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보급형 차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NCM 배터리를 위주로 제작하던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저가인 LFP 배터리 공급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아이오닉6 주행 가능 거리 524km vs 하루 평균 주행 36.5km
내연차 판매 80% 중소형…보급형 전기차 출시 보급 확대 추진
[편집자주] 배터리의 용량, 성능와 종류는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거리를 책임지며, 성능과 배터리의 원자재에 따라 크게는 전기차 가격의 40%까지 차지한다. 기업들은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고, 많은 기술 발전을 이뤄왔으며, 프리미엄의 이름표를 달고 고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고가에 형성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약점을 보였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LFP 배터리를 필두로 저가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국내 LFP 배터리의 동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본다.
전기차의 보급형 차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NCM 배터리를 위주로 제작하던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저가인 LFP 배터리 공급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포항 배터리 컨퍼런스 2023’에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 배터리 업계 이슈’에 대해 발표하며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과 보급형으로 분화되며 보급형의 확대가 전망된다”며 “보급형 전기차는 주행거리 타협을 통한 저가화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터리 또한 고가의 금속 사용량을 줄이는 동향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최강자로 불리며 현대와 기아를 비롯 미국, 유럽 등에 높은 품질의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우리나라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량들은 네이버 검색 가격 기준 △BMW i7 1억3,890만원(삼성SDI) △EV6 7,200만원(SK ON) △테슬라 모델Y 6,000~7,000만원(LG에너지솔루션)에 달한다.
2022년 전기차 신차 평균가격은 내연기관차의 150%에 달하는 고가에 형성되어 있으며 배터리는 완성차 가격의 40%를 차지한다.
전세계에 걸친 보조금 축소 트렌드와 더불어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이어지며 배터리 산업도 겨울잠을 준비하는 추세다.
이에 따른 돌파구로 배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를 제작해 보급형 차량에 공급할 전략을 꾀하고 있다.
주행거리 타협을 통한 저가화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타협이 가능한 이유는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에 비해 운전자들의 실제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오닉6 롱레인지 2WD 18인치 기준 주행거리는 1회 충전 시 524km다.
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자동차 한 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6.5km밖에 되지 않는다.
Thomas Franke와 Josef F.Krems는 ‘The EV Range Paradox(전기차 주행거리 역설)’을 통해 소비자는 전기차 운전 경험이 없을수록 필요 이상의 주행거리를 요구하며 이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한 회피 본능이라는 내용과 함께 전기차 운전 경험자는 기대 주행거리가 오히려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는 부족하나 충전인프라의 확대와 급속충전 기술의 발전도 주행거리 감소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보급형(세그먼트 C, D) 판매 비중은 58%에 달하며 세그먼트 A, B까지 합하면 80%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으로 OEM들은 차량의 사이즈와 주행거리를 줄인 보급형을 출시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보급형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LFP 배터리이다.
주행거리는 NCM에 비해 짧으나 안정성과 낮은 가격이라는 최대 장점으로 현재도 기아의 레이와 같은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 출시 예정인 ID2 모델에 LFP 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며, BMW의 i1과 같은 모델에도 LFP가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도 LFP 배터리 개발에 적극으로 나선다.
K ON은 지난 3월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 발표했으며, 삼성SDI도 2026년까지 진행되는 LFP 배터리 개발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LFP 배터리의 재활용 경제성 문제는 걸림돌이다.
전기차는 본래 친환경적인 요소를 내세우며 탄소중립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1대당 배출되는 탄소는 11톤이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5.3톤이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된다.
배터리의 재활용과 재사용은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NCM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원자재로 재활용 시에도 경제성이 뛰어나 재활용의 의의를 가지나, LFP 배터리의 인산철은 경제성이 없어 재활용 기업들이 쉬쉬하고 있다.
2020년 발표한 EU 新배터리 규정 초안은 배터리 제조의 탄소발자국, 원재료의 윤리적 공급 확보,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촉진을 고려한 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발표된 핵심원자재법(CRMA)에는 EU 연간 소비량의 최소 15%를 재활용하도록 목표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수출이 늘어난다면, 재활용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