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수퍼 을’로 불리는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 ASML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본격화하며 공급망 생태계 조성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사진-ASML)
2,400억원 규모 재제조센터 및 트레이닝센터·체험관 등 조성
국내 캠퍼스 구축, “협력사 확대·제조 기반 여건 위한 시작점”
반도체 업계에서 ‘수퍼 을’로 불리는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 ASML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본격화하며 공급망 생태계 조성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ASML은 15일 경기도 화성에 새로운 캠퍼스 기공식을 앞두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성 뉴 캠퍼스 설립과 준공,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에 기여할 청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ASML은 지난 2021년 11월 화성시 및 경기도와 MOU를 맺고, 약 2,400억원 규모의 화성 뉴 캠퍼스 준공 관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캠퍼스는 동탄 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에 건립되며 ASML 코리아 신사옥과 함께 재제조센터(Local Repair Center, 이하 LRC),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익스피리언스 센터(체험관) 등을 포함한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ASML은 이번 재제조센터의 건립을 통해 향후 10년간 1,400여명 이상의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고객사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데 있어 빠른 대응과 안정적인 공급망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제조센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수리 부품을 통해 장비 수리에 필요한 소요 시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부품 수리와 재생산을 통해 폐기물을 절감하고 물류 프로세스를 감소시켜 비용 절약과 더불어 탄소배출 및 폐기물 절감으로 ESG 경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ASML은 국내 협력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도 약속했다. 국내 기업 아웃소싱을 10%에서 최대 5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한 간접 채용 효과가 발생할 것을 기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단기적으로 2023년은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어 반도체 산업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반도체 사용이 성장 원동력이 되어 반도체 산업은 10년간 연평균 9% 성장 달성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웨이퍼 생산 확대가 필요한 가운데 ASML은 생산 케파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CEO는 재제조센터와 관련해 한국의 많은 협력사들과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더불어 더 많은 협력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SML은 10년간 매출의 2배 성장 혹은 고성장 시나리오에서 현재 대비 3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성장에 따라 협력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제조센터 외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ASML은 “어느 나라든 재제조센터 및 R&D센터를 먼저 구축한 이후 5~10년간 노하우를 쌓아야 제조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국내 화성 캠퍼스 구축은 제조 기반 여건을 갖추기 위한 시작점에 있는 것이다.
한편, ASML의 화성 캠퍼스는 EUV 및 DUV 엔지니어 교육을 위한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와 더불어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설립해 국내 초·중·고·대학생들을 위한 반도체 제조 공정과 ASML의 기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와 사이언스 캠프, 채용행사, 산학연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CEO 기자간담회 질의 응답 주요 내용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와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이사(오른쪽)가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ASML)
■ 경기도 화성시에 새로운 캠퍼스를 건설하는 이유는
ASML은 화성에 한국지사를 1996년에 설립했다. 고객사와 굉장히 가까운 곳이기에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해서 느껴왔다. 이 과정에서 성장에 적합한 도시를 선정하는 데 경기도지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국내 투자 규모가 2,400억원이면 EUV 장비 1대 가격 정도로 매우 적은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보는가
일단 현재 화성에 뉴 캠퍼스 구축에 투자한 규모가 2억유로(한화로 약 2,400억원) 이상이다. 단지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분명히 산업이 성장하며 ASML도 성장하고 있기에 한국 지사도 앞으로 성장을 확신한다. 더불어 High-NA EUV 트레이닝 센터도 짓고 있기에 투자 규모는 이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
■ 화성 뉴 캠퍼스 완공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어떤 시너지 효과 기대되는가
일단 한국 고객과의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복잡성이 높아지며 고객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객과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재제조센터를 통해 폐기되는 부품을 재활용해 제조할 수 있어 ESG측면에 기여할 수 있고, 고객사에는 시의적절한 니즈 충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많은 협력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제조 샘플을 만들면 현지 조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현지 조사를 많이 해왔으며 앞으로는 한국에서의 협력사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이런 협력사를 찾기에 매우 우수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 미국이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감행하며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데 ASML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의 수출 규제가 미국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인력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 제품 등) 이것이미국에서 오는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시장을 보면 한국, 일본, 대만이나 유럽 등지에서 미국산이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분명히 중국에 대해서 ASML이 계속해서 기술을 판매하고 추가할 수 있다.
ASML은 현재 이 규제에 대해서 유심히 지켜봐 왔으며 미국의 협력사 가운데 중국으로 더 이상 출연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으나 이것이 ASML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합된 상태에서 제품이 출하되기 때문에 규제와 관련된 간접적인 영향을 본다면 매출의 5% 정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몇 개월간 이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 ASML의 장비 수요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2023년 경기 침체를 전망하고 있으나 ASML의 장비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고객사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경기 침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는 점이다. 왜냐하면 ASML의 리드타임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보다 길다. 그래서 이러한 침체가 우리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2023년 말까지 주문량이나 출하 능력을 보면 수급이 줄어드는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리드타임이 길기 때문이다.
ASML은 협력사들과 협력해 생산능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며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다음 세대 High-NA EUV 장비의 본격적인 양산 시점과 가격은 어떻게 되나
Low-NA EUV 다음 제품인 High-NA EUV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High-NA EUV는 2024년에 출하될 예정이며 2026년에서 2027년 정도가 되면 주요 고객사에서 대량 생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은 약 3억유로(한화 약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많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약 3억5,000만유로(약 4,700억원)로 조사하는 경우도 많이 보이고 있다.
■ 배를리너 글라스 및 스위스옵틱 등 인수합병에 이어 공급망 전문가로 웨인 앨런 경영 이사 선임을 예고했다. 향후 추가적인 인수합병 등 ASML의 밸류체인 강화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
ASML의 로드맵에 필요하다면 인수합병도 진행할 예정이다. ASML은 향후 10년간 매출이 최소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렇기에 협력사가 굉장히 많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강건한 협력사 기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에 향후 ASML은 한국에서도 협력 기반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차세대 EUV 장비 개발 현황은
ASML EUV 로드맵을 보면 기술 개발 속도가 앞으로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금요일에 있던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High-NA EUV 차세대 제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고객사의 경제성이나 다른 복잡한 비용을 포함한 니즈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니즈를 먼저 파악한 다음 그 니즈가 ASML과 일치하는 경우 차세대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 재제조센터 외에도 장비 생산 공장까지 지을 계획이 있는가
먼저 이 사업은 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기에 어느 국가에서든 재제조센터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식 이전에 약 5~10년 정도가 보통 걸린다. 지식이 쌓인 뒤 여기에 R&D가 추가되면 시간이 지나며 제조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이제 시작점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