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Hz 5G 휴대전화의 출시 전 전자파 측정시간이 LTE 휴대전화 수준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28GHz와 3.5GHz 5G 휴대전화의 신제품 출시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말일까? 적어도 올해 안에는 이번 간소화에 득을 볼 휴대전화는 없을 전망이다. 아직 28GHz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8GHz 5G 휴대전화 전파측정 과정 간소화
美 28GHz 5G 서비스, 접속 시간 0.5%에 불과
기존 3.5GHz 5G 인프라 확충이 더 중요해
밀리미터파(mmWave) 대역(28GHz)을 사용하는 5G 휴대전화의 출시 전 전자파 측정시간이 LTE 휴대전화 수준으로 단축된다.
국립전파연구원은 14일, 5G 휴대전화를 출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전자파 측정에 걸리는 시간을 LTE 수준으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GHz와 3.5GHz 5G 휴대전화의 신제품 출시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전화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에 적합한지 전자파 인체 노출량을 시험해야 한다. LTE와 달리 5G는 안테나가 많고 여러 빔(beam)을 사용하는 관계로 인증시험을 위한 측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모든 경우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파가 최대인 조건을 찾아 측정함으로써 인체도 보호하고 측정도 간소화하는 측정지침이 마련됐다. 개선된 측정지침을 적용할 경우, 28GHz 5G 휴대전화는 측정시간이 LTE와 유사한 40일 수준으로 단축되고, 그에 따라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간소화된 3.5GHz 5G 휴대전화의 측정시간도 2주에서 1주로 더 빨라지게 된다. 3.5GHz 5G 휴대전화는 28GHz 휴대전화와 유사한 이유로 측정시간이 많이 소요되나, 지난해 3월에 이미 1차 간소화를 진행한 바 있다.
▲ 삼성전자는 미국 출시 갤럭시 S20에만 28GHz 5G 모듈을
탑재했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국립전파연구원 측은 “이번 측정지침으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28GHz 5G 휴대전화도 차질없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간소화의 득을 볼 28GHz 5G 휴대전화는 적어도 올해 안에는 없을 전망이다. 아직 28GHz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8GHz 5G 장비나 서비스 생태계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었다.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5G 휴대전화에만 28GHz 5G 모듈을 추가한 것은 관련 인프라가 미국 이외에는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사정도 신통찮다.
미국 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지난해 이미 28GHz 인프라를 구축하고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운로드 속도는 국내 이통3사의 3.5GHz 5G 서비스보다 2배가량 빨랐지만 접속 가능 시간은 0.5%에 불과했다.
국내 이통3사의 5G 접속 가능 시간이 12~15% 수준인 것을 볼 때, 버라이즌의 28GHz 5G 서비스 상용화는 선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정도에 그칠 수준이다.
관련 기사: 5G 서비스에 쏟아지는 여전한 불만들, 절대적인 품질 확보 필요하다
“터지는 곳이 별로 없다”, “실내에선 안 터진다”, “비싼 돈 주고 LTE 서비스 쓴다” 등 국내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날로 치솟고 있지만, 품질은 상대적으로 볼 때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한다. 절대적인 기준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5G 융합서비스 발굴에 400억 원을 투입한다. 3년 연속 사업이라 총 1200억 원이 투입된다. 아직도 이동통신 업계가 5G를 활용한 적당한 BM(Business Model)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 상용화 전(2018년) 5G 기지국을 점검하는 통신사 직원 [사진=SK텔레콤]
5G B2B BM을 찾는 것도 좋지만, 5G 기술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현재 상용화한 3.5GHz 5G 서비스의 품질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지난 8일, 경쟁 5G 불법보조금 지원금을 지급한 건에 대한 과징금으로 이통3사가 총 512억 원을 물었으나, 이는 예상액인 700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코로나19 시국이란 점, 소상공인 재정 지원을 강화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는 것에 대한 공로가 인정되어 감액된 것이다.
또한, 올 2분기 이통3사의 매출이 총 14조172억 원, 영업이익은 총 863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고가의 5G 서비스 가입자가 증가하며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SK텔레콤(0.4%↓)의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했지만, KT(16.9%↑)와 LG유플러스(37.7%↑)는 크게 증가했다.
5G 요금제가 비싸서 보급이 더디다는 의견에 정부는 가계 통신비 절감도 이룰 겸 4만 원대 이하의 5G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통3사는 거세게 반대했다.
저가의 5G 요금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남는 답은 하나다.
3.5GHz 5G 기지국 수를 지금보다 더욱 확충해서 5G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5G 품질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가깝게는 5G 단독모드(SA), 28GHz 대역 5G, 멀게는 6G 기술에 대한 신뢰성도 의심받을 것이다.