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미래 시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기업들도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기차 성장, 정부지원·해외진출 달렸다
화재·충전 값 인상, 전기차 구매 심리 위축
국내 배터리 업계, 해외 투자로 반등 노려
정부 정책 자원 강화…공급망 공동대응 必
[편집자주]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10만681대로 2020년 대비 115%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2년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전기차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또한 SK ON을 제외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이 하락하며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미래 시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기업들도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본지는 최근 전기차 이슈와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했다.
■ 전기차 화재 사고 불안감 조성
지난달 4일 부산 남해고속도로에서 아이오닉5 충돌 직후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 직후 배터리에서 불씨가 일어났고 탑승자와 동승자가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큰 불로 이어져 두 명 모두 사망한 사고였다.
‘전기차는 사고가 나면 빠져나갈 겨를을 주지 않는다’, ‘아직 전기차 살 때가 아니다’ 등 누리꾼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사고 직후 온도가 800도까지 올라간 현상은 배터리팩이 외부의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서 일어난 ‘배터리 열 폭주’다.
이 현상은 해외 전기차 사고에서도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이슈이기도 하다.
테슬라 모델 S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7시간이 걸렸으며 1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는 미국 가정에서 약 2년 동안 사용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진화에 사용되는 시간과 물 때문에 남해고속도로 화재 진압에서 사용된 방식인 수조에 차를 통째로 담그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떠오르고 있다. 소방청은 독일에서 사용하는 이동형 수조 차량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전기차가 화재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배터리 모호장치를 탑재하고, 화재 안전 센서 장착을 통해 위험상황에서 전원 공급을 차단하는 등 기술적 해결도 요구되고 있다.
■ 충전요금 특례 할인 종료
지난달 28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 제도를 7월1일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2017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때마다 지불하는 '기본요금'과 충전 용량 단위(1㎾h)당 매겨지는 '사용량 요금'을 각각 할인해주는 것이다.
도입 년도인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의 할인율은 50%로 1kWh 당 충전요금은 292.9원이었다. 특례 할인이 종료되는 2022년 7월1일부터는 313.1원으로 20.2원을 더 내야 한다.
아이오닉5를 기준으로 0%에서 완충을 하려면 2만4,230원으로 기존 2만2,670원보다 1,560원 더 비싸지는 것이다.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도 1㎾h당 0원에서 1㎾h당 5원으로 인상이 예정돼 있어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년간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이었지만 한전의 부채 30조원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이유가 겹쳐 공약 파기가 불가피했다고 풀이된다.
정부는 대신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을 종료하는 대신 소비자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심야 완속충전 요금 할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배터리 가격 인상, 글로벌 경쟁 심화
배터리 가격 인상도 전기차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값이 120만원 상승함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도 뜨겁다.
지난 5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KAMA)는 “한국 업계는 원자재 수급 부족에 따른 부품공급과 생산 차질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가공 리튬생산의 58%, 니켈생산의 35% 차지 등 중국이 전기차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고 한국은 희토류의 35%, 소재부품의 88% 등 원자재의 중국의존도가 높아, 전기차 시대에 부품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업계는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ITC trade map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배터리전기차 세계 5대 수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20년 대비 중국이 9.5%p, 독일이 3.8%p 각각 상승한 반면, 한국, 벨기에와 미국은 각각 0.8%p, 2.1%p, 8.5%p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 ON의 점유율은 2020년 34.7%에서 지난해 30.4%로 4.3%p 감소했다.
지난 5월 GM·포드·파나소닉·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와 폼에너지·앨버말코퍼레이션 등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대규모 공급망 구축을 위한 ‘미국 배터리 독립연합(The Coalition for American Battery Independence, 이하 CABI)’을 발족했다.
CABI 출범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경쟁에서 한국·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함께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달러 이상 투자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2022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투자도 31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으로 미국에 1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던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로 인해 투사 시점 및 규모를 재검토하겠다는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던 계획을 보류한다.
반면, 현재 건설 중인 GM과 합작한 얼티엄 셀즈는 테네시 주 2공장(35GWh)과 미시간 주 3공장(50GWh) 등 합작 공장은 예정대로 투자와 건설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포드와 손을 잡았다.
두 기업은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통해 배터리를 공동 생산할 방침이다.
블루오벌SK의 테네시 공장은 470만평에 전기차 생산공장과 배터리 생산공장이 함께 건설되며 켄터키 공장의 부지는 190만평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테네시 공장의 규모는 43GWh, 켄터키 공장은 86GWh다.
■ 국제 협력·정책지원 강화 절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도전에 맞서 전문가들은 공급망에 대한 공동대응과 대외협력,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유럽자동차협회와 지난 5월 벨기에에서 개최한 정례협의에서 “세계 가공 리튬생산의 58%, 니켈생산의 35% 차지 등 중국이 전기차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고 한국은 희토류의 35%, 소재부품의 88% 등 원자재의 중국의존도가 높아, 전기차 시대에 부품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업계는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업계는 원자재 수급 부족에 따른 부품공급과 생산 차질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 공급망 관련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은 풍부한 배터리 원자재 매장량과 중국 정부의 자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세계 1위 배터리 전기차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면서 “신정부는 지난해부터 배터리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있는 미국과 한·미 전기차·배터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22년 4월 국내 기업이 니켈 등 대규모 광물 확보 및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5월 중국 배터리 양극재 업체와 공동으로 국내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인도네시아, 중국과 같은 신흥국과 협력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새 정부는 국내 관련 인프라 확충과 함께 기업의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정책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