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서버 개발 현장의 고민은 점점 연산 성능 그 자체를 넘어가고 있다. GPU와 전용 가속기(NPU)의 처리 능력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전원 설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AI 서버에서는 전력이 단순히 “많이 필요한 자원”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솔루션 유통사 Macnica의 FAE인 황정필은 AI 가속기 전원 설계를 “기존 서버 전원과는 다른 문제”로 바라본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국내외 고객 사례를 바탕으로, 전원 설계가 어떻게 시스템 레벨 이슈로 확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Analog Devices(ADI)의 AI Power Solution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들어봤다.
전원은 더 이상 ‘고정된 공급’이 아니다
AI 가속기 전원 설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안정적 전원’이라는 개념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 황정필 FAE에 따르면, 기존 서버나 일반 전자기기에서의 전원 설계는 비교적 단순했다. 일정 전압과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충분했고, 부하 변화도 비교적 완만했다.
그러나 AI 가속기 환경은 다르다. 최신 GPU나 AI 가속기는 0.75~0.8V 수준의 낮은 전압에서 동작하지만, 연산이 집중되는 순간에는 1,000A가 넘는 전류를 요구한다. 문제는 전류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변화 속도다. 연산 부하는 수십 나노초 단위로 급변하며, 전원은 그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황 FAE는 이 지점에서 전원 설계가 성능과 직결된다고 본다. 병렬로 구성된 AI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가속기 모듈에서 전력 응답이 늦어지거나 불안정해질 경우, 그 영향이 인접한 모듈로 전이된다. 결과적으로 전체 시스템의 전력 소모와 열 부하가 동시에 커지면서, 안정성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AI 서버에서 전원은 더 이상 “뒤에서 받쳐주는 요소”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동작을 조율하는 적극적인 제어 대상이 된 셈이다.
AI용 서버 개발하는데 멀티페이즈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AI 서버 개발 환경에서 단일 PMIC나 단일 전원 스테이지 구조로는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황정필 FAE는 AI 가속기 전원 설계에서 멀티페이즈 구조가 기본 전제가 된 이유를 여기에 둔다. 대전류를 감당하는 동시에, 빠른 응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멀티페이즈 전원 아키텍처는 전력을 여러 페이즈로 나눠 공급함으로써, 각 페이즈가 담당해야 할 전류를 줄이고, 부하 변화에 대한 응답 속도를 높인다. 또한 필요에 따라 8페이즈, 16페이즈, 그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어, 가속기 코어 성능이 커질수록 전원 구성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이 관점에서 황 FAE는 ADI의 멀티페이즈 컨트롤러 접근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평가한다. ADI의 AI Power Solution은 기본 16페이즈 구성을 중심으로, 복수의 컨트롤러를 연동해 더 많은 페이즈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히 “전류 용량을 키운다”는 의미를 넘어, 보드 설계 단계에서부터 향후 확장까지 고려할 수 있는 구조적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원 설계, PCIe와 OAM, 플랫폼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AI 가속기 전원 설계에서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플랫폼이다. 현재 AI 가속기는 크게 PCIe 기반 카드형 구조와 OAM(Open Accelerator Module) 형태로 나뉜다. 황정필 FAE는 두 플랫폼의 차이가 단순한 폼팩터 문제가 아니라, 전원 설계 철학 자체를 바꾼다고 설명한다.
PCIe 기반 가속기는 구조적으로 약 600W 수준의 전력 한계를 갖는다. 슬롯에서 공급받는 전력과 보조 전원 구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코어 성능과 전력 설계 모두 일정 수준에서 제약을 받는 것이다. 반면 OAM은 처음부터 1000W 이상을 전제로 설계된 플랫폼이다. 더 높은 전력 밀도와 함께, 훨씬 까다로운 열·전원 관리가 요구된다.
OAM 구조에서는 보드가 바닥에 고정되고, 상부에 히트싱크가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전원 부품의 높이와 배치 자유도가 설계 난이도를 크게 좌우한다. 황 FAE는 이 점에서 전원 솔루션이 단순히 전기적 성능만이 아니라, 기계적·공간적 조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고 본다.
ADI AI Power Solution 의 핵심 기술
이처럼 복잡한 조건 속에서, Macnica가 현장에서 주목하는 ADI AI Power Solution의 특징 중 하나는 커플드 인덕터(Coupled Inductor)를 활용한 전원 구조다. 커플드 인덕터는 전류 리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이를 통해 출력단 캐패시터 수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부품 절감 차원을 넘어, 보드 면적과 배치 자유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AI 서버 보드처럼 공간 제약이 큰 환경에서는, 전원 부품의 높이가 설계 가능성을 크게 좌우한다. 황 FAE는 커플드 인덕터가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파일을 제공해, OAM과 같은 구조에서 Top뿐 아니라 Bottom 면 배치까지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물론 그는 이러한 구조가 모든 상황에 완벽한 해법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커플드 인덕터는 여러 페이즈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특성상, 레이아웃 자유도가 제한될 수 있고, 이로인해 설계자는 전력 요구, 공간 제약, 레이아웃 복잡도를 함께 고려해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중요한 것은 "특정 부품 자체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서 설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느냐"라는 점이다.
국내 AI 서버 개발 현실과 ‘설계 체계’의 중요성
황정필 FAE는 국내 AI 서버 개발 환경에 대해 비교적 현실적인 진단을 내린다. AI 서버 전원 설계 경험이 풍부한 기업은 아직 많지 않으며, 상당수 프로젝트가 외주를 통해 확보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원 설계는 가장 큰 불확실 요소로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ADI AI Power Solution의 진짜 강점이 단순한 칩 성능이 아니라, 설계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에 있다고 본다. ADI는 전력 사양을 입력하면 전류 리플 등을 예측할 수 있는 계산 도구, 시뮬레이션 환경, EVKit과 같은 평가 보드, 그리고 PCB 아트웍 가이드까지 제공한다. 이는 설계자가 초기 검토 단계부터 검증과 구현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황 FAE는 이러한 접근이 특히 경험이 적은 팀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원 설계는 한 번의 실수가 전체 보드 재설계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검증 가능한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개발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으며, 이는 곧 개발 일정과 비용 안정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원 설계가 곧 AI 서버의 완성도를 결정
AI 가속기와 서버는 이제 연산 성능만으로 경쟁하는 단계가 아니다. 전력 효율, 응답 속도, 확장성,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용 능력이 함께 평가된다. 황정필 FAE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ADI의 AI Power Solution을 “AI 가속기 설계자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전원 아키텍처”로 바라봤다.
전원 설계는 더 이상 부품 조합의 문제가 아니다. AI 서버 개발사와 설계자에게 전원은 시스템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이며, 그 기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곧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