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Hz 주파수 경매 결과 최종 낙찰가 4,301억원으로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으로 확정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라 칭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스테이지엑스에게는 28GHz 주파수 대역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이 주어졌다.
▲과기부 박윤규 제2차관
스테이지엑스, “미래가치 고려 경매가 결정”
박윤규 과기부 2차관,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
클라우드·오픈랜 등 SW 기술 적극도입 계획
28GHz 주파수 경매 결과 최종 낙찰가 4,301억원으로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으로 확정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라 칭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스테이지엑스에게는 28GHz 주파수 대역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이 주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1일 경매를 통해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함께하며, KAIST, 연세의료원, 인텔리안테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매는 1월 25일부터 1월 31일까지 3개 법인(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등 세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밀봉입찰 결과 최종 낙찰가는 4,301억원으로, 2018년 이통3사의 낙찰가인 2천억원 초반대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주파수 비용은 예기치 않은 큰 숙제로 남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최종 낙찰가 4,301억원을 5년간 분할 납부해야 한다. 올해에는 낙찰가의 10%인 43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에서 입찰을 거쳐 4천억원이 넘는 주파수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금액인 742억원보다 훌쩍 뛴 가격인 4,301억원을 처음에 내걸었다면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최종 낙찰을 받아 제4이통의 타이틀을 얻는다는 가치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도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며, “28GHz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및 기술, 그리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하여 경매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지엑스는 3년 동안 26.5~27.3GHz 대역 전용주파수와 앵커 주파수 700MHz 대역 20MHz폭을 할당 받는다. 스테이지엑스는 기지국 장비 구축 수 6천개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28GHz 기지국 1대당 구축 비용은 약 2천만원이 넘어 장비 구매와 구축비는 최소 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과기부, 삼성전자에 28GHz 단말 협조 요청
제4이통이 28GHz 주파수 대역 기반 기술 및 자본을 마련한다 해도, 현재 국내에는 5G 28GHz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스테이지엑스는 “28GHz 서비스 이용을 위한 단말기 보급을 위해 국내 대표적 사업자인 삼성은 물론, 애플, 구글, 폭스콘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5G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확실한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신규사업자 정책 수혜를 대거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할당대가 및 망 구축 의무 완화부터, 신규사업자의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기지국, 코어망 등 타사 네트워크를 공동이용(로밍)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규정을 마련한다. 또한 자사 네트워크 구축에서도 통신사·사설관리기관·CATV의 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사업운영 측면에서도 4천억원의 정책금융, 세액공제를 비롯한 단말유통 지원 등 전국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도의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 박윤규 제2차관은 지난 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정호진 부사장과 만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폐지 및 신규사업자 28GHz 단말 출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윤규 제2차관은 삼성전자에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가 시장에 조기 안착될 수 있게 28GHz를 지원하는 전용 단말 출시 등 협조를 당부했다. 박윤규 제2차관은 “올해는 이동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와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는 상황으로, 제조사에서도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등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윤규 제2차관은 ‘단말기 유통법’ 폐지 취지와 향후 계획을 공유하며, “법 개정 이전이라도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확대되고 중저가 단말 출시가 활성화돼 국민들의 단말 구입 부담이 완화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구매 시 공시 지원금 이상의 할인을 금지하는 정책이나, 최근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 요금 경쟁을 활성화해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제4이통은 자금력이 풍부한 이통3사에 비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해 유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업계는 스테이지엑스가 신규 법인 설립, 기간통신사업 등록 등의 절차를 걸쳐 하반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서비스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스테이지엑스, ‘진짜 5G 실현’ 위한 혁신 기술 도입
신규 사업자 성공 여부는 기존 사업자 대비 새로운 원가 구조의 달성 여부에 달렸다. 스테이지엑스는 제4이통으로 선정된 후, 5G 28GHz를 활용한 B2B 서비스뿐만 아니라 B2C도 서비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8GHz 핫스팟과 더불어 클라우드 위에 코어망을 구축하고, 기존 이통3사 네트워크 로밍을 통해 전국망을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스테이지엑스는 ‘28GHz Real 5G’ 서비스와 관련해 KAIST(과학기술원)와 리빙랩 형태로,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국내 주요 경기장 및 공연장과 협업하여 실감형 K-콘텐츠를 서비스하고,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28Ghz Real 5G 서비스를 구현한다.
달리 말하면 5G 28GHz 주파수 대역 기반으로 전국구를 커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먼 이야기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28GHz 주파수 대역으로만 사업화하는 것은 무리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제4이통의 사업성 확보는 정부가 다른 sub-6 대역을 언제 제공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논의되던 중저대역 주파수 공급을 28GHz 성과 이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스테이지엑스는 기존 이통3사와는 다르게 2G·3G·LTE 망을 보유하지 않은 새로운 통신사업자라는 점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 기존 하드웨어 기반 통신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연성, 확장성,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코어망을 클라우드로 구축하고, 액세스망에 오픈랜(Open RAN, 개방형 무선 접속망)을 적용하는 등 혁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이다. 오픈랜은 기존 통신망과 달리 서로 다른 벤더의 장비를 상호 운용 가능하도록 표준화하여 구축하는 방식이다.
코어망은 전국 단위 통신 서비스를 위한 MNO(이통3사)와의 로밍 협력 시 필수적인 설비로, 이번에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를 할당받아 그대로 적용 가능할 수 있게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간편통신플랫폼 ‘핀다이렉트’를 통해 MVNO 및 로밍 서비스를 선보여 왔고,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와 Full MVNO 사업을 위해 코어망 구축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사업적 준비를 마친 바 있다.
이를 두고 스테이지엑스는 “클라우드 인프라 상의 Full MVNO 코어망 구축은 글로벌에서도 드문 사례로, 통신과 클라우드 접목의 새로운 레퍼런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Full MVNO란 단순 요금제 재판매를 했던 알뜰폰 사업자와 달리 자체 통신망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직접 요금제 개발이 가능한 사업자를 뜻한다.
또한 최근 스테이지엑스는 이통3사 빌링시스템 구축, 해외 주요 통신사업자의 제휴 등을 통해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행보를 보였다. 스테이지엑스는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신규사업자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MIMO(Multiple-Input Multiple-Output)’ 기술과 같이 무선 통신 시스템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들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오픈랜을 도입할 경우 국내 장비 제조사들과 협업함으로써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제4이통의 등장은 결국 이동통신사업의 새로운 경쟁자로서 굳어진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한 몫을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대표는 “5G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시장에도 새롭고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