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개발직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은 부족해지며 국내 인재만으론 IT인력을 충원하기 쉽지 않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직군 몸값 상승, 대기업 쏠림 현상 등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업계에 산재한 인력 고충 사정과 이에 속앓이하며 글로벌 인재로 눈을 돌리는 인사·경영인의 시선을 따라가봤다.
“해외 인력 허가제 No, 신고제 전환 요구”
개발자 몸값 금값, 단순 개발업무 동남아行
반도체도 인력가뭄, “대기업 쏠림·글로벌화”
첨단산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개발직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은 부족해지며 국내 인재만으론 IT인력을 충원하기 쉽지 않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직군 몸값 상승, 대기업 쏠림 현상 등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업계에 산재한 인력 고충 사정과 이에 속앓이하며 글로벌 인재로 눈을 돌리는 인사·경영인의 시선을 따라가봤다.
■ 스타트업, IT인재 글로벌화 YES
“인력시장에서 개발자 붐이 일어 공급이 늘었다지만 신입부터 5년차까지 개발자들을 구하긴 쉽지 않다”
필리핀 현지에 서비스할 HR플랫폼 앱을 개발하고 있는 A씨는 중소·스타트업에서 5년차 미만의 초상-중급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5년차 내외 개발자가 월500만원 가량의 연봉 수준을 원하는데 비슷한 퍼포먼스 대비 필리핀 개발자 인건비가 1/3 수준이라 현지 개발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2022년 모바일 앱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4,991만원이다. 연차별로 볼 때 5년차부터 몸값이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5년차 평균 연봉은 4,306만원이며 하위권은 3,700만원, 상위권은 6,820만원에 달했다. 6년차부터는 평균 연봉이 4,822만원, 7년차는 5,642만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준다.
이마저도 대기업 중심으로 인력 블랙홀이 심해 중소·스타트업들은 제시한 연봉 수준에 맞춰준다고 하더라도 금세 이직하는 등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개발사들은 프로젝트 매니징 및 기획 등은 국내 고연차 개발자를 팀장으로 두고, 현지에 법인을 만들어 단순 코더 등 주니어 개발자를 해외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어쩌다 글로벌 경영’이 개발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 인력 운용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법인 및 해외 외주 인력과의 피드백·커뮤니케이션 문제 △국내 인력의 해외 파견 어려움 등으로 해외 인력의 국내 채용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서 외국인 개발자를 고용하는 것은 각종 규제에 막혀 원하는 인력의 충원이 쉽지 않다. 외국인 고용쿼터제는 국내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인 반면, 인력의 총합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산업 발전 자체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출산 시대 청년 인구 감소와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각종 첨단산업의 인재 요구 수 증가를 한정된 인구로는 모두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부족한 인력으로 프로젝트 개발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빠른 트렌드 변화와 개발주기가 요구되는 시장에서 적기 개발을 위한 인력 적기 공급은 기업 경영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A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중소·중견기업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으며 대기업만 남는 구조가 될 것이다”라며 자생력 확보를 위한 인재 공급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현재 정부는 전문외국인력에 대해 쿼터제와 더불어 각 사업장 별 고용한도를 2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소업체는 사업 영위를 위해 △불법체류자 고용 △사업장 쪼개기 △관광비자 단기 체류 고용 등 편·불법에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하며 한도 폐지와 고용신고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반도체업계, 대기업 편중 토로·인재 국경 탈피
“글로벌 인재 유치 위해 국내 기업에서 국가의 경계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근거리 무선통신칩을 설계·개발하는 팹리스 업체 대표 B씨는 국내 반도체 인력시장이 갈라파고스의 덫에 걸린 것처럼 자국 내 갇혀 있기보단 개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韓·日 외국인 전문인력 수 및 비중 비교 추이(자료: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서 지난 12월 발표한 ‘주요국의 외국 전문인력 유치 동향과 한국의 과제’에 따르면 “IT 등 전문인력 부족문제를 외국인력 개방정책으로 타개한 유럽과 같이, 한국도 만성적인 산업기술인력 부족현상에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로 대응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본은 2013년 대비 2021년 기준 외국인 전문인력이 197% 증가한 39.5만명에 이르며, 전체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은 22.8%에 달했다. 반면 한국의 외국인 전문 인력 수는 매년 5만명 아래를 밑돌며 외국인 취업자 비중의 5%대를 차지했다.
대학 내 반도체 계약학과 등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근래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대만의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 비교하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이라고 관련 대학 관계자는 꼬집었다. 더불어 업계는 일반 학사 인력이 아닌 석사 이상의 고급 인력이 더 부족하다고 느끼는 만큼 관련 인력 양성에 묘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SW·AI·반도체 인력 등 전문 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 및 교육기관이 두팔 걷어 나서고 있는 반면, 현재 교육 중인 인재들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는 중간 연차 숙련직이 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할 정책 해법을 산업계는 입법·행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못지 않는 연봉 수준을 제시하는 강소기업들이 있지만 인재들이 선호하는 곳은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라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노출로 강소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구직자 및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리며 인식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