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는 기존 양자 프로세서를 상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ETRI는 규소와 질화규소를 이용해 양자 인터넷 구현에 필요한 광원 소자와 광집적회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양자 게이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질화규소 양자 게이트, 연산 신뢰도 81%
양자 얽힘 광원 및 소자 국내 최초 구현
국내 연구진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는 기존 양자 프로세서를 상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9일, 실리콘(Si; 규소)과 실리콘나이트라이드(Si₃N₄; 질화규소)를 이용해 양자 인터넷 구현에 필요한 광원 소자와 광집적회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양자 게이트(CNOT)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나노정렬 패키징 장비를 이용해 실리콘 광집적회로
칩과 입출력 광섬유를 정렬하고 있다 [사진=ETRI]
양자 인터넷은 광자의 양자 중첩, 양자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양자 데이터를 전달하는 인터넷 기술이다. 기존 인터넷보다 데이터 전송의 보안성과 계산 능력이 높아 차세대 정보통신 인프라 기술로 손꼽힌다.
양자 정보통신은 이온 포획(Ion Trap), 초전도체(Superconductor), 양자 광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앞선 두 방식은 특성상 절대 영도에 매우 가까운 –272.9℃의 극저온에서만 원활하게 작동한다. 또한, 자기장, 전류 등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험 환경을 갖춰야 해서 큰 비용이 든다.
연구진은 기술 선점을 위해 양자 광학 방식을 택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아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고 작은 크기로 집적하기도 쉬워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는 국내에서 광집적회로 양자 게이트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
고전 정보는 0, 1중 확정된 상태를 지닌 비트(bit)를 OR, AND 등 논리 회로인 게이트를 활용해 연산을 수행한다. 반면 양자 정보는 0, 1의 상태가 확정되지 않은 큐비트(Quantum bit; Qubit)를 CNOT 등의 양자 게이트를 활용해 계산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실리콘으로 축퇴사광파혼합 과정을 이용,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光子) 2개가 ‘양자 얽힘’ 상태로 존재하는 형태인 ‘광자 쌍’을 만드는 양자 광원 소자를 개발했다. 양자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해 빛의 최소 단위이자 큐비트 역할을 하는 빛 알갱이인 광자를 한 개씩 만들어 내는 ‘레이저 총’을 개발한 셈이다.
▲ 실리콘 광집적회로 칩에 입출력 다채널 광섬유를
결합하여 실장하는 모습 [사진=ETRI]
양자 광원 소자는 얽힘 상태에 있는 광자 쌍을 1:700 비율로 생성할 수 있다. 아울러 ETRI는 광 전송손실 특성이 좋은 실리콘과 실리콘나이트라이드로 광도파로를 활용, 광집적회로를 만들었다. 양자 광원 소자에서 만들어 낸 단일 광자 쌍을 이 회로에 입력하면 양자 간섭 현상을 통해 광자의 양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
광집적회로를 활용하면 양자 정보처리 연산 중 하나인 CNOT 양자 게이트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질화규소 광도파로를 활용한 광집적회로로 CNOT 양자 게이트를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다. 연구진이 개발한 회로로 게이트를 작동한 결과 신뢰도(Fidelity)는 최대 81%를 기록했다.
향후 연구진은 양자 광원 소자의 광자 쌍 생성 비율을 개선하고 광도파로의 전파 손실률을 낮추며 게이트 신뢰도를 99% 이상으로 높이는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