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인간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사물 중 하나다. 소비자는 차를 선택할 때 제조사, 모델, 색상 같은 것들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나마 어떻게든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소망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3D 프린터다. 이론적으로는 3D 프린팅 기술로 자동차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동차 업계 전문가가 완성차를 대규모로 맞춤 제작하는 것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인간은 개별적인 외양이나 행동을 개성으로 표출한다. 이것은 물건을 소유하고 집이나 사무실 공간을 꾸미는 것으로까지 확대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변하는 유행을 빠르게 좇아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보면 그 사람이 멋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보수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사물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은 탑승 가능한 인원, 탑재 가능한 하중, 유지비용 같은 실용적인 점들을 고려해서 차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차의 성능과 외관을 더 중요시할 수도 있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차를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자들이라 하더라도 차를 선택할 때 제조사, 모델, 색상 같은 것들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나마 어떻게든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당연하다. 하버드 대학에서 실시한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평생 38,000시간을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이것은 평균적인 미국인이 하루에 101분씩 운전하는 것에 해당된다.
초기 자동차 시장에선 선택이 제한적이었으며 헨리 포드는 “고객들은 원하는 어떤 색상이나 선택할 수 있다. 단 검은색이기만 하다면”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선택할 수 있는 차종, 내장, 스타일 같은 것들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확률 상 도로 위에서 내 차와 똑같은 차를 만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맞춤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화가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엄청난 출력, 사치스러운 장식, 대담한 색상을 떠올리게 하는 ‘커스텀 카’를 원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디자인이나 외관에 있어서 뭔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것을 부여하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망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3D 프린터다.
가능성의 한계
이론적으로 자동차를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객이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정하고 자동차를 주문대로 제작해서 바로 차를 끌고 나올 수 있다고 하는 시나리오는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실현하기 어려운 공상에 가깝다.
▲3D프린팅으로 완성차를 제작할 수 있을까? (이미지=마우저)
오늘날 자동차는 다양한 형태 및 크기와 다양한 소재로 된 2만 개 가까운 부품들로 구성된다. 이것을 하나의 기계로 한 번에 프린팅 해서 그 자리에서 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적인 제조 공정을 필요로 하는 전자 부품의 복잡성은 제쳐두고도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규모의 경제이다. 오늘날 자동차 조립 라인은 차를 여러 명이 팀을 이뤄서 한 대씩 조립하던 것에서 공정을 분담해서 공정 별로 제조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공장 안에서 여러 대의 자동차를 동시에 제조하며 단일 업무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로봇 기계의 사용이 늘고 있다. 자동화 및 로봇 도입의 이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조 전략을 역행하려고 하면 대량 생산의 비용적 이점을 잃게 될 것이다.
3D 프린팅으로 차를 제작하는 것은 단지 몽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로컬 모터스는 자율주행차량과 관련해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대규모로 맞춤 제작하는 것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결되어야 할 설계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안전과 관련된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부품 제작
자동차 설계와 합리적인 양산 제조는 몇 십 년이 아니라 거의 백년 넘는 세월 동안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그러므로 3D 프린팅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자동차의 기계적 뼈대를 프린팅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디자인 측면의 요구사항과 소재 선택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한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소재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상관없이, 좀 더 중요한 것은 요구되는 기능을 달성하도록 어떻게 설계하느냐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되뇌는 말이 “설계는 디자이너에게 맡겨라”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기계 부품은 또 다른 요구들을 충족해야 한다. 강도와 견고성을 달성하면서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이러한 부품이 자동차 핸들링이나 공기역학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유능한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성과 신뢰성이다. 안전성은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며 정해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경제성 또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 3D 프린터에 가장 적합한 소재는 플라스틱과 금속이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범퍼나 강철 차체 패널 같은 것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대형 프린터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사출 성형 장비나 판금 프레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다.
반면 3D 프린터는 알루미늄 같은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알루미늄은 현재의 생산 기술을 사용해서는 작업하기가 어려운데, 3D 프린팅을 사용해서 경량 알루미늄 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에 도전
맞춤 제작과 대량 제조의 경제성을 따지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서, 오늘날 자동차 회사들은 다양한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재 관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소비자의 차량 옵션 선택폭을 늘릴 수 있다 (이미지=마우저)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가 재고에 없는 모델을 주문해서 이미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서 시간이 더 지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옵션들에 대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품들을 미리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럴 때 3D 프린팅을 사용해서 소비자 선택과 관련한 이 딜레마에 있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부품을 확보해 놓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은 선택 가능한 옵션 수로 곱한 것만큼 증가한다. 예를 들어서 라디에이터 그릴, 도어 트림, 미러 커버, 트렁크 실 프로텍터 같은 차체 부속품 각각으로 검정, 크롬, 그 외에 두서너 가지 색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것만으로도 이미 확보해야 할 부품 가지 수가 20여 가지에 이른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필요에 따라서 프린팅을 하는 것이 경제성 면에서 더 타당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맞춤형 차체 패널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미리 만들어진 자동차 새시 및 차체에 소비자들이 기능과 세부적인 스타일링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CA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할 수 있으며, 가상 풍동 시험과 성능 시험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항공우주 업계가 더 가볍고 성능적으로 혁신적인 부품을 설계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 업계도 어떤 식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3D 프린팅은 자동차 옵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D 프린팅을 사용해서 완전 맞춤 제작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 여전히 계속해서 애프터 마켓이나 전문 업체들의 영역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마우저 일렉트로닉스의 기고문인 3D 프린팅을 활용한 자동차 제작(Custom Cars for Everyone with 3D Printing)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