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다.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주행 특허 경쟁력 점수에서 웨이모는 2815점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자율주행 특허 기술 세계 50대 기업 중에 한국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현대차는 보유 특허건수 기준으론 세계 10위에 해당했지만 고급 특허 확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자율주행차,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체
웨이모, GM, 포드 등의 미국이 기술 선도
지금 가치 없어보이는 기술도 훗날 생각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고성능 카메라, 충돌 방지 장치 등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며, 주행 상황 정보를 종합 판단하여 처리하는 주행 상황 인지 및 대응 기술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ICT 기술의 융합체,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은 매우 복잡하며, ICT 기술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센서 기술, 매핑기술, 인식 및 판단 기술, 그리고 통신 기술로 구분된다.
센서 기술에는 레이더, 다중 비디오카메라, 전방감시 적외선센서, GPS, 라이다, 자이로스코프 등 다양한 장비가 포함된다. 매핑기술은 거리, 출발지, 목적지, 기타 도로 상황 등을 나타내는 점과 선의 좌표로 형상화하는 기술이다.
인식 및 판단 기술에는 다양한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융합하고, 이를 저장된 매핑과 비교하여 다른 차량, 교통 제어장치, 보행자나 장애물 등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통신 기술에는 차량과 차량 간 통신인 V2V 통신 기술과 차량과 교통 인프라 간 통신인 V2I 통신 기술, 그리고 그 모든 것과 통신하는 V2X 통신 기술이 있다.
자율주행차 특허 경쟁 선두주자 웨이모
이렇듯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기술로 이루어져 있고 그만큼 특허 경쟁도 치열하다. 그중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다.
2018년 7월, 일본의 특허분석 회사 페이턴트리절트가 평가한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주행 특허 경쟁력 점수에서 웨이모는 2815점으로 도요타(2243점)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자율주행 특허 경쟁력은 미국에 출원된 자율주행 관련 특허에 대한 경쟁 업체 주목도와 인지도, 출원자의 권리화 적극성 등을 종합 평가해 산출됐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특허 경쟁력은 3위권인 GM(1811점)과 포드(1686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웨이모는 2016년 조사에선 도요타, GM, 보쉬 등에 이어 5위였지만 불과 2년 만에 점수가 세 배 가까이 오르며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모가 급부상한 데는 구글의 AI 기술의 역할이 컸다. 웨이모는 이 분야 특허에서 1385점을 획득하며 204점을 얻는 데 그친 도요타를 제쳤다.
웨이모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반 도로에서 56만㎞ 자율주행 시험을 하고 시험주행장 등에서도 지구 14바퀴에 이르는 거리를 주행할 만큼 주행시험을 반복하면서 구축한 빅데이터로 AI 기술 격차를 벌렸다.
웨이모가 보유한 유효 특허는 318건에 불과하다. 양적으로는 도요타(682건), 포드(484건), GM(331건) 등에 밀리지만 질적 평가인 특허 가치에서는 압도적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특허 경쟁력이 약화한 이유에 대해 일본 언론은 AI나 소프트웨어보다 엔진을 비롯한 하드웨어에 중시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8년 5월, 일본 특허청이 발표한 세계 자율주행 특허출원 비율에서 일본 기업이 45%로 가장 높았지만, 그 특허의 60%는 부분 자율 운전이 가능한 수준인 레벨 2 이하였다. 미국은 다르다. GM, IBM(12위, IT), 스테이트팜(16위, 보험), 우버(26위, 차량 공유), 카네기멜론대(34위, 학교) 등 미국의 기업과 대학의 특허 출원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가 스스로 안전기능을 제어하는 ‘레벨 3’ 이상에 집중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5년에 세계 신차 판매의 4분의 1이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의 자율주행차 개발 현실
자율주행 특허 기술 세계 50대 기업 중에 한국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35위, 107점)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현대차는 보유 특허건수 기준으론 세계 10위에 해당했지만 고급 특허 확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사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율주행차가 최초로 달린 도심이 바로 서울이었다는 것이다. 1993년 6월, 고려대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가 개조한 자율주행차는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출발하여 청계고가차도와 남산1호터널, 한남대교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약 17㎞ 구간을 자율주행했다.
처음에는 한 교수가 운전하다 청계고가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한 이 자율주행 차량은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스스로 분석해 차선을 지키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차선을 바꾸는 기술은 아직 없었다. 그렇지만 세계 최초였기 때문에 장비는 모두 국산이었다.
한 교수는 “시험주행장을 달린 사례는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누빈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레벨 2 자율주행이다. 레벨 2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는 2014년이었다.
2년 뒤인 1995년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럼에도 한 교수는 “정부에는 산업 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신청했다가 이유도 모른 체 탈락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렇게 국내 자동차 산업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실전된 것이다.
"공허한 외침이지만" 안타까운 국내 상황 타파하려면
이런 식으로 놓친 기술이 그간 몇개였던가? AI 개발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 AI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였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알파고에게 1승이라도 따낸 이세돌 기사가 대단한 것이지 한국인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미 특허 경쟁에서 밀리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서나 반복되는 똑같은 말이지만 답은 하나다. 기업은 R&D와 컨버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정부는 각 기업의 연구개발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
일본은 ‘범부처 간 전략 혁신 추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율차 관련 기술을 통합 개발하고 있다. 여기엔 민간 기업과 연구소를 비롯해 일본 총무부ㆍ경제산업부ㆍ국토교통부에 경찰청까지 자율차와 관련한 모든 부처가 들어와 있다. 의장은 도요타자동차가 맡았다. 민간 기업 주도 아래 연구소와 정부가 개발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함께 논의해 결정하고 실행한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자율주행차 기술력은 세계와 격차가 있다.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의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크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며 2020년까지 레벨 3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다가올 레벨 4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에 앞서 한국은 발빠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어떤 기술도 얕보지 않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 그랬듯 첨단 기술의 과실을 온전히 취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