 사는 물리적 자산, 시스템, 프로세스의 실시간 감지, 예측, 예방, 최적화 등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라고 봤다. 가트너는 현실 세계의 실재(實在)와 체계(體系)를 디지털로 표현한 것으로, 딜로이트는 사업에 쓰이는 물리적 물체나 프로세스의 과거 및 현재 활동이 기록되는, 진화하는 디지털 프로필로 풀이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정득영 책임은 디지털 트윈을 “물리적 대상, 혹은 그를 모사한 디지털 대상을 실시간에 가깝게, 혹은 실시간으로 동기화하고, 다양한 목적에 따라 상황을 분석하고, 모의 결과를 기반으로 물리적 대상을 최적화하기 위한 지능형 기술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와 함께 ▲가시화 및 운영 ▲분석 ▲다차원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연결 ▲데이터 및 보안 ▲동기화 ▲연합 기술 등이 디지털 트윈을 구성한다고 부연했다.
◇ ‘모사-관제-모의-연합-자율’ 디지털 트윈 기술 5단계 모델
가트너는 디지털 트윈 기술 모델을 3단계로 규정했다. 1단계는 현실 세계 복제(3D 시각화), 2단계는 현실 세계 관제(실시간 모니터링), 3단계는 현실 세계 최적화(분석/예측/최적화)다. 이 모델은 하나의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복제하는 것을 상정했고, 따라서 복잡한 현실 세계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 디지털 트윈 단계별 기술 범위 [그림=IITP]
현실 세상의 현상들은 유기적이고 복합적이다. 정 책임은 기존의 현실 모사-관제-모의 3단계의 디지털 트윈 기술 모델에 2단계를 추가하는 것을 제안했다. 4단계는 최적화된 개별 물리 대상들이 상호 연계된 복합 디지털 트윈을 구성하여 물리 대상의 상호운영을 최적화하는 ‘현실 세계 연합(Federated)’ 단계다.
5단계는 개별 및 복합 디지털 트윈에서 자율적으로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하여 물리 대상을 최적화하는 ‘현실 세계 자율(Autonomous)’ 단계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구축한 디지털 트윈을 연동하여 기존에 파악할 수 없었던 현상의 원인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 국내 디지털 트윈 기술력, 미국의 82% 수준에 그쳐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 서비스(NTIS)의 R&D 과제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디지털 트윈 관련 과제 지원 건수('17년 12건, '18년 36건, '19년 127건, '20년 259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성과(특허 22건, 논문 44건)는 미흡한 실정이며, 특히 국외 SCIE 급 논문은 1건에 그쳤다. 정 책임은 “과제별 연구 내용이 공간에 대한 3D 모사와 IoT 기반의 연동 모니터링 모델 연구가 대부분”이라 지적했다.
IITP는 2019년 8월, ‘2018년도 ICT 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를 펴면서 디지털 트윈 분야 국내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82.3%에 불과하며, 이는 유럽(93%), 일본(87%), 중국(83.3%)에 뒤처지는 수준이라 밝혔다.
가트너의 2020년 10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가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트윈은 신속한 재난 경보와 차단, 작물 생육 환경 예측, 전력 수급 최적화, 질병 예측 관리, 제품 생산 시뮬레이션, 보안 인프라 테스트, 궁극적으로는 가상 도시의 구현을 통한 도시 현안 해결 방안 사전 도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현실을 가상으로 모사하는 수준에선 불가능하다. 이질적인 분야에서 생성된 여러 디지털 트윈 간 협업이 필요하다. 정 책임은 “디지털 트윈에 대한 글로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세부적인 디지털 트윈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