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에 수조원을 투자하며 내연기관차를 뒷전에 두었으나, BMW는 전기차와 내연기관과의 공존을 주장하며 EU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그림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수요 증가…완성차 기업 전기차 개발·판매 주력
BMW, “내연기관차 E-Fuel로 탄소중립 이끌 수 있다”
[편집자주]수송부문의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기차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는 2030년 전기차 시장이 3,50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와 인터배터리 행사에는 각각 약 46,000명, 6만명이 방문하며 전기차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증명되기도 했다. 각 정부의 보조금 혜택, 배터리 용량의 증가와 다양한 신기능들로 수요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전기차지만, 배터리 열폭주 현상과 같은 위험과 충전 인프라 부족은 걸림돌로 남아있다. 완성차 기업들이 100% 전기차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에 수조원을 투자하며 내연기관차를 뒷전에 두었으나, BMW는 전기차와 내연기관과의 공존을 주장하며 EU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 전기차가 미래
2020년 글로벌 전기차(BEV)는 약 222만대, 완성차 전체의 2.9%에 불과했으나 2021년 약 478만대로 115% 성장률을 보이며 확실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1% 역성장한 8,063만대를 기록했으나 전기차(BEV)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68% 성장한 802만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의 9.9%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차는 중국, 유럽, 미국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93.3%를 가져가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전기차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에서 50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전년 동기 대비 86.1% 증가하는 증가세를 보이며 전기차 시장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미국도 테슬라와 포드 등의 꾸준한 판매량과 현대차그룹의 신차 확대로 80만대가량 판매되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8.9% 확대됐다.
유럽에서도 2022년 160만대 이상 판매되며 전기차의 꾸준한 수요를 보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으로 침략 전 예상보다는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이 높지 않았다.
중국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친환경 규제 강화 정책에 따른 자동차 탄소배출 감소 목표가 있다.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단을 추진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32년 미국 내 신차 판매의 67%를 전기차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며 전기차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전기차 생태계를 강화하고 내연기관차 판매 단종 혹은 축소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등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아 EV9 (사진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2030년에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며 기아는 2023년 EV9을, 현대차는 2024년 아이오닉 7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2025년부터 제네시스 라인에서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2035년에는 내연기관 판매 중단, 2040년 완전전동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현대차그룹보다 빠른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BEV로 전환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는 이와 같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400억유로를 투자하고 전기차 아키텍처 및 배터리 개발, 충전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 확장을 꾀한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는 디지털월드프리미어에서 자체 개발 전기차 아키텍처를 적용한 ‘더 뉴 EQE SUV’를 공개하는 등 전동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MB.EA △AMG.EA △VAN.EA 세 종류의 전기차 아키텍처를 공개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BMW, 내연기관 판매 금지 반대
BMW는 전동화에도 노력을 쏟고 있으나 내연기관의 종말에는 매우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Handelsblatt 매체에 따르면 BMW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되는 것에 반대하며 향후 10년까지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고도화를 지속하고 4, 6, 8기통 엔진과 더불어 여전한 수요를 보이는 디젤 엔진도 업데이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버 집세 BMW CEO (사진출처: BMW)
BMW가 내연금지 판매 중단에 거부 반응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올리버 집세 BMW CEO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는 점을 꼽았다.
정대한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자원팀장은 지난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배터리 광물 세미나’에서 리튬은 칠레와 호주에 다량 매장되어 있고 중국은 이를 양극재용으로 처리 및 가공하고 있으며, 중국은 희토류의 60%, 텅스텐의 84%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고 핵심광물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게만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배터리에서의 탄소 발자국이 상당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전기차를 친환경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BMW의 입장이다.
최근 독일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EU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BMW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세다.
독일 정부는 물 분해로 얻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 합성 연료인 E-Fuel을 쓰는 내연기관차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이와 같은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판매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E-Fuel에 대해 CO2 저감효과가 있으며,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에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는 내용을 지난해 8월 산업동향 보고서에 실었다.
그럼에도 E-Fuel을 사용한 내연기관차 CO2 배출 저감효과를 EU에서 일부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단기간 내 E-Fuel의 양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유럽자동차협회는 지난해 5월 개최된 정례협의에서 E-Fuel, 수소차, 전기차 등 자동차 동력원 관련 전기동력과 내연기관 기술 간 기술 중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며 연비·온실가스 규제와 전기차 의무 판매제는 중복 규제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폐지되거나 규제 페널티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