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 공급망 다변화, 국내 부품 생태계 강화, 내연기관차 지속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성수 숭실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성유창)
中 의존 줄여야…국내 공급망 강화 必
車반도체 대란 최소 2~3년 지속 전망
국내 자동차산업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 공급망 다변화, 국내 부품 생태계 강화, 내연기관차 지속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자동차산업연합회(이하 KAIA)는 14일 자동차회관에서 ‘제27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열고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자동차업계 애로 해소와 대책’에 관해 토론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개회사에서 “완성차 업체 포함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환경 상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규제 한 개 도입시 기존 규제 두 개를 폐지하는 투포원룰(two for one rule)과 같은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주제발표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의존도 심화와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대한 심각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미·중 분쟁과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이차전지 소재 및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라고 전했다.
자동차 국내 생산의 해외 공급망 의존은 12% 내외로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전기·전자부문은 24%로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는 2019년 88.2%를 수입에 의존해 공급망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조 연구위원이 우려하는 바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2022년 1~4월 기준 자동차 부품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2%에 달한다. 2011년 11.6억달러였던 대중국 수입이 2021년 21.8억달러로 증가하기도 했다.
자동차부품 수입 중 일본과 독일의 비중이 10% 내외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증가하고 있어 편중된 수입 국가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전기차의 핵심인 이차전지의 중국 의존도는 2015년 52.8%였던 데 반해 2022년 1~4월 90%를 상회하고, 수입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배터리 소재 및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매우 크다. 흑연은 100%, 망간은 93%, 리튬 59% 등 많은 원자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또 미·중 분쟁 등에 따른 중국의 자체 공급망 확충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자체 공급에 위협이 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국은 자국 브랜드와 기술 육성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수요나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제조 효율을 향상시켜 국내 공급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KAMA) 정책연구소장은 주제발표에서 “반도체 부족에 따라 산업의 양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부족 및 가격상승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중 항만 적체 등으로 물류비가 급격히 상승해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생산회복 지연으로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계는 물량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완성차 기업들이 부품 공급 부족 등으로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낮은 마진에도 많은 물량으로 수익을 내는 부품사들이 타격이 크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김 정책연구소장은 글로벌 위기 속 대응책으로 △기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규모 확대와 기준 완화를 통한 기업 금융지원 강화 △내연기관차의 역할 유지로 기업의 미래차 투자 역량 확대 여건 마련 △정만기 회장과 동일한 의견으로 투포원룰을 입법화해 신산업과 제조업혁신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이성수 숭실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차량 반도체 부족 현상은 최소 2~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공장과 특수가스 등의 지역적 편중이 심하며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체 공정이 중단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을 ‘폭탄을 안고 자는 수준’이라 평하며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차량반도체는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2022년 1월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냔 동기 대비 13.7% 감소했으며 차량 출고 대기가 길어져 마이너스 옵션까지 시행하고 있는 실정에 놓였다.
반도체 대란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진출 가능 기업이 적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이 등장하며 신규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유다.
또, 차량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진입이 까다롭고 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진출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전했다.
까다로운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도 실차 탑재가 쉽지 않고, 전용 반도체 공장이 필요한데 수익성이 낮아 꺼려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전략적으로 차량반도체 인력을 육성해야 하며, 국내 자동차업체에 차량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 및 생산 인프라를 국내에 정착시켜야 한다"며 "국내 차량반도체 전문업체의 육성을 위한 정책, 자금, 인력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