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덕 스마트센서사업단장(전자부품연구원, KETI)은 아쉬움보다는 센서 업계 후배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센서 산업 고도화를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의 예타(예비타당성) 추진과 기획을 총괄했던 박 단장은 사업의 구심점이 될 사업단 설립 무산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센서 산업계를 위해서라도 사업 ‘성과’를 내야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박효덕 스마트센서사업단장(전자부품연구원, KETI)은 아쉬움보다는 센서 업계 후배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센서 산업 고도화를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의 예타(예비타당성) 추진과 기획을 총괄했던 박 단장은 사업의 구심점이 될 사업단 설립 무산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센서 산업계를 위해서라도 사업 ‘성과’를 내야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실제로 인터뷰 녹취를 정리하다보니 그가 ‘성과’라는 단어를 무척 많이 썼다는 것을 알았다. 반복해서 사용한 ‘성과’라는 말이 처음엔 조바심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사실은 사업을 추진했던 당사자의 한명으로써 ‘책임감’이 깊게 베인 그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했다.
박 단장을 필두로 업계 전문가 200여 명의 노력은 2014년 1월에 예타 통과라는 뛰어난 성적표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향후 사업기간에 해결할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그래서 그는 IoT(사물인터넷)의 물결이 거셀수록 센서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서는 자동차, 항공 우주, 로봇, 모바일, 의료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연개개발 투자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전세계 생산 규모로 7위(1.6%)를 하고 있다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도 찾아보기 힘들다. IoT 트렌드의 영향 때문인지 내년도 예산을 생각보다 잘 받은 것 같다는 박 단장은 그만큼 사업 성공의 부담은 더 크다고 말했다. 예타통과 후 첨단센서기획단 단장으로 활동했던 그를 만나러 전자부품연구원으로 향했다. 아침 출근길의 풍경은 연구원들의 발걸음만큼이나 활기차게 느껴졌다.
<취재: 신윤오 기자>
"첨단 센서의 양산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센서 산업 고도화를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2012년 12월에 예타(예비타당성)를 신청하고 2014년 1월에 통과했다. 예산이 국회까지 통과해서 전체 예산 1508억 원(1147억 원 정부, 민간은 360억 원)을 확정했다.
올해 예산으로 70.93억 원을 확보했다. 내년 예산은 151.79억 원을 받아 올해의 두 배 이상을 확보했다. 2020년까지 매출 규모가 500억~1000억 원 이상의 중견기업 20개를 키워 센서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효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 센서 육성사업의 목적은 당연히 센서산업계의 경쟁력 강화일 것 같은데 어떤 점을 더욱 키운다는 말인가.
센서는 소재부터 시작해서 기계 시스템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 융합기술이다. 근데 실패한 사례를 보면, 1:1처럼 '이런 데는 이 센서' 하나만 하니까, 시장규모도 작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자 입장에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압력센서 소자만 13개가 들어간다. TPMS(타이어압력모니터링시스템) 모니터링하는 센서, 통신, 에너지 기능이 모여서 모듈 형태로 또 다른 센서를 만드는 것이다.
또 부스터, 에어콘압, 엔진오일압, 시트의 압력 등 현재 자동차에 들어가는 13개의 종류의 센서가 또 다른 모듈형의 압력센서로 만들어진다. 이것을 소자형의 센서라고도 한다. 핵심은 압력 센서 소자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1:1'의 과제가 아니라 소자를 통해서 응용상용화를 하자는 것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바이오, 산업용, 자동화 등 압력센서가 많이 쓰이니까, 이걸 모아서 패키지하면 소자의 수량이 많아지고 이는 곧 산업화가 되는 모델이다.
8개 핵심소자와 7대 산업분야 연계
-기술 개발 과제가 다양할텐데, 범위를 두는데 어떤 기준을 가졌나.
자동차에서 13개의 새로운 종류의 센서를 자꾸 만드는 것처럼, 솔루션을 붙이면 새로운 센서를 만들 수 있다. 이게 코어다. 이것을 응용 상용 모듈형 센서 제품으로 기획됐다. 8개 핵심소자는 자기, 관성, 압력, 영상, 광학, 화학, 레이더, 적외선센서 등이다. 이와 같은 소자는 자동차, 모바일, 환경, 바이오, 로봇, USN, 보안 등의 7대 산업분야에 공통적으로 연계된다.
-인력 양성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중소중견 기업을 키우려면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력 양성은 석사과정에 맞춰져 있다. 장학금을 주어 중소기업에 고용계약을 하거나, 본인이 원하면 석사과정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해서 지원한다. 내년 3월에 뽑으면 2년 석사, 3~4년 후엔 인력을 중소기업에 수혈해 준다는 계획이다. 1년에 60명 정도 양성을 예상하고 있다.
사업화지원사업 진행으로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
-기존의 R&D 과제 베이스로 진행했던 일들이 상용화도 못하고 모두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그래서 예타를 진행할 때에도 기존 방식으로 추진하면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독립법인을 만들어 그 일만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전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업단 출범이 무산됐고 과제가 기존방식으로 동일하게 진행하게 됐다.
사업단이 출범하면 포럼을 통해 수요공급자 모두를 엮고, 거기에 IP 전문가까지 모으려고 했다. 압력센서 하나를 만들더라도 IP가 들어가야 특허까지 등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포럼을 통해 수요도 확보하고 설계에서 제조 양산까지 가능하게 된다.
한 회사가 이걸 다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다. 센서 소자를 만들기 위해선 처음부터 두 세 개 분야만 잘할 수 있게 컨소시엄으로 수요까지 엮어주는 식이다. 포럼을 운영하면 공식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학회, 멤스, 나노 출연연 등 약 200여 명 가량이 예타를 준비하면서 기획한 일이다.
-사업단이 없어도 기업에 실질적인 서비스를 할 구심점이 필요할텐데.
그렇다. 구심점 역할을 할 사업단이 없어도 기업들이 필요로하는 실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R&D과제 형태로 첨단센서 사업화지원사업을 따로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단과 같은 구심력이나 역할은 아니지만 센서기술 로드맵 작성과 포럼을 운영하게 된다.
국내 센서 관련 연구기관인 ETRI, 나노, 광기술원 등을 엮어서 원스톱 서비스를 해줄 계획이다. 이는 유럽의 유로 프랙티스 모델처럼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부터 양산까지 기존의 네트워크에서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좋은 시설을 가진 국내 기관들과 센서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센서를 만드는 어떤 기업이 멤스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새로운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면 이 부분을 도와주어 당장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면 각 기관들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연 매출 50억 원 이하의 센서 기업이 60%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원스톱 서비스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사업의 목적인 첨단센서 산업의 생태계 조성이 핵심
-사업화지원사업은 센서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첨단 센서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 예타의 목적이기도 했다. 어렵게 센서 육성사업을 만들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다음에 또 지원 사업을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매년 사업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업이 성공하면 미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매출규모가 4위가 된다. 영국, 프랑스,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첨단 센서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포괄적인 범위를 담으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스마트(Smart)는 똑똑한 것을 말한다. 센서산업은 워낙 넓다. 화학센서를 보자. 예전에는 감지를 못했는데, 나노 멤스 기능이 들어가면서 감지하는 종류도 많아지고 기존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졌다. 이런 것도 첨단 센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스마트 센서라고는 하지 않는다.
새로운 재료특성과 가공기술 통해 획기적으로 성능을 높여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을 하게 만든다. 바이오, 나노기술 접목해서 성능을 높일 수 있고 신호처리를 통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첨단센서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면, 똑똑한 센서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혁신적인 성능을 내는 센서라면 다 합해서 첨단센서라고 하자, 고 그렇게 정의했다. 이렇게 하면 따로 지능이 없는 재료 기반의 화학센서, 가스센서 등도 첨단센서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시스템 산업, 반도체, IT 경쟁력이 국내 센서 산업의 기반
-센서소자를 잘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은 많다. 우리가 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응용 상용화로 가자는 것이다. 소자는 외부에서 사오고 모듈베이스로만 가자고 한 것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이다. 향후 IoT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열릴수록 센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진다. 그럴수록 핵심소자는 다 사와야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전략적인 핵심 소자는 잘 팔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자동차 산업도, 스마트폰도 다 죽는다. 소자를 모두 사와서 쓰면 결국에는 우리 산업이 종속된다. 센서는 하찮은 것 같지만 시스템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센서 하나에 소비자 욕구 만족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센서를 잘할 수 있는 밑바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센서 기술은 미국, 일본, 독일이 70%를 장악하고 있다. 그 다음에 영국(5.8%)이 있고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의 1.6%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가 센서를 잘하면 나머지 산업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쟁력이라면 시스템 산업, 반도체, IT 쪽을 잘하고 있어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점과 나노 기술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들을 잘 엮어서 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IoT 시대에 특히 센서는 어느 분야가 먼저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스마트폰(아이폰)이 나오면서 센서가 획기적으로 많아졌다. 스마트폰에 이미지센서, 마이크로폰, 음향, 자기, 터치, 관성 센서 등이 적용되면서 센서가 소량 다품종에서 대량 다품종 품목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IoT 시대에는 어느 분야가 먼저 터질지 모른다.
우리가 지금 있는 빌딩 안에도 수많은 센서가 존재하는 것처럼, 앞으로 스마트홈 시장이 확대되면 센서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IoT 시대가 빨리 올수록 센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전부 사와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의 센서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수조개의 센서가 우리 주위에 놓이게 된다는, ‘트릴리온(Trillion) 센서 시대’를 전망했다.
-센서가 확대되는 데 있어 가장 주목할 점이 있다면.
80, 90년대만 해도 센서는 일산화탄소, 산소 센서 등 디스크리트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센서가 계속 나오면서 이제 센서의 패러다임 바뀌었다. 최근의 자율주행센서, 파킹센서처럼 하나의 센서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새로운 기능을 자꾸 만들어 내고 있다.
기본을 잘하면 몇 가지 기능을 모아서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또 다른 센서를 만들 수 있다. 센서가 다른 모듈에 붙거나 통신기능을 더해서 복합화, 소형화, 저전력화하고 있다. 이에 센서는 향후에도 연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 있다. 연구 주제 내용도 미래 기술과 매칭하며 계속 나올 수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럼 센서 산업을 위해 우리가 먼저 극복해야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센서 기술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이 좋지 않다. 선진국과의 격차도 크다. 융합기술을 산업화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선 우리는 첨단 센서의 양산 경험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 수준이 낮더라도 양산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소량 다품종이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역량도 제한되는 것 같다. (이들의 역량) 엮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하는데 역량이 나뉘어져 극복하기가 어렵다. 혼자 다 차지하려하지 말고 (역량을 합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입제품과의 가격 경쟁도 극복해야 한다.
당장 어렵겠지만 계속 시도하면 자연히 수입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같은 길을 가더라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어떻게 갈 것이냐, 하는 선택 판단이 중요하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과거의 센서산업 실패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