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FRAND 확약에 위반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통한 상품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SEP 라이선스 시장에서 표준 채택으로 인한 이익을 배타적으로 향유해온 행위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휴대폰사와 칩셋사의 R&D 혁신 성과에 대한 공정한 기술혁신 경쟁이 기대된다.
▲무상 크로스그랜트(특허우산)의 경쟁사 배제 효과
경쟁 모뎀칩셋·휴대폰 제조사 사업활동 방해
FRAND 라이선스 협상 기회 실질 보장 기대
퀄컴의 FRAND 확약에 위반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통한 상품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SEP 라이선스 시장에서 표준 채택으로 인한 이익을 배타적으로 향유해온 행위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휴대폰사와 칩셋사의 R&D 혁신 성과에 대한 공정한 기술혁신 경쟁이 기대된다.
대법원은 13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외 2개 계열회사(이하 3사를 통칭해 퀄컴)가 제기한 상고심(2020두31897)에서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공정위 일부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월20일 퀄컴이 자신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2017년 2월21일 서울고등법원에 위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12월4일 퀄컴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며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퀄컴과 공정위 모두 각 패소 부분에 대해 2019년 12월19일, 23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고, 공정위는 약 3년 4개월 동안 상고이유서, 답변서 및 상고이유보충서 등 21건의 서면을 제출해 법리 공방을 이어 나갔으며, 대법원이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최종적으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게 됐다.
퀄컴의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는 3가지로 우선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 Standard Essential Patents)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고,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 칩셋 공급을 볼모로 FRAND 확약(SEP보유자가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약속을 의미)을 우회해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 했다.
또한 휴대폰 제조사에게 포괄적 라이선스만을 제공하면서 정당한 대가 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한편, 휴대폰 제조사 특허를 자신에게 무상으로 교차 라이선스 하도록 요구했다.
이 중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번 판결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이러한 사업구조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야기하여 시장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공정위는 판결 취지를 반영하여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 나가는 한편, 표준필수특허 남용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퀄컴은 휴대폰사 등 다른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오면서 경쟁사에게는 일절 라이선스를 주지 않는 모순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퀄컴 칩셋은 특허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제품이 되는 반면 경쟁사 칩셋은 특허 라이선스가 없는 하자있는 제품이 돼 칩셋시장에서 퀄컴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쟁구도가 구축됐다.
퀄컴이 휴대폰사 등으로부터 받은 ‘무상 크로스그랜트’는 자신의 칩셋 고객만 특허침해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특허우산’을 제공해 손쉽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휴대폰사가 퀄컴 칩셋을 구매하면, 약 200개의 다른 특허권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를 면제받는 특허우산 효과를 누리는 반면에 경쟁사 칩셋을 사면 다른 휴대폰사의 특허에 대해 별도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므로 경쟁 칩셋사는 능률경쟁이 불가능했다.
경쟁 칩셋사에 대한 라이선스 거절은 경쟁사의 판매처를 제한하고 경쟁사와 고객 간 거래에 퀄컴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창출 했다.
경쟁 칩셋사가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이 없는 휴대폰사나 다툼이 있는 휴대폰사에 칩셋을 판매하면 언제든지 특허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 칩셋사는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휴대폰사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 능동적인 시장개척이 곤란했다.
또한 휴대폰사가 자신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이행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용해 경쟁사와 휴대폰사 간 거래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사가 경쟁사 칩셋을 구매하려 하면 엄격한 로열티 감사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사의 칩셋 판매를 방해하고, 퀄컴 칩셋을 구매하는 휴대폰사에 대해서는 조건부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사 고객을 유인할 수 있었다.
FRAND 확약은 표준필수특허권자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SEP 보유자로 하여금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하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SEP 보유자가 FRAND 확약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표준 기술이 소수의 사업자 또는 특허권자 단독의 전유물이 되어 표준화 절차를 훼손하고 기술간 경쟁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퀄컴이 모뎀칩셋 공급을 무기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함에 따라 SEP 라이선스 시장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는 FRAND 확약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에 휴대폰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다수의 이동통신 SEP을 확보해도 퀄컴에게 무상으로 라이선스하게 되므로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그들이 R&D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면 그 성과의 상당부분을 퀄컴이 수취해가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 확정으로 휴대폰사는 퀄컴 칩셋 공급에 대한 염려 없이 퀄컴과 대등한 입장에서 FRAND 라이선스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