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투자 확대 및 대중 제재 등 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영상캡쳐-반도체 디지털 포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디지털 포럼 공개
김영우 SK증권 센터장 “로봇·드론은 국가 안보”
中반도체 자급률 괴리 심각, 美제재 강화 예상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투자 확대 및 대중 제재 등 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반도체 디지털 포럼’을 지난 20일 공개했다. 격변기를 맞이한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미·중 반도체산업 육성전략을 주제로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미 정부의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여기는 시각도 있으나 중국은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고 있어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보는 신중론 또한 유의미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센터장은 “미래 전장은 로봇과 드론이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산업 안보를 넘어서 국가 안보로까지 반도체는 연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양회에서 반도체 육성 아젠다가 일절 거론되지 않았으나 로봇과 드론 등에 필수불가결한 반도체는 국가 안보로까지 직결돼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정책을 표명한 반면 반도체 자급률은 부진해 괴리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제재로 하이실리콘은 AP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메모리 반도체 국산화 또한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중화권 업체들의 모바일용 반도체 점유율은 미미하며 여전히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반도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인프라 조성을 위해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4천억위안(한화로 74조원)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동부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서부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 주요 포인트로 8개의 지역에 10개의 국가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의 대형 ICT기업들이 투자처로 대거 참여했다.
개별 기업 분석에서는 중국의 대표 D램 생산기업인 CXMT(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의 강력한 성장을 내다봤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대표 IT기업이 투자자로 나섰는데 자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망 구축 목표가 엿보인다며 CXMT는 17nm DDR5 D램의 독자공급을 목표로 자국 저가 DDR4 메모리 시장에서의 점유율부터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를 통한 팹리스 및 파운드리 육성전략을 노릴 것으로 김 센터장은 내다봤다. EUV 노광장비 확보뿐 아니라 DUV 확보도 향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20-55nm에서 활용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를 새로운 모멘텀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SMIC는 화웨이 쇠퇴와 함께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차량용 반도체를 통해 도약을 꾀할 것으로 바라봤다.
SMIC는 12인치 팹을 24년까지 2배로 증설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차량용 반도체에 쓰는 반도체는 드론과 로봇에도 쓰일 수 있어 중국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핵심 육성 사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다음 타겟으로 지목할 우려가 있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도 로봇과 드론 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이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파운드리 육성에 따른 장비 부족을 언급했다. 한정된 장비 공급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EUV·DUV뿐 아니라 불화 아르곤 이머전(ArFi)까지 중국에 제한할 수 있다며 미국 내에서는 포토마스크와 포토 레지스트리까지도 중국에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글로벌 AP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의 하이실리콘이 잃은 점유율만큼 삼성이 반사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추이에서도 삼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미국과 EU의 반도체 동맹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이 재편되고 블록경제화 되는 가운데 장비, 소재 등에서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계획에 있어서 글로벌 진출과 해외 고객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