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비행체, 즉 PAV는 과밀로 저하된 도심의 이동 효율성을 높일 미래 교통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PAV는 CES 2020에서 자율주행차량보다 더 큰 화재를 불러모았다.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상용화되면서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차량업계의 관심이 다소 식었고, 5단계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몇몇 난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 난제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 가능성을 PAV보다 낮추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량 기술, 답보 상태 직면
성숙한 기술의 PAV, 2025년에 등장 전망
소음·안전·규격 부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도심은 건물과 도로로 빼곡히 차 있으며 움직이는 차량과 인파로 어지럽다. 이미 포화상태다. 고개를 들어 시야를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해보자. 드넓은 공중이 있다.
개인용 비행체, 즉 PAV(Personal Aerial Vehicle)는 과밀로 저하된 도심의 이동 효율성을 높일 미래 교통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대차, CES 2020에서 PAV 'S-A1' 공개 (사진=현대차)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도 PAV는 단연 돋보였다. 현대차는 콘셉트 PAV ‘S-A1’을, 벨 플라이트(Bell Flight)은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벨 넥서스(Nexus) 4EX’를 공개했다.
2010년대 후반의 CES는 가전 박람회가 아닌 자동차 박람회라 할 수 있을 만큼 차량업계의 참여가 많았다. AI의 발전으로 운전자의 개입이 아예 필요 없는 5단계 자율주행차량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업계, 소프트웨어업계에서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CES 2020에서 그러한 추세는 꺾였다.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상용화되면서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차량업계의 관심이 다소 식었고, 5단계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몇몇 난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난제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 가능성을 PAV보다 낮추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량 상용화 가능성 낮추는 난제들
첫 번째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도로 위 돌발상황 대처 능력 발전 정체다. 물체의 존재를 인식하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다. 그러나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AI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AI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벌어지는 각종 돌발상황을 최대한 많이 학습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매우 소요되는 과정이며 3D 시뮬레이션은 한계가 있다. 반면, PAV가 누빌 공중은 도로만큼이나 변화무쌍하지 않고 장애물도 적다. 근래의 AI 기술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또한, 현재 PAV의 목적은 ‘자율주행’이 아니라 ‘주행’이다.
두 번째는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 저성장 기조가 굳어진 데다 우버와 리프트의 등장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대두되면서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차량업계는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율주행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기술발전과 관련 정책의 미비로 좀처럼 사업 모델을 도출할 수 없는 데다 반도체업계, 소프트웨어업계, 심지어 통신업계마저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익 구조는 불투명한데 나눠야 할 몫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우버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한 곳이다 (캡처=우버)
PAV는 기존 자동차와 다른 카테고리로서 차량업계와 항공업계에 새로운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다. 또 PAV는 대당 가격이 최소 2억 원으로, 개인용이 아닌 공공용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CES 2020에서 발표된 현대차와 벨 플라이트의 PAV는 우버와의 협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 공유 기업들은 각국의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택시가 없는 만큼 PAV가 운항할 공중은 승차 공유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세 번째는 사고 시 책임 소재의 불분명이다. 여전히 각국 정부와 법조계는 자율주행차량이 인명사고를 일으켰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로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오랜 진통이 있을 것이며,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이의가 제기될 것이다.
자율비행을 도입하지 않은 PAV는 사람이 운전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 문제와 상관이 없다. 만약 자율주행차량이 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면, PAV 역시 완전 자율비행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그 덕을 볼 것이다.
PAV가 극복해야 할 것들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우사히(Dara Khosrowshahi)는 2018년 5월, 우버 엘리베이트 컨퍼런스에서 “현대 도심의 교통체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수직이착륙 PAV를 이용한 3차원 교통체계 구축”이라며, “2023년까지 수천여 대의 단거리 PAV 택시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면서도 “이착륙 시 대량의 배터리 에너지 소모와 사고 시 상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회의적으로 여겼다. 이렇듯 PAV 역시 해결할 과제가 많다.
▲PAV 핵심기술군 (출처=PAV 기술시장 동향 및 산업환경 분석 보고서, KARI, 2019. 05.)
먼저 기체 모델의 기술 제원이 제조사마다 상이하다. PAV 시장은 이제 막 형성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도로주행 가능 여부, 수직이착륙 및 전기추진 여부, 로터 개수 등이 제각각이다. 이는 다양한 형상의 기종이 가격, 기능, 설계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하며 시장에서 더욱 선호되는 기술군과 제품군이 자연스럽게 확립될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9년 5월 발표한 ‘개인용항공기(PAV) 기술시장 동향 및 산업환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유형의 PAV든 기존 교통체계와 안정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고, 인간 조종사를 대체하는 완전 자율비행은 가까운 시일 내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결국 PAV 수요층 극대화를 위해서는 실현되어야 할 기술이다.
또한, PAV 비행 소음으로 인한 주거지역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 PAV 탑승자와 비 탑승자가 별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구조 메커니즘, PAV 운영 인프라, 차세대 항공교통관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PAV 기반 공중 모빌리티 시장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항공택시 서비스를 공개한 우버 외, 보잉, 에어버스, 릴리움 등 최소 20여 개 이상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동 서비스 진출을 앞두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딜로이트는 승객수송용 드론 유형의 PAV는 2020년, 일반 PAV는 2022년, 그리고 더욱 성숙한 핵심기술군이 적용된 PAV는 2025년 전후로 등장하리라 전망했으며, BCG 그룹도, 2020년대 중반에 상용 PAV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량은 먼저 상용화가 가시화됐음에도 시일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2024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차량을 출시하고,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 인프라를 4단계 자율주행에 맞게 구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