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격에서 물체를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개발했다. 외산 기술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개발에도 성공, 세계 수준의 성능을 나타내며 차세대 햅틱 분야 선도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왼쪽)김윤정 연구원과 진한빛 연구원이 센서를 이용해 촉질감 감지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센서로 촉감·질감·소리 97% 전달, 텔레햅틱 개발
ETRI 세계적 압전소재 개발 소부장 국산화 한 몫
국내 연구진이 원격에서 물체를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개발했다. 외산 기술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개발에도 성공, 세계 수준의 성능을 나타내며 차세대 햅틱 분야 선도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가상·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도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차세대 텔레햅틱(tele-haptic) 기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텔레햅틱 기술을 사용해 최대 15m 원격에서도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와 같은 촉질감을 느끼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향후 연구진은 한국에 있는 애완견을 미국에서 쓰다듬으며 털의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격에서 사물의 촉질감을 느끼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구동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실험실 수준에서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했고 획득 및 재현된 신호가 약 97%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신호의 전달과정에서 지연이 거의 없어 실시간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압전센서는 소부장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사용 중인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압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TRI는 그동안 연구진이 10년 넘게 개발해온 센서·액추에이터 관련 원천기술의 덕택으로 이번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압전 액추에이터에는 기존 단순 적층 세라믹 구조를 뛰어넘는 높은 출력과 변위 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몰프 구조를 적용해 최대 11배의 변위 차이를 이루어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출력, 변위 특성은 촉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도록 만드는 최대 요소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약 30㎛ 두께의 압전복합체 센서를 유연 기판 위에 인쇄 형성해 최대 13채널(분할)까지 패터닝한 압전센서를 만들었고, 최소 1㎜ 사이즈의 다양한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해 센서에서 수집된 촉질감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했다.
이는 향후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하기에도 용이하다.
패터닝된 압전 센서/액추에이터를 통해 두드리거나 누르는 위치 뿐 아니라 표면의 거칠기, 마찰 등의 질감 정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진동은 손을 올려놓으면 고스란히 느껴지며 위에 올려놓은 너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본 기술은 원격으로 촉감은 물론 질감,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E T R I’라는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하여 원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연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저전력으로도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구부리거나 누르면 전하가 발생해 전원이 없어도 100 볼트 이상의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본 기술의 핵심기술이 △고압전성 유연 복합체 센서 △고출력 멀티몰프 압전 액추에이터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신호처리 및 구동 △복합 촉질감 데이터 제어 및 무선통신 연동 기술 등이라고 밝혔다.
ETRI 김혜진 지능형센서연구실장은 “가상·증강현실용 텔레햅틱 기술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의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압전성 복합소재 및 초저전력 적층형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복합모듈 기술 개발’로 수행됐으며, ETRI 주관으로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양태헌 교수와 텍사스주립대학교 김진용 교수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압전 센서와 액추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