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G 서비스 품질은 세계서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인 우위로,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다. 소비자가 이해할 만한 품질을 제공할 수 없다면 5G에 대한 불만은 불신으로 바뀔 것이다. 5G는 이제 소비자가 만족할 품질과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
5G 가입자 수 6백만 넘었지만, 불만 팽배
국내 5G 서비스, 종합적으로 세계 수위권
LTE처럼 확실한 수익 모델과 품질 확보해야
국내 5G 가입자 수는 상용화 1년 만에 600만을 넘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월 1일 밝힌 지난 4월 기준 5G 가입자 수는 정확히 633만9917명이었다.
▲ 5G 전용으로만 출시된 삼성 갤럭시 폴드 [사진=이수민 기자]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5월 28일, 업계에 따르면 KT 5G 요금제에 가입한 직장인 임모 씨가 통화 품질 불량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KT 대리점으로부터 130만 원을 보상받은 일이 있었다.
KT는 대리점 직원이 임 씨에게 5G 커버리지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진 것이며, 자사 5G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가입자가 5G 커버리지를 숙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 5G 커버리지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5G 서비스와 커버리지는 세계적으로 볼 때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
▲ 버라이즌은 28GHz 대역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통신업체다 [출처=오픈시그널]
영국의 오픈시그널은 5월 20일, 국내 이통 3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미국 버라이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오픈시그널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등 5G 서비스 상용화 4개국 통신회사 10개사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버라이즌이 초당 506.1Mbps(메가비트)로 1위를 차지했고, LG유플러스(238.7Mbps), SK텔레콤(220.6Mbps), KT(215.0Mbps) 순이었다. 버라이즌은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에 적합한 28GHz 대역을 쓰고 있으며 국내 이통 3사는 그에 못 미치는 3.5GHz 대역을 쓰고 있다.
다운로드 속도만 보자면 국내 이통 3사의 완패다. 하지만 5G 접속 가능 시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속도 1위인 버라이즌은 접속 가능 시간이 0.5%로 가장 낮았으며, 속도 10위인 T-모바일의 접속 가능 시간은 19.8%로 가장 높았다. 국내 이통 3사는 접속 가능 시간에서도 2, 3, 4위를 기록했다. 28GHz 대역 5G가 3.5GHz 대역 5G보다 커버리지 확보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작용한 결과다.
▲ 모든 이통사의 5G가 LTE(4G)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가용성을 기록했다 [출처=오픈시그널]
이러한 내용이 국내에 보도되자 오픈시그널의 5G 서비스 속도 및 가용성 측정은 주로 미국에서 이뤄지고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아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몇몇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악조건 속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을 볼 때 국내 이통 3사의 5G 서비스 품질은 세계에서 높은 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우위로, 절대적인 수준까지 5G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없다면 소비자 불만은 여전할 것이다.
◇ 28GHz 대역 5G 본격 도입은 아직 요원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본격적인 5G라 할 수 있는 28GHz 대역 5G를 공공부문에 선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 및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 등이 28GHz 대역에선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상용화를 망설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로 야기될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통 3사 및 SK브로드밴드에 투자 시기를 앞당겨 주라고 요청했다. 이에 4사는 상반기 투자 규모를 잠정 2.7조 원에서 4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이통 3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SK텔레콤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28GHz 대역 5G 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아 연내 상용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 기지국 구축이 시작되더라도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 5G,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생태계 큰다
3.5GHz 대역 5G 서비스 생태계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5G 가입자 수가 600만을 넘은 것은 5G가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몇몇 최신 스마트폰이 5G 전용 모델로만 발매된 데다가 5G 가입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이통 3사가 강한 보조금 정책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없는 알뜰폰 5G 가입자 수는 겨우 1,000명을 넘는 수준이다.
또한, 소비자가 5G가 LTE보다 낫다고 확실히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5G 사용료가 LTE보다 비싼 것도 생태계 확대의 걸림돌이다. 이통 3사의 가장 싼 5G 요금제는 5만 원 중반대이며, 알뜰폰 업체도 3만 원 후반대가 제일 저렴한 요금제다.
2011년 7월에 개시된 LTE 서비스는 SNS 및 OTT 수요가 급증하며 상용화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LTE 서비스 가입자 수는 국내 인구(5,184만)보다 많은 5,500만을 기록했다.
5G 서비스가 현재의 불만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LTE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 소비자가 만족할 품질을 제공할 것. 이 두 명제를 이행하는 것이 5G 생태계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상대적인 우위는 사상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