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전자학회는 전기·전자 분야의 중추적인 학회로서 전력전자 기술발전과 산학연 간의 유대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국내 전력산업 및 학문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본지는 정세교 전력전자학회장을 만나 전력전자 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술과 인력부족 문제 대응 등 2024년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력전자 등 공학계열 인재의 확보 위해 R&D 인력에 선진국 수준 파격적 대우 해야”
대기업 필요 인력도 부족한 상황…중소·중견 기업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
대학원 학생 수 답보 수준…졸업 후 사회적 대우에 대한 비전 제시 필요
전력전자학회, 대학원 홍보 강화 및 해외 우수 인력 유치 프로그램 추진
[편집자주]전력전자기술은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수송기술, ESS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필수적인 기술이며 탄소중립 등 글로벌 트렌드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의 발전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설립된 전력전자학회는 전기·전자 분야의 중추적인 학회로서 전력전자 기술발전과 산학연 간의 유대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국내 전력산업 및 학문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본지는 정세교 전력전자학회장을 만나 전력전자 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술과 인력부족 문제 대응 등 2024년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세교 전력전자학회 회장(경상국립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
■ 탄소중립에 있어 전력전자 기술의 중요성과 전력전자학회의 역할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린다
탄소중립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기존 화석연료로부터 친환경이며 지속가능한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현재 여기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깨끗하고 편리한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전기화가 모든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전력전자 기술은 수소,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되는 전력을 수요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 저장, 제어하는 기술이며, 전력을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망과 충전인프라를 비롯하여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모빌리티, 로봇, 모바일, 가전, 제조산업 등에 핵심적인 기술이다.
최근 AI를 위한 전력공급망의 확충이 핫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전력전자 기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력전자학회의 역할은 전력전자 기술과 관련된 산학연, 공공기관, 정책 담당자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의 개발, R&D 인력의 양성과 공급, 이로부터 전력전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학회의 역할이 단순한 학술 활동을 넘어 산학연이 교류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2024년 전력전자 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술 및 트렌드는 무엇이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친환경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망의 구축을 위한 전력전자 기술을 들 수 있으며, 직류 송배전망의 구축, 그리드 포밍 기술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AI 시대를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도 세계적인 핫이슈다.
다음은 모든 산업분야로 전기화가 확산되고 가속화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를 넘어 친환경 선박, 항공기 및 UAM, 방위산업, 건설기계 및 농업 등 새로운 분야로 전기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력반도체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 등의 대기업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SiC, GaN 등의 차세대 전력반도체가 조만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며, 모듈, 패키징 산업과 연계되어 전력전자 제품의 양산성 향상, 표준화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많은 업계에서 인력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및 학계의 현 상황과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에 대해 듣고 싶다
2024년 전력전자 하계학술대회에 기업들이 예년에 비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우수 R&D 인력 확보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기업이 필요한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서 중소, 중견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국내 대학원의 학생 수는 답보 수준에 있으며 내년 의대 증원도 단기적으로는 상위권 우수 인력 확보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전력전자 분야를 비롯하여 공학계열에 우수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서는 R&D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전력전자 분야 박사학위자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의 임금이 국내 대기업의 2~3배 정도 다.
학령인구 감소에 의해 국내 인력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의 우수한 학생 유치도 필수적이라 보고 있으며, 우수한 R&D 인력의 국내정착을 위한 정책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회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전력전자를 전공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4년 하계 학술대회에서는 기업들의 우수 인력 확보에 도움을 주기위해 채용상담회를 크게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외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올해 초 베트남에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으며 현재 베트남의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국내 우수 기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 전력전자학회 학회장 인사말 중 MZ세대 인재들이 학회의 주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을 드린다. 회장님과 같이 오랜 기간 연구하신 분들이 추구하시는 연구 개발 방향성과 새로운 세대들이 하고자 하는 연구개발 및 니즈가 다른지 궁금하다
학계에서만 느끼는 바는 아닐 것이다.
연구개발의 방향성 보다는 일에 대한 가치의 중심이 크게 다르다고 본다.
특히 학회에서 하는 일은 봉사의 성격이 강하며 그로부터 학계, 산업계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스스로 가치와 보람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MZ세대들도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에는 일의 가치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리더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학회가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일에 대한 가치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전달되어야 하며 이에 부합하는 소통과 의사결정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학회에서 새롭게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목표가 뚜렷하다.
국제화 감각도 정말 뛰어나다.
따라서 MZ세대들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포용성이 갖추어진다면 우리 학회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보고 있다.
■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도 우리나라가 위상을 떨치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다. 어떻게 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역량을 키울 수 있을지,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듣고 싶다
전력전자 분야에서 반도체 기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전력전자 기술은 반도체의 개발보다는 활용의 영역에 있다.
전력전자 분야에서 활용되는 반도체는 큰 전력을 다룰 수 있는 전력반도체와 PMIC, 디지털 프로세서 등 제어용 반도체들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기반은 취약하며 인피니언, 온세미, TI,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시장을 크게 점유하고 있다.
SK, 삼성 등이 SiC, GaN 등 전력반도체에 투자를 하고 있고 LX 세미콘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PMIC와 전력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전력전자 분야에서 중요한 모듈, 패키징 부분에 중소, 중견기업들이 전기차 등과 연계하여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기에 조심스러우나, 현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과 TMSC의 사업영역은 제조 분야다.
설계의 영역으로 가면 선진국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국내에서는 LX 세미콘 이외는 이렇다할 큰 기업이 없다.
전력전자를 전공하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 반도체는 과거 PCB 수준에서 구현되던 회로와 시스템들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구현하는 것으로 회로 및 시스템 엔지니어들의 참여와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애플, 인텔, TI, 인피니언, 온세미 등의 반도체 기업들에는 많은 전력전자 엔지니어들이 회로와 시스템 설계, 모듈 및 패키징 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며, 우리 학회에서도 올해 전력반도체 및 PMIC 분야에 연구회를 만들어 이러한 분야의 연구와 산학협력 활동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2024년 전력전자학회의 목표와 회장님의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린다
탄소중립, 전기화 시대를 구현하는데 전력전자 기술이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싶다.
학회의 다양한 활동들이 결국 이와 연계되어 있으며 학계에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전력전자를 전공하고 이들이 산업계에 진출하여 전력전자 분야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대학, 산업체 모두 R&D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력전자의 중요성과 미래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학, 산업체, 정부가 협력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