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의 자동차 산업 대표하는 기관이 전기차 시대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KAMA)는 현지시간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자동차협회(ACEA, Europe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와 정례협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에서는 정만기 회장과 국제통상과 산업분석 담당이 참가하였고 ACEA측에서는 에릭 마크 휘테마 사무총장을 비롯 국제통상, 온실가스 정책, 배출가스 등 담당들이 참석하여 산업 동향, 탄소배출 환경규제, 글로벌 공급망 이슈, 러-우 사태 업계 영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제일 먼저 최근 자동차 시장현황과 산업 여건에 대해 공유했다.
유럽과 한국 자동차업계 모두 코로나19 재확산 및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팬데믹 이전으로 시장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반도체 부족뿐 아니라 러·우 전쟁까지 겹쳐 금년 1분기 자동차 판매가 EU는 12.3%, 한국은 12.8% 감소하며 2020년보다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동차 부품조달관련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자동차산업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럽측은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에 따른 자동차생산 차질뿐 아니라, 러시아산 소재·부품·에너지 등의 수입 중단 등으로 산업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한국은 “완성차업체와 14개 부품업체들의 현지공장 중단과 그로 인한 자금애로 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인력 부족, 부품업체 준비 부족과 저조한 이익실현 등 KAMA의 2021년 시행 자동차 업계의 미래차 전환 대응실태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 ACEA는 공감을 표하면서 “EU 업체들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인력 구조조정과 전문인력 확보 문제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EU의 환경규제와 관련하여, ACEA는 “EU는 강력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규제 도입에 따른 효과는 충분하지 않아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등 특정기술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기차, SUV 등 고급차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도 유사했는데, 특히 2021년 전기동력차 시장점유율이 EU는 37.6%, 한국은 20.1%를 기록하는 등 양측 모두 전동화가 빠르게 확대됐다.
이어 “EU집행위는 2035년 내연기관 퇴출 수준의 기준 제시 등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나 충전소 확대, 합리적 에너지 세율 설정 등 인센티브는 부족하고 EURO7 기준 설정의 경우 EURO 6 대비 기업들의 투자확대 필요성은 커졌으나, 그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감축 효과는 크지 않아 규제도입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KAMA는 “한국의 경우 새로운 2030 NDC 발표에 따라 기존 연비, 온실가스 규제 강화가 필요하지만, 신정부의 합리성과 친기업 성향을 감안하는 경우 규제는 오히려 합리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라며 “연비, 온실가스 규제와 전기차 의무 판매제는 중복 규제로서 두 규제 중 하나는 철폐되거나 규제 총량이 미치는 효과를 감안하여 규제 페널티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업계는 원자재 수급 부족에 따른 부품공급과 생산 차질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가공 리튬생산의 58%, 니켈생산의 35% 차지 등 중국이 전기차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고 한국은 희토류의 35%, 소재부품의 88% 등 원자재의 중국의존도가 높아, 전기차 시대에 부품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업계는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ACEA측은 공감을 표하며 “전기차 시대 공급망 관련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측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도 조절은 물론이고, 바이오연료, e-fuel, 수소차, 전기차 등 자동차 동력원 관련 전기동력과 내연기관 기술 간 기술 중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러한 의견을 양측 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